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악' 이신기 "허무한 엔딩? 만족스러운 퇴장" [인터뷰]

입력2023년 11월 06일(월) 15:45 최종수정2023년 11월 06일(월) 15:45
최악의 악 이신기 인터뷰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배우 이신기가 떠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는 '최악의 악' 현장을 전했다. 그가 들려준 각종 비화와 준비 과정을 들여다보니, 웰메이드 드라마가 완성될 수 있었던 이유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현장에 걸맞게 캐릭터 연구와 준비에 힘썼던 이신기였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은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 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준모'(지창욱)가 조직에 잠입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 지난달 25일 모든 회차가 공개됐다.

'최악의 악'은 OTT 서비스 순위 집계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공개 2주 만에 한국 1위를 차지하고 6개국에서 TO10을 차지하며 글로벌 성적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강남연합 3인방 중 한 명인 '서종렬'(서부장) 역의 이신기에게도 쏟아졌다.

이 같은 사랑에 이신기는 "우선 같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했는데 결과물도, 스코어도 잘 나오고 있는 걸로 알아서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마무리 짓고 '최악의 악' 현장을 떠나는 것에 아쉬움이 컸다는 이신기는 "현장 분위기도 그렇고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하셔서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신기는 "빈말로 좋았다 하는 수준이 아니라 너무 재미있고 설렜다"면서 "비단 배우나 헤드 스태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막내 스태프들도 '촬영 안 끝났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동욱 감독은 개그를 준비해 갈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고자 했다. 이에 대해 이신기는 "그렇게 웃다가도 슛 들어가기 전 리허설 때부터 스위치가 확 바뀌는 느낌이다. 릴랙스가 잘 되어 있어서 그런지 아무것도 없는 상태서 오히려 탄력적으로 집중하기 수월했던 거 같다"면서 "감독님은 '배우들이 다 했다'고 하시지만 모든 준비가 다 돼있으니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고 배우들의 의견도 가미해서 연출하실 수 있었던 거 같다. 충분한 준비로 가이드라인이 있는 상태서 배우·스태프들의 의견도 수용할 수 있으셨던 거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최악의 악' 인기에 힘입어, 이신기 SNS의 팔로워 수는 단위부터 달라졌고, '형 X무서워요'라는 다소 격하지만 애정 어린 댓글도 이어졌다. 특히나 이신기는 뭇 남성 팬들에게 열렬한 반응을 얻었는데 "사실 팬이 생긴 것 자체가 처음이라 성별 구분 없이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처음엔 이러한 반응이 신기해 모든 DM에 답장하기도 했지만 점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져 답장하지 못하는 것에 미안할 정도라고.

이신기의 서종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헤어스타일과 가죽 소재 재킷을 비롯해 '선글라스'라는 아이템이다. 이는 모두 처음부터 '서종렬'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외형으로 고정돼 있었고, 다만 이신기는 어떤 선글라스가 어울리고 재킷은 어떤 걸 입을지 등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가며 '서종렬'의 외형을 그려냈다.

그리고 그 선글라스는 극 중 서종렬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기철(위하준)에게 선글라스를 선물받고 곧바로 기철에게 받은 선글라스로 교체해 쓰는 서종렬의 모습은 기철에 대한 충성심과 의리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사실 기철에게 선글라스를 선물받는 장면은 원래 대본에 없었지만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신기는 "이런 작은 것에서 서종렬은 기철에게 충성을 하게 된다. 원래 사람들은 작은 것에서 이렇게 충성하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한다. 감독님도 사소한 계기가 쌓여 큰일이 되는 감정선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만들어진 장면이다. 또한 선글라스를 끼면서 '잘만하면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낼 수 있겠다'라고 하는 대사와 연결되는 것도 자연스럽고 타당했던 장면인 거 같다"고 설명했다.

