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어른' 故 최불암을 떠나보내며 [ST포커스]

입력2026년 11월 01일(일) 13:43 최종수정2026년 11월 01일(일) 13:43
故 최불암 / 사진=권광일 기자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한 시대를 대표했던 배우 고(故) 최불암이 우리 곁을 떠났다. 오랜 시간 안방극장을 지키며 때로는 정의로운 형사로, 때로는 푸근한 아버지로 시청자들과 함께했던 그가 영면에 들었다. 작품을 통해 수많은 인생을 살았고, 현실에서는 소외된 이웃과 아이들을 향해 따뜻한 관심을 기울였던 배우. 그가 남긴 것은 수십 편의 작품만이 아니었다. 한 시대가 기억할 얼굴이자, 우리 사회가 그리워할 어른이었다.

고(故) 최불암은 지난달 29일 밤 10시 30분쯤 향년 8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힘써왔으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끝에 세상을 떠났다.

1939년 인천 제물포구에서 태어난 최불암은 중앙고등학교와 서라벌예대·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원래 연출가를 꿈꿨지만, 1959년 극단 실험극회에서 연극 '햄릿'으로 데뷔 후 1965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며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1967년에는 서울중앙방송(현 KBS) 특채 탤런트로 발탁되면서 TV 드라마에도 진출했다. 이후 MBC로 활동 무대를 옮겨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구축했다.
최불암 / 사진=DB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깊이 각인시킨 작품은 단연 MBC '수사반장'이다. 1971년부터 장기간 방영된 이 작품에서 최불암은 박영한 반장 역을 맡아 강직하면서도 인간적인 형사의 모습을 그려냈다. 범죄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회의 단면과 사람들의 사연을 함께 담아낸 그의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원한 수사반장'이라는 별칭이 따라붙을 만큼 박 반장은 최불암의 대표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또 하나의 인생작은 MBC '전원일기'다. 1980년 첫 방송부터 2002년 종영까지 22년간 양촌리 김회장으로 살아온 최불암은 김혜자와 함께 작품 속 가족의 중심을 지켰다. 농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웃들의 희로애락과 가족의 일상을 묵직하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그의 연기는 특별한 꾸밈 없이도 아버지의 책임감과 가족을 향한 사랑을 전달했고, '국민 아버지'라는 수식어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

배우로서의 활동은 드라마에 국한되지 않았다. '의사 안중근'(1972) '최후의 증인'(1980)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등 영화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남겼으며, 연극 무대 역시 놓지 않았다. 2018년에는 약 25년 만에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로 무대에 복귀했다. 2024년에는 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 특별출연해 노년의 박영한을 연기하며 오랜 시간 이어온 작품과의 인연을 되새겼다.

대중에게 최불암은 배우 이상의 존재였다. 그는 2011년부터 14년간 KBS1 '한국인의 밥상'을 이끌며 전국 곳곳의 음식과 그 안에 깃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음식을 매개로 지역의 역사와 삶을 들여다보는 그의 차분한 진행은 프로그램에 진정성을 더했다.
故 최불암 / 사진=권광일 기자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이어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오랜 인연을 맺었으며, 소년 수형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 제로캠프 활동에도 힘을 보탰다. 연기와 방송을 통해 얻은 대중적 신뢰를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던 그의 행보는 배우 최불암을 넘어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남긴 발자취이기도 하다.

고인의 마지막 길에는 수많은 이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동료 배우와 방송계 인사, 정치권 인사들이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전원일기'에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배우 나문희는 고인을 향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추억이 너무 많은데 잘 간직하겠다"고 말하며 함께했던 시간을 가슴에 품겠다는 뜻을 전했다.

극 중 김회장의 둘째 아들 용식 역으로 출연했던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도 최불암은 각별한 존재였다. 유인촌은 평소에도 고인을 아버지라고 불렀다며 갑작스러운 이별에 깊은 슬픔을 드러냈다. 오랜 시간 자신을 이끌어준 선배이자 가족과도 같은 사람을 떠나보낸 그의 추모에는 남다른 그리움이 묻어났다.

'전원일기'에서 부부로 호흡한 김혜자 역시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김혜자는 오랜 세월 서로의 연기를 지켜본 동료이자 작품 속 가족이었다. 그는 이별을 마지막으로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내비치며, 고인과 나눴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겠다고 전했다.
오지명(위), 백일섭 / 사진=유튜브 티브이데일리

학창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배우 오지명은 오랜 친구를 먼저 보내야 하는 슬픔에 눈물을 보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극과 방송 활동까지 함께했던 두 사람은 오랜 세월 각별한 우정을 이어왔다. 오지명은 "내가 먼저 죽어야 되는데"라고 말하며 친구를 떠나보낸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서로의 마지막을 농담처럼 이야기했던 과거를 떠올리면서도, 현실이 된 이별 앞에서는 말을 잇지 못했다.

배우 백일섭도 빈소를 찾아 고인과 함께했던 시간을 되돌아봤다. 김용건, 이계인 등과 어울리며 사적인 자리에서도 친분을 이어왔던 그는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순간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며 안타까워했다. 배우로서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가까웠던 형을 떠나보낸 백일섭의 표정에는 깊은 허전함이 담겼다.

배우 김혜수는 빈소에서 유족을 챙기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고인의 아내 김민자를 살피는 것은 물론, 조문객들의 신발을 정돈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고인을 향한 존경과 유족을 향한 배려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고두심, 윤여정 등 동료 배우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역시 빈소를 찾아 고인의 삶을 기렸다. 그는 최불암을 산업화 시기를 지나온 국민들에게 용기와 위안을 건넨 인물로 평가하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온 그가 많은 이들에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고 회고했다.
사진=권광일 기자

한편 고인의 장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진행됐다. 5일장으로 치러진 장례의 발인은 11월 2일 오전 7시 40분 엄수되며, 이후 오전 9시 여의도성당에서 장례 미사가 거행된다. 10시 40분 초록우산 본부를 들러 작별 인사를 한 뒤 장지인 경기 파주 동화경모공원으로 향한다.

6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배우로 살아온 최불암. 누군가에게는 정의를 지키는 형사였고, 누군가에게는 평생 기억하고 싶은 아버지였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세상 곳곳의 이야기를 전해준 친근한 안내자였다. 그가 연기했던 수많은 인물은 작품과 함께 남아 있고, 그가 보여준 따뜻한 어른의 모습 역시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

주요뉴스

기사이미지
영원한 국민 아버지 故 최불암, 오늘(2일) …
기사이미지
'재혼 황후' 판타지 비주얼은 합격…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본 리뷰는 1~3회 내용에 대한 스포일…
기사이미지
차예련 학폭 의혹, 동창 증언 엇갈…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배우 차예련이 학교폭력 가해 의혹에 …
기사이미지
故 박지선, 6주기…우리의 영원한 '멋쟁이 …
기사이미지
'KT 나와' 삼성, KIA 잡고 2년 만에…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2년 만에 한…
기사이미지
'시대의 어른' 故 최불암을 떠나보…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한 시대를 대표했던 배우 고(故) 최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