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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디즈니+ 시리즈 '재혼 황후'(극본 여지나·연출 조수원)가 화려한 영상미와 독특한 세계관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서양풍 로맨스 판타지를 본격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다.
'재혼 황후'는 동대제국의 완벽한 황후 나비에(신민아)가 도망 노예 라스타(이세영)에게 빠진 황제 소비에슈(주지훈)로부터 이혼을 통보받고, 이를 수락하는 대신 서왕국의 왕자 하인리(이종석)와의 재혼 승인을 요구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 판타지다.
'재혼 황후' 1~3회는 서양풍 로맨스 판타지라는 장르적 특성을 살린 화려한 영상미와 미술, CG 등 시각적인 요소에서 분명한 강점을 보여준다. 한국 드라마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세계관을 과감하게 구현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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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작품의 배경이다. 한국에서 서양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웹툰을 드라마화할 때 배경과 인물의 이름 등을 한국 또는 동아시아식으로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재혼 황후'는 이러한 현지화 관행에서 벗어나 원작의 서양풍 세계관을 그대로 구현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국내 서양풍 로맨스 판타지 원작의 실사화라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도는 영상미에서 가장 큰 강점을 발휘한다. 작품의 주된 배경인 동대제국의 궁전은 베르사유 궁전을 연상케 하는 압도적인 규모와 화려함을 자랑한다. 웅장한 건축물과 고풍스러운 실내 장식, 아름다운 정원이 어우러져 가상의 제국이라는 설정에 설득력을 더한다. 주연배우 신민아와 이세영이 착용한 드레스 역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장면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는 OST까지 더해져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한다.
판타지 세계관을 구현하는 컴퓨터 그래픽(CG)도 기대 이상이다. '재혼 황후'에는 마법과 괴물이 등장하고, 하인리는 새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설정을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다.
특히 나비에가 땅속에서 기어 나온 괴물의 습격을 받는 장면이나 새로 변신한 하인리가 나비에의 말에 반응해 표정을 짓고 날개로 눈물을 닦아주는 장면은 크게 어색하지 않게 구현됐다. 자칫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판타지적 요소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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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반면 인물들의 감정선과 서사에서는 아쉬움이 드러난다. 1회에서 소비에슈는 사냥 도중 위험에 처한 노예 라스타를 구해준다. 이후 라스타에게 강하게 끌리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그 과정이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2회에서 소비에슈는 황후 나비에 앞에서 라스타를 정부로 들이겠다고 선언한다. 라스타를 보며 처음으로 설렘을 느꼈다는 이유로 법까지 바꿔가며 자신의 뜻을 관철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물론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라는 설정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앞서 나비에와 소비에슈가 별다른 갈등 없이 부부로서의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 그려졌기에, 소비에슈가 갑작스럽게 다른 여자에게 빠져 황후에게 상처를 주는 선택을 하는 과정이 충분히 설득되지 않는다. 라스타에게 어떤 매력을 느꼈는지, 기존의 부부 관계에 어떤 균열이 있었는지에 대한 감정적 설명이 조금 더 있었다면 소비에슈의 변심을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라스타의 캐릭터 역시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노예 출신으로 어려운 삶을 살아온 인물이지만, 황궁에 들어온 뒤 보여주는 행동은 지나치게 순진하고 현실 감각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나비에를 향해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황후와 황제의 정부라는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는 라스타의 태도가 갈등을 유발하는 장치로 활용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나비에와 소비에슈, 라스타 사이의 대립을 만들어내기 위해 라스타를 지나치게 순진한 인물로만 묘사하는 것은 아쉽다.
여기에 소비에슈 역시 라스타를 향한 감정에만 몰두한 채 황후와 주변 인물들을 일방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세 인물의 갈등이 자연스러운 감정의 충돌이라기보다는 극적인 대립을 만들기 위해 인물들을 장기말처럼 배치한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3회 말미에는 새로운 기대 요소가 등장한다. 나비에가 외로운 순간마다 위로를 건넸던 새의 정체가 서왕국의 왕자 하인리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동대제국의 신년회에서 처음 대면한 두 사람은 무도회에서 다시 마주한다. 소비에슈가 나비에 앞에서 라스타와 춤을 추며 애정을 과시하자, 하인리는 좌절한 나비에에게 다가가 먼저 춤을 청한다.
남편의 배신으로 상처받은 황후와 그에게 다가선 또 다른 왕자 하인리. 본격적인 로맨스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장면으로,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과연 '재혼 황후'가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를 넘어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까지 시청자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 하인리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나비에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동시에, 앞으로는 인물들의 행동에 충분한 개연성을 부여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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