가장 마지막까지 배신하지 않고 충성을 다했던 서종렬. 그의 신의는 준모가 언더커버 경찰이란 사실을 알게 된 때도 드러난다. 처음으로 서종렬이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분노하는 것 역시, 자신의 쓸모를 알고 손 내밀어줬던 '기철을 배신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훨씬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신기는 서종렬이란 캐릭터에 대해 "직선적이고 1차원적"이라고 말했다. "서종렬을 보며 '잔혹'이란 단어가 떠오르는 건 상황이 주는 느낌이라 생각한다"면서 "서종렬은 그냥 누군가를 헤하는 것이 그저 '일'이라서 하는 거다. 아무렇지 않게 그런 일을 행하기 때문에 더욱 사이코패스 같은 느낌이 나서 무섭다 생각하실 수 있다 생각된다. 서종렬은 그저 목적을 위해 해야 할 것을 하는 인물이고 그걸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선글라스와 더불어 '칼잡이' 서종렬에게 있어 칼을 사용한 액션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신기는 일주일에 3~4번씩은 액션스쿨에 가서 연습했다고 밝혔다. 이어 "액션 스타일에 따라 이 인물이 보여지는 부분이 크다. 보통 우리가 '칼잡이' 했을 때 아는 이미지가 있는데, 훈련받은 특수부대 같은 느낌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면서 "더티하고 지저분한, 길바닥 싸움 같은 느낌을 주는 게 좀 더 현실감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액션을 주고받는 합은 맞추되, 혹여나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느낌이 나지 않도록 설정했다는 설명이었다.

서종렬의 액션 중, 정배(임성재)와 엘리베이터 격투신을 촬영하는데 무려 10시간 이상 소요됐다. "화려한 액션보다 두 인물의 목적과 상황이 더 잘 보이게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던 이신기는 액션보다 두 인물의 감정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성재와 현장에서 만들어진 즉흥적인 티키타카를 주고받았던 비화도 밝혔다. "제가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면서 시비를 걸지 않나. 두 사람이 싸우기 전 대사는 현장에서 만들어진 거다. 제가 살짝 웃었는데 (임성재가) 애드리브로 '기분 좋아보인다?' 이렇게 받아치더라. 그런 순간이 많아서 더 재미있엇던 거 같다. 액션은 믿고 맡기면 흐름이 따라오겠다란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서로 연기 티키타카가 맞아떨어지는 순간 소름이 돋기도 했다고. "그런 순간이 많았다. '이것 봐라? 이걸 받네?' 이러면서 저도 자극됐다. 많은 생각을 해서 현장에 가야할 거 같더라. 한편으론 상대에게 믿고 맡기기도 하면서 의지도 됐다"면서 '함께' 작품을 만들고 일조했다는, 일종의 소속감이 더욱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서종렬을 애정한 일부 시청자는 서종렬의 퇴장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이신기는 "분량이 아쉬웠다.(웃음)"며 너스레 떨면서도 "박수받으며 떠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무슨 일이든 끝나면 허무하고. 그래서 그런 엔딩이 마음에 들었다. 서종렬이 그때까지 많은 걸 쌓아왔고 많은 분들이 '너무 허무하다' 하시지만, 그렇게 대단할 것도 없고 허무할 때가 많은 거 같다. 감독님이 그걸 더 잘 살리신 거 같다. 그래서 저는 (서종렬의) 엔딩이 만족스럽다. 또한 서종렬이 처음으로 감정을 표출한 장면이란 점에서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이신기는 칼부림이 난무하는 서종렬의 액션 보다도 관계에서 오는 '쫄깃함'이 '최악의 악'이 가진 감성누아르의 재미였던 거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장르적 클리셰가 들어가고 뻔하다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세련되고 클리셰를 벗어나 '치정멜로'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누아르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면서 얽히고설킨 관계와 인간군상을 통해 '최악의 악'의 감성누아르가 완성된 거 같다고 분석했다.

'최악의 악'이라는 작품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인 이신기. 그의 5년 후, 10년 후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이신기는 "이런 말이 건방질지 모르겠지만, 제가 지금 저를 판단했을 때 서종렬이란 캐릭터가 워낙 임팩트가 있어서 이렇게 관심받는 게 가능할 수 있겠다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요즘 콘텐츠가 이슈됐다가 빠르게 꺼지는 걸 보니, 다음 스텝을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도 있어야겠다 싶고 삶도 잘 살아야겠다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면서 "사실 이렇게 변화가 빨라지기 전까진 이런 역할도 하고 멜로도 하고 센 역할도 하면서 스펙트럼을 넓혀야 이런 생각도 있었지만, 요즘은 다양하게 오래가고 싶다란 생각을 한다. 좀 더 카테고리를 좁히자면 장르나 채널에 국한되지 않고 뮤지컬도 연극도 하고 드라마나 영화도 하고 다양한 매체에서 연기를 선보이고 싶은 게 제일 확고한 그림인 거 같다"라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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