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심야괴담회6'·'금타는 금요일'…방송가 AI 활용 어디까지 왔나 [ST상반기결산]

입력2026년 07월 10일(금) 10:00 최종수정2026년 07월 10일(금) 10:05
김부장, 심야괴담회6, 금타는 금요일 포스터 / 사진=SBS, MBC, TV조선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방송 제작 현장에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은 더 이상 실험적인 기술이 아니다. 드라마 속 북한 군사시설과 차량 추격전부터 예능 속 귀신, 날개 달린 트로트 가수까지. AI는 이제 현실적으로 촬영하기 어려운 장면을 구현하는 제작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는 AI를 실제 프로그램 제작에 활용한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 제작진, MBC '심야괴담회6' 임채원PD, TV조선 '금타는 금요일' 송재은PD에게 방송 제작 현장의 변화를 들어봤다.

◆ "불가능했던 장면도 구현"…드라마까지 확장된 AI

드라마에서 AI를 활용한 대표 사례로는 현재 방영 중인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이 꼽힌다. 작품은 과거 전설적인 공작원이었던 김부장(소지섭)이 하나 뿐인 딸 민지(서수민)를 되찾기 위해 다시 한번 싸우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방송 4회 만에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21.6%를 기록하며 2024년 이후 약 2년 만에 '마의 20%'를 넘긴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SBS 김부장 방송화면 캡처

지난 2회에서는 김부장이 과거 북한 특각에 침투해 대남 강경파 부국장을 납치하는 목숨을 건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부장' 제작진은 북한 군사시설을 배경으로 한 액션 시퀀스를 구현하기 위해 AI를 활용했다.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제한적인 공간이었던 데다, 눈 쌓인 겨울밤 차량 액션을 실제 촬영하는 데 따른 안전 문제도 고려한 결과였다.

제작진은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공간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며 "특히 야간 눈길 차량 액션은. 배우와 스태프 모두에게 위험 부담이 큰 만큼 AI를 활용해 위험 요소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변화는 수정의 자유였다. 제작진은 "기존 촬영에서는 현장에서 구도와 미술, 배우의 연기 등을 결정하면 이후 수정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지만, AI를 활용하면 최종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구도와 앵글, 미술적인 요소와 디테일까지 계속 보완하고 실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AI를 사용했다고 모든 과정이 간단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프롬프트를 반복 수정하고 생성 결과를 선별·보정한 뒤 후반 작업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새로운 형태의 제작 시간이 들어간 것"이라며 "단순히 제작비와 제작 시간을 절감했다는 의미를 넘어, 한정된 제작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것이 가장 큰 효과였다"고 밝혔다.

◆ "CG 몇 주 걸릴 작업이 며칠 만에"…예능 현장도 AI 바람

예능 제작 현장에서도 AI는 빠르게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AI가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속도와 제작 효율이다. 기존에는 CG나 VFX 작업에 수주가 걸리던 장면도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훨씬 짧은 시간 안에 구현할 수 있게 됐고, 제작비 부담도 크게 줄었다. 다만 프로그램마다 AI를 활용하는 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살목지' 열풍의 시작점이자, 매주 기이하고 오싹한 괴담으로 어둑시니(랜선 방청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MBC '심야괴담회6'는 방송계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AI를 재연 장면에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연출을 맡은 임채원PD는 "'심야괴담회'는 회사로부터 큰 제작비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협찬도 많지 않아 제작비가 넉넉하지 않았고, 처음에는 궁여지책으로 AI를 도입했다"며 "그러다 보니 방송계에서 가장 먼저 AI를 활용한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AI 도입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속도였다. 임 PD는 "방송은 속도가 생명이다. CG는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지만 AI는 원하는 결과물을 훨씬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비용과 제작 시간 면에서 확실히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AI는 호러 장르에서 자주 등장하는 귀신이나 크리처, 시체 등을 손쉽게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임 PD는 "예전에는 목이 잘린 시체 같은 특수효과 하나를 만들기 위해 VFX팀에 몇 주 전부터 부탁해야 했다. 지금은 AI를 활용하면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 사람 머리가 세 개 달린 크리처 같은 것도 AI로 표현할 수 있어 연출의 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사진=TV조선 금타는 금요일 방송화면 캡처

가수 김용빈, 손빈아, 천록담, 춘길, 추혁진, 양지은, 정서주 등 트로트 스타들이 총출동해 노래 대결을 펼치는 TV조선 '금타는 금요일' 역시 AI 활용 범위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정서주가 '복권에 당첨돼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AI 기술로 시각화한 쇼츠 영상은 유튜브 조회 수 10만 회를 돌파하며 관심을 모았다.

