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정호연, 좋은 기세와 지치지 않는 끈기 [인터뷰]

입력2026년 07월 10일(금) 16:00 최종수정2026년 07월 10일(금) 16:03
호프 정호연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배우 정호연이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를 만났다. 그의 첫 영화다.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의 눈빛에서 설렘과 떨림, 기세가 느껴졌다.

'호프'(감독 나홍진·제작 포지드필름스)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과 순경 성애(정호연)가 성기(조인성) 등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정호연은 극 중 어떤 상황에서도 제 할 일을 해내는, 명확한 선악의 기준을 가진 호포항의 순경 성애 역을 맡았다.

그는 "'호프'라는 영화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배우 커리어에 있어서 영광스러운 순간이다. 하루하루 설레어 하면서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큰 화면에서 제 연기가 나오는 걸 보는데, 생경한 느낌이었다. 떨리기도 하고 두려움도 있었다. 제일 큰 감정은 설레는 감정이었다. 행복한 감정인 것 같다. 스크린에 나오는 배우가 됐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홍진 감독과의 첫 만남은 정호연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었다. 나 감독의 강렬한 눈빛에 대해 정호연은 "처음 감독님이 미팅 제의를 주셨을 때는 작품에 관한 미팅보다 캐주얼한 느낌이었다. 너무 팬이었기에 엄청 긴장을 했고 오디션을 보러 간다는 느낌으로 갔다. 눈빛이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번도 눈을 안 깜빡이는 거 아니냐는 느낌 정도로. 나는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돌아가는 길에 '충무로에 왔으니 짜장면을 먹어야 하지 않겠냐'라면서 한 그릇 사주셨고, 제작사 대표님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하라고 하셨다. 그게 잊지 못할 순간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나홍진 감독은 정호연에게서 성애의 핵심 코어인 '선의'를 포착했다고 한다. 정호연은 "내가 그런 선의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제가요?'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이내 자신이 해석한 성애와의 교집합을 짚어냈다. 바로 지치지 않는 끈기였다.

정호연은 성애에 대해 "감독님이 리딩 때, 성애는 마을의 숟가락 개수까지 아는 친구가 아닐까라는 힌트를 주셨다. 노인이 대다수인 마을이고, 노인을 대하는 태도, 오랫동안 어르신들을 상대하는 게 일상인 것처럼 보여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사에 대해 질문했을 때 감독님은 영화에 '저스트(Just)'만을 담고 싶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감독님의 영화가 쿨하구나 생각했다. 관객들이 영화적으로 느꼈을 때 필요한 지점에 대해 훈련하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테이크를 많이 가기로 유명한 나홍진 감독의 현장을 버텨내기 위해 정호연은 6개월간 몸을 훈련시켰다. 5kg에 달하는 총기를 들고 뛰어다닐 수 있었던 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만 4kg을 증량했기 때문이었다. 트럭으로 1종 면허를 한 번에 따고, 레이싱 전문가에게 드리프트 훈련까지 받았다.

정호연은 "감독님들이 디테일을 잡아주면 잡아줄수록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감독님 현장에 NG 컷은 없었다. 모든 테이크에 이유가 있었다. 꽤나 긴 총기 액션신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20번 정도 테이크를 가셨다. 그때부터는 배우들이 계획하고 생각한 걸 한다기보다는 본능적으로 가게 된다. 그런 모습을 포착하고 싶어 하셨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몰아침은 스스로도 놀랄 만큼 날 것의 얼굴로 이어졌다. 정호연은 "처음에 총을 들고 똘망똘망하게 눈을 뜨고 있었는데 점점 테이크를 가다 보니 눈이 하늘을 쳐다보게 되더라. 감독님의 집요함, 베테랑이든 신인이든 계획되지 않은 면을 뽑아내시는 데 굉장히 유능한 감독님이라고 생각했다. 눈이 하늘을 쳐다봐도 새로운 얼굴이 나온다고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라며 거장의 연출력에 감탄을 표했다.

고된 촬영이었지만 베테랑 스태프들과의 호흡 덕에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액션 장면과 외계인과의 조우 신은 현장의 내공이 빛난 순간이었다. 정호연은 "첫 외계인이 등장했을 때, 무언가를 들어서 내리쳤을 때 심장이 두근거리고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또 다른 외계인들을 보며 슬프기도 했다. 비극이라지만, 우리네 삶에서 생기는 비극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복잡했던 것 같다. 과몰입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액션 장면 부분은 많이 촬영하지 않았다. 모두가 합이 맞는 상황이었고, 테이크 수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사전 작업을 많이 하셨고, 현장에 계셨던 무술 감독님과 베테랑들이 모여 만든 결과물이다. 무술팀을 축하하는 자리가 이 영화를 홍보하면서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 영화 무술팀의 내공을 집합해서 만든 장면이다"라며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 결과물은 칸 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며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정호연은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 '과감한 영화, 대담한 영화'를 꼽았다. 그는 "한국 영화가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만큼 많은 것들이 성장하지 않았나 싶어 자랑스럽다. 이런 과감함과 대담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건 나홍진 감독이라 가능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호프'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굉장히 자부심이 든다. 다 감사하다. 작품이 나오면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축복이다.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유망한 모델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그리고 영화 '호프'까지. 변화 속에서 30대를 맞이한 그는 한층 단단해져 있었다. 그는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졌다. 모델과 배우의 기술적인 일은 다르지만,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본질적인 의미는 같다. 달라졌지만 그렇다고 내 공간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그냥 열심히 일하는 나 자신, 꾸준히 잘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20대의 나, 30대의 나 모두 굉장한 열정을 가지고 맡은 바 임무를 철저히 하겠다는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에 꿋꿋하게 지켜나가고자 한다. 이 부분이 성애와 닮은 것 같다"며 웃었다.

정호연은 "사실 '오징어 게임' 직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반응 때문에 불안했던 시기가 분명 있었다. 내 삶이 바뀌어버리는 건가 싶어 미지의 수 같지 않나. 굉장히 불안해지고 그랬던 시기가 있었다. 또 영어를 공부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인터뷰를 할 때 생각을 정리해서 잘 전달하기에도 부족함이 많은데 그런 환경에 놓여있다 보니 부담으로 다가오는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고 싶었다. 다음 것을 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조금 더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실적인 방안을 찾다 보니 불안감이나 모르는 감정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더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부족한 경험에 비해 늘 거대한 기회가 찾아왔지만, 정호연은 이제 두려움보다 감사함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배우로서 보낸 경험과 시간에 비해 큰 작품을 만나고 있다. 당연히 두려운 순간도 분명 있다. 그런데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열심히 준비했고, '실전은 기세다'라는 대사처럼 대단한 베테랑들 사이에서 좋은 기세를 가지고 임하려고 노력했다. 감사함을 잘 살려서 어떻게 하면 더 멋진 커리어를 가질 수 있을까, 실질적으로 해야 하는 숙제를 생각하고 있다"고 눈을 빛냈다.

호포항의 지독한 롱테이크를 견뎌낸 정호연은 이제 무대 위에서 쉼 없이 숨 쉬는 더 긴 호흡에 도전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연극을 너무 해보고 싶었다. 롱테이크를 가져가는 감독님을 만나다 보니 이런 걸 더 긴 호흡을 가지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또 배우로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무대 위에 올라가는 순간 오롯이 배우의 몫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아주 무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당차게 이야기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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