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임대에서 전문 인큐베이터로"… 격변기 맞은 K-스튜디오 산업 [ST취재기획]

입력2026년 03월 18일(수) 08:00 최종수정2026년 07월 18일(토) 08:41
우리들의 발라드, 조각도시, 엑소 뮤비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SBS, SM엔터테인먼트
[스포츠투데이 송오정·임시령 기자] 코로나 팬데믹 당시 글로벌 OTT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전국 곳곳에 대형 세트장과 스튜디오가 생겨났다. '찍을 작품'이 많았기에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팬데믹을 거쳐오면서 시장 불균형이 발생하고, 스튜디오 산업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단순히 임대사업을 넘어 전문성의 영역까지 확장된 '공간'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는 팬데믹 이전과 이후 스튜디오 업계가 느낀 변화를 살펴보고, 생존을 위한 노력과 산업 성장을 위한 청사진 등을 들어봤다.

◆ K콘텐츠의 성장 속 한국 스튜디오 산업의 태동

문화체육관광부가 2025년 공개한 '2023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의 촬영 스튜디오는 80여개로 파악된다. 이중 한국영상위원회가 운영 중인 스튜디오 홍보 사이트 필름코리아에 등록된 스튜디오 업체는 500평 이하 47개, 500평 이상 28개다. 팬데믹 이후 OTT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제작편수도 늘었던 시기에는 스튜디오 가동률이 높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배우 출연료를 비롯한 총제작비가 폭등하고, 제작 편수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스튜디오 산업에 변화가 발생했다.

이러한 K콘텐츠 시장 확장 및 성장에 맞춰 스튜디오 업계는 ▲안정적인 제작 환경 ▲ 일관된 퀄리티 유지 ▲높은 수준의 인프라와 높은 제작 효율 등 필요성이 대두됐다. 스튜디오 파인포레의 송현 대표는 "단순히 공간을 임대하는 스튜디오가 아니라, 제작 과정 전반을 이해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제작 친화형'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 고민 끝에 설립했다"라며 설립배경을 밝혔다.

K팝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SM스튜디오 관계자는 "제작 인프라를 내재화함으로써 기획 단계부터 후반 작업까지 일관된 퀄리티를 유지하고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다. 특히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업계에서 필요한 사항을 반영한 전문 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주된 배경이 됐다"라고 전했다. 결국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갈 수 있으면서 고도화된 작업 환경에 대한 니즈(Needs)가 높아진 것이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다목적 대형 스튜디오 SM스튜디오

특히나 코로나19 판데믹과 함께 엄격한 안전 등의 관리 문제는 물론이고, 글로벌 OTT 플랫폼의 영향력 강화 및 K콘텐츠의 성장에 따른 '대형 스튜디오'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다. 스튜디오 파인포레 송현 대표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극장 중심 콘텐츠가 주를 이뤘다면, 이후에는 OTT 중심으로 제작 구조가 완전히 재편됐다고 느낀다"며 "제작비 관리가 훨씬 엄격해졌고, 스튜디오 선택 기준도 더 까다로워졌다. 안전·방역·동선 분리·장기 대관 가능 여부 등 운영 안정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얘기했다.

SM 스튜디오 관계자 또한 코로나19 이후 업계 전반의 변화를 체감했다. 그는 "OTT 시장의 성장과 K-POP 퍼포먼스의 스케일 확대로 인해 과거의 중소형 스튜디오로는 감당할 수 없는 대규모 세트 구현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높은 층고와 첨단 전동 설비를 갖춘 하이엔드 대형 스튜디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 "공급 과잉으로 인한 경쟁 심화"라는 성장통

팬데믹을 거쳐오면서 OTT 시장, K콘텐츠가 급성장했다. 콘텐츠 공급 증가는 산업 과포화로 인한 여러 애로사항으로도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콘텐츠 과잉 공급현상은 거품이 빠지고 코로나 이전 시장상황으로 돌아가자 갑자기 공급 과잉된 불법 용도 사용 스튜디오, 용도 변경한 스튜디오들의 대관료 가격 덤핑으로 인한 합법 최신 스튜디오들의 가격 정책이 무너졌다.

넥스트스튜디오스 조한주 대표는 "코로나19 이전 스튜디오 업계는 매우 낙후돼 있었던 게 현실이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콘텐츠제작업계의 큰 변화는 영화 오프라인 극장 시장이 무너지고 OTT 시장이 급속도록 확장 성장하면서 콘텐츠 제작 편수가 비례하여 엄청나게 늘어났다. 경찰서 등 관공서와 병원, 호텔, 식당 등 콘텐츠 촬영 주요 공간들 대관이 전염 차단을 위해 불가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스튜디오 세트 분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스튜디오 시설의 공급 부족 현상이 대거 나타났다"고 밝혔다.

스튜디오 파인포레의 송현 대표도 "OTT 붐과 함께 전국적으로 스튜디오 신설이 너무 급격히 늘어났다. 다만 스튜디오는 많이 늘었지만, 실제 제작 현장이 선호하는 운영 시스템과 제작 이해도가 높은 스튜디오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양적 경쟁에서 질적 경쟁으로 전환된 시기라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장기 대관 확보가 어려워지는 부분은 업계 전체의 고민"이라고 밝혔다.

