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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 이세돌 고세준CP, 장도연, 이세돌, 정재형, 이명섭PD(왼쪽부터) / 사진=KBS |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별관 스튜디오에서 KBS2 신규 예능 '백수 이세돌'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2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이세돌, 정재형, 장도연, 연출을 맡은 이명섭PD가 참석해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백수 이세돌'은 2016년 알파고를 상대로 전설적인 1승을 거둔 뒤 바둑계를 떠난 이세돌이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서는 리얼 아날로그 생존기다.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국 이후 10년이 흐른 가운데, 이세돌이 AI에 맞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삶의 일터로 직접 뛰어들며 겪는 다양한 경험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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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S |
이날 이세돌은 제작발표회 시작에 앞서 '백수 일자리 구합니다'라고 명함을 취재진에게 나눠주며 웃음을 안겼다. 바둑계의 전설에서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간 그의 새로운 도전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이세돌은 프로그램 출연 제안을 받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남다른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 이 제안을 받고 깜짝 놀랐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이름만 듣고 꽂히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정말 딱 꽂혔다. '백수 이세돌'이라는 이름에 꽂혀서 뵙기도 전에 두근두근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 촬영을 통해 얻은 것은 단순한 직업 체험 이상의 경험이었다. 이세돌은 "직업보다는 사회를 배우고 삶을 배우는 시간이어서 저에게 의미 있고 뜻깊었다"며 "제가 어떤 직업에 대해 깊이 들어갔다기보다 사회나 삶 전체를 배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둑 은퇴 이후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과정은 계속되고 있다. 이세돌은 "바둑을 은퇴할 때도 그런 고민을 했지만, 어떤 일을 정해놓고 은퇴하지는 않았다. 바둑을 대체할 만한 무언가를 계속해서 찾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둑을 대신할 만한 확실한 무언가를 만들어 놓지는 못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프로그램의 제안이 너무나 반갑고 감사했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바둑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아갈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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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 사진=KBS |
낯선 일터에서의 경험은 육체적인 어려움도 안겼다. 맥주 보이부터 고층 건물의 창문 닦기까지 다양한 일에 도전한 이세돌은 "일을 그만두다 보니까 몸이 뻐근하고 허리가 조금 안 좋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빨리 계속해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세돌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육체노동을 하는 이들에 대한 존중도 더욱 커졌다고 했다. 그는 "예전부터 그런 직업으로 일해주시는 분들에게 리스펙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직접 해보면서 더욱 존중하게 됐다"며 "제가 바둑을 두던 사람이라 그런 일이 굉장히 어색하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정말 최선을 다했으니 그런 모습을 예쁘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또 다른 화두는 AI와 인간의 관계다.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10년간 AI 기술이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했다며, 사회가 변화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 기술이 사회에도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우리가 준비가 조금 미흡한 상황에서 여전히 변화를 맞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의 능력으로 '공감'을 꼽았다. 이세돌은 "AI가 하지 못하는 것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특히 중요한 것은 공감, 사람 간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우리 모두가 백수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함께 공감하고 관계를 계속 이어간다면 더 이상 무섭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시대를 살아갈 젊은 세대에게도 조언을 건넸다. 이세돌은 최근 대학생과 젊은이들을 만나면 AI 때문에 지금 배우는 것이 나중에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했다. 그는 "어떤 공부를 했을 때 그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분야로 가서만 쓰이는 것도 아니고 계속 남아 있는 것"이라며 "AI가 우리의 산업 지도를 어떻게 바꿀지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서 무언가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이 어느 쪽으로 발전할지 고민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보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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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섭PD / 사진=KBS |
연출을 맡은 이명섭PD는 바둑기사 이세돌의 오랜 팬이었다고 밝혔다. 이 PD는 "바둑기사로서 이세돌의 팬이었다. 독특한 기품과 화려한 수싸움을 굉장히 좋아했고, 10년 전 알파고와의 대국 때도 응원했다"며 "좋은 기회가 있으면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싶었는데 마침 알파고 대국 10주년이 됐다. 제안을 드렸을 때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노동 예능과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직업 자체보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노동과 그 과정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모습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PD는 "어떤 직업을 AI가 대체하지 못할까 하는 관심에서 시작했다"며 "이세돌은 바둑기사로서 최고의 위치에 있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시선을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승부사적 기질과 묘수를 발휘하는 모습이 독특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을 하러 갔을 때 남겨지는 것은 사람과 변화하는 이세돌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직업의 종류보다는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집중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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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형 / 사진=KBS |
정재형은 프로그램이 품은 보편적인 고민에도 공감했다. 그는 "'백수 이세돌'은 이 세상의 모든 백수를 위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AI가 앞서가고 우리가 뒤에 있다는 생각도 든다. 많은 분이 공감할 만한 고민을 이세돌 씨가 우리를 대표해 직접 체험하고 몸으로 부딪히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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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도연 / 사진=KBS |
장도연 역시 AI와 인간의 관계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의미를 찾았다. 그는 과거 AI와 연애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AI와 떼어놓고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라면서도 "AI는 인간에게 바라는 것을 요구하기보다 필요할 때 활용하는 헬퍼 정도가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세돌은 이번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인간적인 온기를 전하는 방송이 되기를 바랐다. 그는 "인간적인 저의 모습뿐만 아니라 우리 삶 속 인간들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방송이 됐으면 한다"며 "조금이나마 추위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송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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