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과 박보영, 연예인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입력2026년 05월 15일(금) 12:02 최종수정2026년 05월 15일(금) 14:43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윤지혜 칼럼] 성실과 근면이 부를 불러온다는 사고방식이 깨어진 지 꽤 오래다. 돈이 돈을 벌게끔 하는 게 능력이 되는 오늘, 성실과 근면만으로 부를 쟁취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느껴진다. 이는 보통의 사람들, 성실과 근면이라는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겐 시도조차 하지 못한 게임이 되어, 한없는 무기력함을 낳고 만다.

대표적인 비교 대상이 있다면 스타일 터. 매끈한 외모를 주원료로, 물론 그에 걸맞은 능력치 또한 가지고 있긴 하다. 어찌 되었든 겉으로 보이기에 노동량에 비해 몇십 배, 몇백 배의 성과를 얻어내는 부류의 존재들로 비춰져, 크나큰 애정과 함께 그만큼의 시기와 질투 또한 받아낸다.

이러한 맥락 위에서 근래 꽤 흥미로운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스타가 고수해 왔던 자신의 이미지를 뭉개면서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일 때 대중이 유독 흡족해한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절박하지 않은 고아한 상태로만 머물 거라 여겼던 연예인도 우리와 별다를 바 없이 열심히 산다는 게, 자신의 생업을 위해 갖은 애를 쓴다는 게 어떤 위안을 안겼다고 하겠다.

가수이자 배우 이준의 일일 치어리더 체험 현장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그 일례다. 지난 22일 이준은 한 야구 경기에서 시구와 함께 치어리더로서의 활약을 선보였고 이게 유튜브 채널 ‘워크맨’을 통해 공개되며 큰 화제를 일으킨 것이다. 무엇보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게 당연했던 2세대 아이돌 그룹 출신이 걸 그룹 특유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안무를, 그것도 제대로 몰입하여 진지하게 소화해 냈다는 점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샀다.
사진=유튜브 채널 워크맨, 뜬뜬 SNS

한 마디로, ‘연예인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라는 것. 배우 박보영의 ‘모지리’ 분장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유튜브 채널 ‘뜬뜬’에서 박보영이 배우 이광수, 방송인 양세찬과 함께 모지리 콘셉트로 찍은 사진을 게재했는데 사진 속에서 박보영 또한 이광수나 양세찬과 마찬가지로 모지리 특유의 모습을 완벽하게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여배우라면 하고 싶지 않았을 분장이기도 하고, 그간 박보영이 시도하지 않았던 예능의 모습이기도 하여, 자신의 이미지와 상관없이 즐거이 망가지는 쪽을 택한 박보영이 보는 이들에게 더없이 인상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으리라. 스타급의 톱배우도 자신의 업을 위해 이렇게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거다.

사실 ‘연예인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의 시선은 재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재계 1위에 빛나는 어느 대기업 그룹 총수가 대통령 앞에서 보이는 태도를 보며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최상층에 있는 존재조차 이렇게 열심히 산다고 혀를 내두른 바 있기 때문이다. 즉, 그러니 별다른 재간이 없는 우리 또한,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물론, 성실과 근면이 이제 이 세계에서는, 낡은 사다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열심히 살려고 하다가도 끊임없이 무기력함과 불안 속에 놓이며 별다른 꼼수라도 찾아본다. 그럼에도 성실과 근면, 구식이고 멋모르는 이의 것이 되어버린 이 방식이 여전히 통용되길 바라는 염원이 우리 안에 잔존해 있고, 이준과 박보영이 보인 태도에 우리의 마음이 동한 이유가 아닐까.

[스포츠투데이 윤지혜 칼럼니스트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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