최고의 결과 내야 하는 대표팀, 유망주 경험 생각할 여유 있을까 [ST스페셜]

입력2021년 07월 15일(목) 16:33 최종수정2021년 07월 15일(목) 16:33
김경문 감독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1무2패의 저조한 성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은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따낸 유망주들을 주축으로 대표팀을 꾸렸지만, U-23 대표팀이 출전했던 올림픽과 성인 대표팀이 출전하는 월드컵의 차이는 매우 컸다. 당시 이영표 해설위원은 "월드컵은 증명하는 자리다. 경험을 쌓으러 나오는 팀은 없다"고 일침을 던졌고, 이는 지금까지 축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제와서 7년 전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2020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야구대표팀의 모습을 보며, 묘한 기시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김경문 감독이 발표한 야구대표팀 명단에는 이정후, 강백호, 원태인, 김혜성, 고우석, 박세웅 등 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들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야구팬들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이의리의 발탁이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처음으로 KBO 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다.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지금 당장 국가대표급 투수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이의리는 이번 대회에서 어느 정도 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좌완 에이스가 돼야 한다. 잘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고졸 1년차가 벌써부터 KBO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의리의 장래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지금 당장 이의리를 국가대표급 투수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야구팬들이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경문 감독의 설명은 이의리의 발탁을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을 설득하기에는 다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이 '믿음의 야구'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창조한 주역이라는 점, 최근 KBO 리그 내에 눈에 띄는 좌완투수가 드물다는 점에서 감독의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렇게 이의리 발탁에 대한 논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의 파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안았다. 박민우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대표팀에서 자진해서 물러난 가운데, 김경문 감독은 빈 자리를 또 다른 루키 투수 김진욱으로 메우기로 결정했다. 김진욱 역시 특급 루키로 기대를 모은 유망주다. 장래성만을 꼽자면 이의리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올 시즌 성적은 2승5패 평균자책점 8.07에 불과하다. 대표팀에 승선한 다른 투수들 만큼 좋은 투구내용을 보여주지도 못했고, 이의리만큼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김경문 감독은 김진욱을 대체 선수로 선택했다.

물론 감독의 선수 선발 권한은 존중돼야 한다. 또한 김경문 감독의 기대처럼 이의리, 김진욱이 올림픽에서 경험을 쌓고 뛰어난 선수로 성장한다면 한국 야구에게는 매우 좋은 일이다. 이미 KBO 리그는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김현수 등 베이징 세대의 활약을 통해 전성기를 구가하며, 10개 구단 체제 완성, 야구장 건설, 800만 관중 돌파 등의 특수를 누린 바 있다. 도쿄 세대가 KBO 리그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베이징 세대와 지금의 이정후, 강백호, 원태인, 고우석 등이 비슷할 수는 있어도, 이의리와 김진욱은 그렇지 않다. 베이징 세대와 현재의 이정후, 강백호, 원태인, 고우석 등은 이미 대표팀 승선 시점에 리그 정상급의 기량을 증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의리와 김진욱은 가능성을 보였을 뿐, '국가대표급', '리그 정상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대표팀은 최고의 선수가 모이는 자리지, 최고의 유망주가 모이는 곳이 아니다.

야구에 있어, 올림픽은 자주 있는 기회가 아니다. 한국이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야구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야구는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 리우 올림픽 정식 종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에 다시 기회가 찾아온 것도 개최국이 야구가 인기가 높은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 올림픽인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다시 정식 종목에서 제외된다. 언제 다시 이번과 같은 기회가 올지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아시안게임 등의 국제대회가 있긴 하지만 올림픽에 비해서는 손색이 있는 대회들인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올림픽은 한국 야구에 있어 무엇보다 귀중한 기회다. 최정예로 나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고, 최고의 결과를 쟁취해야 한다. 개최국 일본은 우리 이상의 전력과 홈 어드밴티지를 갖추고 있고, 미국, 멕시코, 도미니카공화국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이스라엘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유망주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 줄 여유가 있을까?

축구에 있어 월드컵이 그랬던 것처럼, 야구에 있어 올림픽 역시 한국 야구의 힘을 증명하는 무대이지 유망주들이 경험을 쌓는 자리가 아니다. 이의리에 이어 김진욱을 발탁한 김경문 감독과 KBO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일까. 야구팬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대표팀을 바라보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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