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사병' 이홍내의 스위치 온 [인터뷰]

입력2026년 06월 24일(수) 08:30 최종수정2026년 06월 24일(수) 00:40
이홍내 / 사진=신정헌 기자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유쾌함을 잃지 않은 배우 이홍내. 이전 작품들 속 서늘한 그림자는 그의 사람 좋은 미소 뒤로 기분 좋게 흩어졌다. 대신 사랑스러운 취사병으로 '스위치 온'한 배우 이홍내의 순간을 목격했다.

티빙(TVING)오리지널 '취사병 전설이 되다'(극본 최룡·연출 조남형)는 이등병 강성재(박지훈)가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밀리터리 쿡방 판타지 드라마다. 이홍내는 극 중 강림소초의 취사병이자, 강성재의 선임인 윤동현으로 분했다.

이홍내는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군 생활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냥 간지럽게 좋은 얘기만 해주기보다는 조금 '츤데레' 같은 성격이 있었다. 그래서 윤동현처럼 앞에선 좋은 얘기는 못해주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봐주고 옆에 있어주고 힘이 돼주던 기억이 난다"라며 실제 군 시절의 자신과 캐릭터가 비슷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촬영 현장 역시 군대 같았다는 이홍내는 "11년에 입대해 13년에 전역했다. 그 당시의 제 모습을 많이 가져왔다. 장난기 많은.(웃음)"라고 말했다.

사랑스럽고 어리숙한 윤동현을 연기하며 이홍내 역시 사랑스럽고 귀엽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었다. 그는 "생각은 어리숙하지만 따뜻해서 그런지 시청자가 귀엽게 봐주시더라. 부끄러운 얘기지만(웃음) 친한 친구들이랑 있으면 저에게도 귀여운 모습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랑스러운 모습들이 연기로도 나와서 캐릭터도 그렇게 보이면 좋겠다란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 사진=티빙 제공

작품은 일명 '취랄'이라 불리는 장면으로 드라마 팬들 사이 입소문을 타며 많은 사랑받았다. 평소보다도 과장된 연기를 선보여야 하기 때문에 연기자들도 꽤나 힘들지 않았을까라는 반응이 많았다. 다만 이홍내는 그저 '잘 해내고 싶다'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런 대본을 본 적없다. 대본을 보는데 예전에 제가 보던 만화 '요리왕 비룡' '미스터 초밥왕' 등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더라. 그래서 드라마로는 어떻게 표현될까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만화같은 대본에 내가 하나의 기둥으로써 참여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할까,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 생각이 먼저였다"라고 했다.

또한 시청자를 폭소하게 만든 '취랄' 장면이지만, 촬영할 때는 오히려 진지하게 접근했다고. "나까지 웃으면 보는 사람이 안 웃길거 같더라. 평소보다 심각하게 연기를 하려고 했다"라며 "저는 온전히 감독님을 믿고 찍었다. 드라마나 영화는 영상의 예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번 촬영할 때도 감독님이 많은 걸 알려주셨고 많은 얘길하면서 임했다. 감독님을 믿고 찍었기 때문에 취랄 장면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오히려 기대를 하면서 촬영했다"라고 밝혔다.

'요리'가 주요 소재인 작품은 푸드팀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이홍내 역시 푸드팀에 대해 "숨겨진 주인공"이라고 말하며 "제일 고생하신 분들이다. 덥고 춥고 그럴 때도 뒤에서 묵묵히 요리를 하셨다. 요리라는 게 액션만큼 힘든 거 같다. 저희가 먹을 수 있도록 신경 써서 늘 맛있게 해주셨다. 저는 '뽀모도로 명순조'를 진짜 맛있게 먹었다. 뒤에서 계속 주워먹었다.(웃음)"라며 극찬했다.

사실 맛있는 음식도 있었지만 전혀 간이 안 된 음식도 있었다. 실제로 작품상에서 맛이 없는 음식으로 표현된 음식들이었다. 음식소품부터가 연기의 진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 것이었다. 이홍내는 자신이 먹었던 음식들을 회상하며 "그런 음식을 먹고 맛 없는 리액션을 했는데 '무(無)맛'일 때가 있었다"면서 "맛 없는 건 맛 없게, 맛 있는 건 진짜 맛있게 해주셨다"라며 푸드팀의 노고를 치켜세웠다.
이홍내 / 사진=신정헌 기자

이홍내는 '취사병' 이전에는 꽤나 강렬한 캐릭터들을 주로 맡아왔다. 특히 이홍내라는 배우를 대중에게 알리는 출발점이나 다름없던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때는 빌런 지청신 역으로, 지금의 '윤동현'과는 정반대인 꽤나 어두운 캐릭터를 소화해내기도 했다.