전문 인력 및 예산 저하 및 가격 경쟁 심화 문제도 존재했다. 스튜디오 파인포레 송현 대표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제작비 축소다. OTT 투자 구조가 조정되면서 제작 편수는 유지되지만, 편당 예산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스튜디오 비용 역시 강한 조정 압박을 받는다. 또한 ▲전문 인력 수급 문제 ▲장기 프로젝트 감소 ▲금융 비용상승(PF·대출이자 부담) 이 세 가지가 업계 전반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종합 영상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파인포레

SM 스튜디오 관계자 역시 "팬데믹 기간 중 급격히 늘어난 수요에 맞춰 대형 스튜디오 공급이 늘며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사실이다. 전력비 등 에너지 비용 상승과 인건비 부담은 업계 공통의 과제"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불법 스튜디오의 등장은 업계 혼란을 야기했다. 당시 영화, 드라마, 예능 버라이어티 등 콘텐츠 제작진들은 눈,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어떤 건물이든 관계하지 않고 세트를 지어야 했다. 넥스트스튜디오스 조한주 대표는 "불법 용도 사용의 불법 스튜디오와 경기 침체로 인해 영업 중단된 공장, 물류 창고들의 용도 변경(방송통신시설업변경)한 스튜디오들의 심각한 안전문제 및 제작 스텝진과 배우들인 사용자들의 배려가 없는 부대시설 부재인 소위 '깡통 스튜디오'라 불리는 곳들이 늘어났다. 그로 인해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스튜디오 공급과잉) 현상이 반대로 일어나게 됐다. 당시 물류창고 산업이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으로 무너진 상황이었기에, 공급과잉 현상이 더 많이 만들어지게 됐다"고 봤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국스튜디오협의회 김길호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시기의 비대면 특성에 맞춰 드라마 영화 등의 영상콘텐츠 제작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미쳐 준비되지 못했던 스튜디오산업은 이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였으며 이는 불법과 탈법스튜디오(안전 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일반 창고)들의 발생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스튜디오들은 안전예방 시설의 무방비로 인적, 물적 사고로 이어졌으며, 스튜디오 운영 및 관계자들은 이를 대비하기 위하여 합법적인 스튜디오로 대응하였으나 코로나19 이후 제작수량의 급격한 감소와 여전히 없어지지 않는 불법 스튜디오들로 인하여 운영고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현재도 그 고충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스튜디오, 위기를 기회로…산업 안정화 위한 업계의 노력

이러한 성장통에도 한국 스튜디오 산업의 미래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희망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를 향한 주목도가 높은 만큼, 콘텐츠 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산업이란 것이 스튜디오 업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또한 최근 출범한 협회를 통해 훨씬 양질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스튜디오산업은 단순히 스튜디오 개수를 늘리는 물리적 성장을 마치고 이제는 전문화되고 차별화된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스튜디오 파인포레 송현 대표는 "결국 차별화된 공간과 안정적인 운영 시스템을 갖춘 스튜디오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차별화. 이는 물리적 공간과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각각의 스튜디오별로 특장점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의 거점으로써 역할을 확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SM스튜디오 관계자는 "이제 단순한 촬영장을 넘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기술과 만나 실현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업계 전반에서도 단순한 하드웨어 경쟁이 아닌, 각 스튜디오의 특장점을 살린 전문성 강화에 집중하여 제작의 편의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봤다.
인천에 위치한 대형 종합 영상 스튜디오 넥스트스튜디오스

스튜디오 산업이 변화와 성장을 맞이한 이때, 산업의 질서를 정리하고, 산업 보호를 위해 집단의 목소리를 모을 울타리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한국스튜디오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스튜디오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나 관련 제도는 전무한 상태다. 한국스튜디오협회 김길호 사무국장은 "영상콘텐츠 제작과정에 있어 (스튜디오가) 큰 축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미비점은 산업에 큰 걸림돌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스튜디오 운영 및 관계자들은 의견을 모아 2024년 한국스튜디오협회를 결성했다. 그리고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비영리등록 단체를 허가를 받아 공식적인 사단법인 한국스튜디오 협회가 출범했다. 협회는 "대중문화산업계의 유관단체들과 협업, 정부와 교류 및 제도 설치 등을 통한 스튜디오 산업의 질적·양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란 입장이다.

불법 스튜디오 근절을 통한 업계 질서 정립 역시 스튜디오 산업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다. 한국스튜디오협회는 지난 2024년 8월, 협회 결성 당시에도 비상대책위를 출범하는 등 불법 스튜디오 근절을 1순위 해결 과제로 보고 있다. 한국스튜디오협회 김길호 사무국장은 "스튜디오 관리 제도가 조속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와 정보 교류를 꾸준히 하여 업계의 의견이 적극반영되도록 할 것"이라면서 "우선적으로 '불법 스튜디오 산업 근절 캠페인'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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