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가능한 사랑', 곱씹게 만드는 질문과 깊은 여운 [OTT클릭]

입력2026년 11월 07일(토) 12:26 최종수정2026년 11월 07일(토) 12:35
가능한 사랑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달빛 아래 술잔을 기울이는 부부의 모습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해고 노동자의 삶을 '사랑' '연민' '아픔' 그 어떤 감정으로 바라본 이야기가 촘촘히 쌓인다.

영화는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한순간에 '죽은 자'가 된 호석(설경구)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미옥은 마스크 공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호석도 일자리를 찾았지만 마음 속 상처는 여전하다.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은 노동자의 삶을 담아내기 위해 이들 부부를 찾아간다. 미옥은 예지의 권유에 응하고 급속도록 친해진다. 회의적이던 호석도 점차 자신의 내면을 마주할 용기가 생긴다.

그러던 중 미옥은 예지 곁에 있는 남편 상우(조인성)에게 무언의 호기심, 흥미를 느낀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상우와 꿈이 있는 감독 예지는 미옥 부부와는 정반대의 삶을 산다. 친해지려하지만, 친해질 수 없는 이들 네 사람. 각자 욕망에 따라 최선의 '가능한 사랑'을 하고자 모습이 복잡하게 얽힌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의 삶과 부유한 삶을 사는 사람의 욕망을 다룬다.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두 부부는 카메라를 통해 자연스럽게 담긴다.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결혼 전 이야기까지 사생활적인 부분까지 공유하고 공감하려 한다. 하지만 그 목적은 결코 같을 수 없다는 지점이 섬세하게 교차한다.

예지는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기 위해 미옥 부부가 필요하다. 이들을 '사랑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들의 고통이 드러날 때면 언제 어디서든 카메라를 꺼낸다. 미옥은 예지가 걸친 고가의 옷과 사용하는 가방을 보며 동경한다. 그의 남편 상우의 외제차, 프라이빗한 별장을 보며 동경은 질투심으로 번진다.

호석은 자신이 '죽은 자'라는 상처와 타인에 대한 실망감과 열등감이 가득하다. 아들과 아내를 사랑하지만, 실상 자신의 속은 텅비었다며 울부짖는 인물이다. 그런 호석은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상우의 모습이 달갑지는 않다. 결국 우리와 섞일 수 없다는 묘한 경계를 두는 상우에게 폭발하고 만다. 비로소 불편한 관계를 떨쳐내고 나온 미옥 부부가 달빛 아래 술을 마시는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다.

'가능한 사랑'은 느리지만, 촘촘하게 네 사람의 관계성을 쌓고 은근하게 드러낸다. 직접적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다. 극적인 전개 없이 은유와 여운으로 흘러가 곱씹게 만든다. 설경구, 전도연, 조인성, 조여정은 각자 캐릭터로 살아 숨 쉬고, 과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결국 카메라를 통해 미옥 부부의 고통이 예술로 포장되려 하지만, 결국엔 '이것이 맞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영화는 164분동안 차분하게 그려진다. 그럼에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강한 여운 때문일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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