정반대의 캐릭터임에도 시청자에게 각인될 정도로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이홍내였지만, 사실 '경이로운 소문' 때는 첫 촬영을 하기 전까지 막막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단순 악역이 아니라) 악귀가 씌어서 지청신이란 인물을 조종하는 상황이라, 다소 두려웠다. 단순히 대사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다른 차원의 뭔가가 있어야 했다"라며 고민 지점을 털어놓았다.

이를 위해 일부러 공동묘지 같은 곳에도 가서 '에너지'를 얻고자 했지만 "너무 무서워서 근처도 못가고 택시타고 돌아왔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비록 제대로 '에너지'를 얻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느꼈던 '서늘함'이란 감각을 연기에 녹여냈다. 그는 "나를 만나는 상대역과 시청자에게 내가 느꼈던 서늘함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택시 드라이버'라는 영화의 OST를 많이 들었다. 몰입하기 위한 제 노력이라면 노력이다. 음악의 힘을 많이 빌렸다. 이중인격자처럼 스위치가 켜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였다"라고 설명했다.

악역 때는 음악을 통해 캐릭터에 몰입하는 '스위치'를 만들었다면, 이번 '취사병' 때는 숏폼 영상이 그의 '스위치'가 됐다. "이번에는 음악도 안 듣고 대본을 많이 보진 않았다. 대신 (유쾌한 감각을 깨울) 재미있는 숏폼 영상들을 많이 봤다"라고 밝혔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 사진=티빙 제공

물론 조남형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이 윤동현이란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이홍내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님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윤동현이 강성재에게 어리광부리는 듯한 모습을 표현할 때도 제 연기를 보시고 '직접적으로 남자다운 느낌인데 좀 더 너드한, 어수룩한 사람처럼 하면 좀 더 윤동현에 가까울 수 있겠다'라고 피드백해주셨다. 또 정말 많이 웃어주셨다. 누군가 제 연기를 보고 웃어주실 때 기분 너무 좋았다"라며 조남형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윤동현이란 캐릭터를 통해 이전 연기와 다른, 유쾌한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던 것일까. 그러나 이홍내는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하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미지를 깨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 다르게 준비를 했고 다 다르게 연기를 했다. '경이로운 소문'도 그렇고 제가 사랑하는 영화 '뜨거운 피', 처음 삭발을 하고 찍었던 BTS 뮤직비디오 '컴백홈' 등 연기를 하면서 반항아적인 역할에 쓰임이 많았는데 이런 역할들을 좋아하는 거 같다. 다 다른 서사를 갖고 있고 제 나름의 차별점을 두고 연기했다. 그래서 윤동현을 연기할 때 사람들이 '연기 변신'이라는 얘길하실 줄 몰랐다. 찍으면서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스스로는 의도하거나 인지하지 못했지만, 주변의 반응을 보면서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게 됐다는 이홍내. 특히나 "'사람들이 나에게 이런 모습을 좋아해주시는구나' 싶었다. 귀여움이 있는 역할로 관심을 받으니 정말 좋다. 어린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한번은 헬스장에서 운동하는데 어르신이 쓱 오셔서 자기가 딸하고 재미있게 보고 있다면서 '귀엽네'라고 쓱 말씀하시고 가시더라. 이런 관심을 받을 줄 몰라 감사했다. 연기에 대한 변신은 모르겠지만 윤동현이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서 요즘 행복하다"라며 기뻐했다.

이제 이홍내는 다음 스위치를 찾아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을 전망이다. "안정적인 역할, 뻔한 연기를 하기보다는 불안정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참여하고 싶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앞으로도 좋은 배우라는,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 나아갈 거다. 이번 작품을 통해 '도전해도 된다'는, 진정성있다면 사랑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시청자들에게 이홍내라는 사람을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안주하지 않고, 취하기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연기하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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