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본 리뷰에는 1~4화까지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강렬하지만 폭력적이다. 아역 출신 배우 김유정의 파격적인 악역 연기 변신이 돋보이지만, 19세 이상 관람가에 걸맞은 수위 높은 묘사가 어질어질하게 만든다.

6일 오후 6시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X'(극본 최자원·연출 이응복)는 지옥에서 벗어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가면을 쓴 여자 백아진(김유정)과 그에게 짓밟힌 인물들의 이야기다. 반지운 작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63화 분량의 웹툰이 12부작 대본으로 집필됐다.

'친애하는 X' 4화까지는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백아진이 잔혹하고 차가운 본색을 숨긴 톱 여배우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자신을 못 살게 군 어머니가 아버지 백선규(배수빈)의 손에 죽어가지만 어린 백아진이 이를 차갑게 외면해버리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백선규는 황지선(김유미)과 재혼하지만, 황지선은 백아진을 눈엣가시처럼 여긴다. 그는 아들 윤준서(김영대)를 지켜내려는 삐뚤어진 모성을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백아진을 심하게 학대한다. 이를 목격한 윤준서는 백아진에게 부채감과 죄책감을 느끼며 백아진의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백아진이 고등학생이 된 뒤에도 시련은 계속된다. 백선규는 도박에 중독돼 어린 딸을 방치하는 것도 모자라,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 틈만 나면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며 협박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학교에서는 심성희(김이경)와 갈등이 폭발하는데, 그럴 때마다 윤준서가 백아진의 곁을 지키며 조력자 역할을 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백아진은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가진 악인으로 성장했다. 그는 공감능력은 전혀 없고 타인을 자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며 그 고통을 즐긴다. 하지만 무척 빼어난 외모 탓에 롱스타 엔터테인먼트 대표 서미리(김지영)의 눈에 띄게 되고, 수없이 많은 제안 끝에 연예계에 입성해 톱 여배우로 성장하게 된다.

이 작품은 남녀 주인공이 모두 심각한 결핍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어린 시절 심한 학대를 당한 백아진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면을 쓴 여자로 성장하고, 윤준서는 그를 지키기 위해 지옥을 선택하고 스스로 파멸적인 사랑에 뛰어든다.

또 백아진의 주변에는 좋은 어른이 없다. 아버지 백선규와 새엄마 황지선은 두말할 것도 없고, 서미리는 백아진의 본 모습을 알고 있음에도 그를 받아들여 톱스타로 만든다.

다만 야구선수 출신 카페 사장 최정호(김지훈)는 백아진이 인정한 '좋은 어른'에 속한다. 하지만 결국 최정호 또한 백선규를 살해하는 도구로 쓰이고 살인죄를 뒤집어 써 감옥에 간다. 이로써 백아진 주변에는 좋은 어른이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이 상황에서 백아진은 서미리와의 계약 조건으로 자신의 곁을 지키던 윤준서마저 손절한다.

이 작품의 단점이라면 19세인 걸 감안해도 지나치게 수위 높고 폭력적인 묘사가 많다는 것이다. 황지선이 어린 백아진의 얼굴을 물에 담그며 아동학대를 하는 장면, 백선규가 딸 백아진의 얼굴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때리는 장면 등이 그러하다. 한국 사회에서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시청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배우 김유정의 독기 품은 연기는 높은 몰입도를 자랑한다. 김영대와의 완벽한 비주얼 합 또한 장점이다. 여기에 백선규를 연기한 배수빈의 소름 끼치는 악역 연기 등 조연들의 존재감 또한 빛을 발한다.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심장이 쫄깃해지는 스릴러물이 탄생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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