연출을 맡은 송재은PD는 "처음에는 화면에서 어색한 부분을 수정하는 용도로 시작했다. 그런데 결과물이 예상보다 좋아 활용 범위를 점차 넓히게 됐다"며 "프로그램에 새로운 느낌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제작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제작진은 영상 생성 AI '클링(Kling)'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다. 여러 생성형 AI 서비스를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힉스필드(Higgsfield)'를 통해 클링을 비롯해 다양한 AI 모델을 상황에 맞게 선택해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송 PD는 "기존에는 촬영한 소스 안에서만 편집해야 했다면, AI는 카메라 구도를 바꾸거나 상상 속 이미지를 구현하는 등 표현의 한계를 크게 넓혀준다"며 "CG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추가적인 연출을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비용 절감 효과도 있었다. 송 PD는 "같은 결과물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AI가 3만 원 정도라면 CG는 300만 원 정도가 드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AI도 만능은 아니다…"사람 감성은 아직"→"개인 SNS 공격도"

AI 활용이 늘고 있지만 제작진들은 한계도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부장' 제작진은 AI를 활용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결과물을 원하는 방향으로 세밀하게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을 꼽았다. 제작진은 "기존의 편집이나 VFX는 특정 부분만 선택적으로 수정할 수 있지만, 생성형 AI는 한 부분을 수정하면 전체 결과가 함께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원하는 요소만 디벨롭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질감 표현이나 반복해서 등장하는 인물의 얼굴 일관성, 카메라 앵글과 조명 같은 디테일도 아직은 한계가 있었고, 예상하지 못한 오류를 하나씩 찾아 수정해야 하는 과정도 필요했다"며 "원하는 결과가 한 번에 나올 수도 있지만 수십 번 반복해야 할 수도 있어 작업 시간을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진=MBC 심야괴담회4 방송화면 캡처

'심야괴담회'는 AI 활용과 함께 예상치 못한 시청자 반응도 경험했다. 시즌4 당시 일부 에피소드에서 AI를 활용한 장면들이 나오자 시청자들은 "집중이 안 된다", "몰입이 깨진다"며 비판했다. '심야괴담회'는 재연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가 매력인데 완성도 낮은 AI 이미지가 몰입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임채원PD는 "AI를 가장 먼저 도입했지만 가장 큰 비난도 받은 프로그램이었다"며 "시즌4 당시에는 AI를 쓰지 말라는 반응이 이어졌고 개인 SNS까지 공격받을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또한 "AI 특유의 '불쾌한 골짜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위화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며 "그래도 비용과 시간 측면의 장점이 분명해 지금도 재연을 보조하는 역할로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타는 금요일' 송재은PD는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작진의 경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 현장에서는 AI 교육이 거의 없어 대부분 제작진이 직접 공부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익히고 있다"며 "도구가 좋아도 결국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건 제작진의 경험과 판단"이라고 전했다.

◆ "결국 방송은 사람이 만든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제작진들은 결국 방송의 중심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김부장' 제작진은 "제작비와 시간이 많이 드는 장면, 안전상 위험이 큰 장면에서는 AI 활용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어떤 장면에 AI를 활용할지 판단하고 결과물을 작품의 톤과 연출 의도에 맞게 완성하는 과정에는 여전히 제작진의 기획력과 창의성이 가장 중요하다. AI는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제작의 한계를 넓혀주고 더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제작 파트너"라고 말했다.

임채원PD는 "AI가 더 발전해 시청자가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가 된다면 활용 범위는 더 넓어질 것"이라면서도 "저희 프로그램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부적도 직접 손으로 쓰고 있는데 그런 인간적인 감성은 아직 AI가 따라오기 어렵다"고 전했다.

'심야괴담회'가 지켜야 할 것은 AI보다 이야기라고도 했다. 임 PD는 "시즌6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변함없이 프로그램을 지지해 준 시청자들"이라면서도 "예전에는 제보 사연이 800페이지 가까이 들어왔는데 최근에는 300페이지 수준까지 줄었고 지금은 그보다도 적어 프로그램의 존립을 걱정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 프로그램의 힘은 시청자들이 보내주는 생생한 괴담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좋은 이야기가 있어야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금타는 금요일' 송재은PD 역시 "앞으로 CG와 번역,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활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하지만 방송은 결국 사람이 기획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다. AI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는 있어도 방송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I는 방송 제작의 새로운 도구가 됐지만, 어떤 장면을 만들고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제작진의 몫이다. 제작 현장은 기술의 시대를 맞았지만, 콘텐츠의 본질은 결국 인간의 상상력과 이야기에 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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