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이준혁,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배우 [인터뷰]

입력2026년 10월 15일(목) 07:00 최종수정2026년 10월 14일(수) 16:48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이준혁 / 사진=에이스팩토리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배우 이준혁이 익숙한 일상 속 인물을 연기하며 새로운 재미를 발견했다. 강렬한 캐릭터를 통해 장르적 색채를 드러내 왔던 그에게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자신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었던 작품이다. 로또 1등에 당첨되고도 출근을 이어가는 직장인 공은태를 연기한 이준혁은 이번 작품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조금 특별한 도전으로 꼽았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극본·연출 윤영빈)는 로또 1등에 당첨된 뒤에도 회사를 계속 다니는 직장인 공은태(이준혁)의 이야기를 그렸다. 거액의 당첨금이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에서 출발하지만, 작품이 집중하는 것은 행운을 얻은 인물의 화려한 변신보다 직장과 동료,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다.

이준혁은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부터 이러한 방향성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영화 '허드슨강의 기적'을 좋아했다며 "모든 것이 조금 올바로 굴러갈 때 나올 수 있는 기적"에 끌렸다고 설명했다. 사회를 뒤흔드는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반대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갈 때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는 것이다.

여러 인물이 함께 중심에 서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이준혁은 "'로또 1등'이 저한테는 첫 주연 같은 느낌이 있다"며 "'좋거나 나쁜 동재'는 스핀오프였으니까 이번에는 여러 인물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이 저한테 와닿았다"고 말했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이준혁 / 사진=티빙(TVING)

공은태는 이준혁의 이전 작품 속 인물들과 비교해도 결이 다르다. 그동안 범죄와 스릴러 등 장르물에서 강렬한 설정을 지닌 인물들을 주로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일상에서 마주할 법한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세밀하게 쌓아 올렸다.

이준혁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며 "제 커리어에서 이상하지 않은 게 '로또 1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캐릭터 연기들이 많았고, 인간이 들어가는 연기는 '로또 1등'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평범한 인물을 연기하는 일이 오히려 자신에게는 새로운 시도였다는 의미다.

이준혁은 기존의 캐릭터 연기에서는 인물에 맞춰 자신을 지우고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공은태는 현실에 존재할 법한 인물인 만큼 자신을 조금 더 활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은태는 보통 사람이라면 할 생각을 하고, 제 이름을 써도 어색하지 않은 캐릭터다. 조금 더 나를 쓰는 지점들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 방식에서도 차이를 느꼈다. 강한 에너지로 장면을 채워야 하는 캐릭터와 달리 공은태는 미세한 리듬으로 움직이는 인물이었다. 상대 배우들의 작은 반응과 장면의 호흡에 맞춰 감정을 조절해야 했다. 이준혁은 이번 작품에서 과장된 표현보다 배우들 사이에 오가는 섬세한 리듬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다고 전했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이준혁 / 사진=티빙(TVING)

공은태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중요했던 요소는 내면의 단단함이었다. 이준혁은 로또 당첨 이후의 공은태를 두고 "내면이 단단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 중심에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사랑과 신념이 있으며, 그런 기준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도 잘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물론 이준혁 자신이 늘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는 스스로도 많이 흔들린다고 인정하면서, 영화를 좋아하고 매체를 공부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것이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밝혔다. 작품을 계속하고 싶은 이유 역시 단순히 연기 자체를 좋아해서만은 아니다.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가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호기심은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도 이어진다. 이준혁은 배우로서 연기하는 일뿐 아니라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까지 알아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가 어떤 고민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지 더 깊이 이해할수록 작품을 보는 재미도 커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투자에 관한 관심도 거창한 사업적 목표라기보다 콘텐츠를 끝까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원하는 작품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준혁은 배우가 기본적으로 선택받는 입장이라는 현실을 인정했다. 원하는 일을 계속하기는 어렵지만, 주어진 작품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주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더 작은 역할을 맡거나 수익성이 낮은 작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는 "도전을 하려면 잃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도전 끝에 좋은 결과를 얻은 작품이 생기면 다음 선택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이준혁 / 사진=티빙(TVING)

이준혁이 작품을 통해 얻는 에너지는 자신보다 더 큰 애정을 쏟는 사람들을 만날 때 생긴다. 그는 최근 인상 깊게 본 작품과 배우들의 작업을 언급하며, 더 좋은 조건이 주어져도 끝까지 기술을 갈고닦고 어려운 연기에 도전하는 태도에서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더 깊이 알아갈수록 그 안의 어려움도 보이지만, 그럼에도 계속 도전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 역시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이준혁에게 연기는 완성된 결과를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끊임없이 알아가고 시도하는 과정에 가깝다. 익숙한 성공 공식에 머무르기보다 아직 충분한 선례가 없는 장르와 역할에 관심을 두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준혁은 오컬트 등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에도 관심을 드러내며, 레퍼런스가 많지 않은 작품을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밝혔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그런 이준혁에게 새로운 연기적 경험을 안긴 작품이다. 거액의 당첨금으로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는 판타지보다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일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화를 만들어가는지에 주목했다. 그 과정에서 이준혁은 자신을 지우기보다 자신에게 익숙한 감정과 믿음을 인물에 담아냈다.

작품을 마친 뒤에도 이준혁의 시선은 다음을 향해 있다. 이준혁은 "엊그제 쫑파티를 했는데, 저는 작품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계속 다음을 생각하는 성격이라 지나간 일은 잘 돌아보지 않는 편이라서다. 그래도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를 하면서 처음 바랐던 건,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가 주목받는 것이었다. 주인공인 제가 다른 배우들이 빛날 수 있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배우들이 모두 주목받게 돼 정말 기뻤다. 감독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좋다. 제가 상대적으로 덤덤한 편이라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게 좋은 거구나' 하고 느끼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이준혁 / 사진=티빙(TVING)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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