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쥐' 막연하던 공포가 현실이 될 때 [OTT클릭]

입력2026년 08월 28일(금) 16:00 최종수정2026년 08월 28일(금) 16:53
들쥐 메인 포스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본 리뷰는 1~4회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손톱을 먹고 인간으로 둔갑한 들쥐 설화가 현실의 공포가 되어 나타났다. 이 세상에서 '나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막연하던 이야기가 실체화되어 피부에 와닿는 서늘함이 시청자를 압도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의문의 존재에게 이름, 얼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 문재(류준열)와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 노자(설경구), 그리고 형사 순용(이규형)이 들쥐의 정체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추적 스릴러다.

모종의 이유로 친구의 도움을 받아 3년간 칩거 생활을 하던 문재는 자신의 동의 없이 집이 팔린 사실을 알게 된다. 핸드폰은 물론 집도 타인의 명의. '내 것'을 증명할 길이 없다. 엎친 데 덮친 격,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제문재는 트라우마도 떨치고 행정복지센터를 찾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행세를 하며 모든 정보를 바꿔치기 해놨다. 하물며 동창들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누구?"라고 묻는다.

이때 제문재는 어떤 사람이든 찾아내는 노자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화딱지만 나는 제안이지만 노자는 문재와 손잡고 '들쥐'를 찾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이 들쥐 녀석. 문재와 노자의 신경을 긁어대는데, 과연 이 '들쥐'는 누구이며 대체 왜 문재를 세상에서 지워버린 걸까.
들쥐 스틸 / 사진=넷플릭스 제공

신분증 한 장으로 나를 증명하는 시대. 그런데 신분증이 무용지물이 된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사회와 단절된 채, 사회에서 지워졌던 사람이 사회보장 시스템 테두리 안에서 도움을 받기란 어려운 일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사각지대에 놓이기 때문이다.

제문재가 집밖을 나선 순간부터 그의 존재가 사회에서 지워졌단 사실을 증명하는 듯 하다. 이는 단순히 관계적 고립에 의한 외로움이란 감정을 넘어, 나보다 더 나 같은 사람이 등장하더라도 방어할 수단 하나 없는 무력감이란 현실적 공포로 다가온다. 내 돈을 쓰려고 해도 나를 인증해야 하는 시대. 주인공은 택시, 동창회, 은행, 행정복지센터, 파출소 등 '나'를 둘러싼 모든 게 묶여 도망자 신세가 된다. 그가 겪는 사건사고들은 시청자마저 조금씩 옥죈다. 핸드폰 잠금 해제라는 소소한 문제부터 내 과거까지 빼앗기는 공포로 점차 궁지로 몰아넣는다.

이 공포는 배우 류준열의 1인2역 연기를 통해 혼란 속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처음엔 혼란이었던 감정이 '들쥐'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공포로 변하고, 이를 류준열의 두 얼굴이 견인한다.

여기에 '들쥐'를 뒤쫓는 추격 스릴러의 박진감은 야생적인 연기의 대가 배우 설경구가 맡았다. 답답하기 짝이 없는 제문재의 멱살을 끌고 명쾌한 추격스릴러의 전개를 이끈다. 추격의 팽팽한 긴장감 속 녹아든 캐릭터들의 어처구니 없는 티키타카까지 담아냈다.

긴장, 공포, 스릴, 유쾌함 등 극의 흐름을 따라 복합적으로 떠오르는 감정이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이런 롤러코스터가 지루할 틈을 놔두지 않는다. 물론 진실에 다가가는 느릿한 걸음의 전개도 시청자의 성미를 괴롭힌다.

한편 총 10부작으로 제작된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오늘(28일) 전 회차 공개된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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