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애니→할리우드 속편까지 '기세'…힘 못 쓰는 韓 영화 [ST취재기획]

입력2025년 11월 17일(월) 14:30 최종수정2025년 11월 17일(월) 10:20
사진=각 영화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귀멸의 칼날' '체인소 맨' '프레데터' '위키드2' '나우 유 씨 미3'. 최근 극장가는 그야말로 외화 습격이다. 올해 마지막 성수기를 앞두고 해외 영화 라인업이 날로 풍성해지고 있다.

최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박스오피스 순위권에는 다양한 해외 작품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장기 흥행 중인 일본 애니메이션부터, 대작 속편까지 다양하다. 반면, 한국 영화 분위기는 다르다. 올해 최고 흥행, 예매율 기록을 내어주며 힘겹게 버티고 있다.

▲ '귀멸의 칼날'→'위키드', 외화들의 기세

일본 애니메이션은 여름 성수기부터 흥행 기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8월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누적 관객 562만 명을 돌파하며 일본 역대 영화 1위 '스즈메의 문단속'을 넘어섰다. 개봉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충성 관객층에 힘입어 신기록을 경신한 것. 올해 520만을 돌파한 'F1 더 무비' 기록을 가뿐히 넘기고, 563만명을 돌파한 '좀비딸'도 넘보고 있다.

특수관 매출 상승도 견인했다. CJ CGV가 지난 6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에 따르면 자회사 CJ 4DPLEX는 3분기 매출 340억원, 영업이익 35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 축소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다소 하락했지만, 핵심사업인 4DX 및 SCREENX의 매출은 'F1 더 무비'뿐만 아니라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등 글로벌 흥행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인소 맨: 레제편'의 기세도 무섭다. 9월 개봉 후 12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더니, 지난 16일 315만명을 기록했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조우진 정경호의 '보스'에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으나, 역주행을 이뤄냈다. 일본 영화도 흥행 분위기에 올라탔다. '8번 출구'도 10월 개봉 후, 개봉 4주째 40만 명 이상을 동원했다.

할리우드 속편들도 줄줄이 흥행 청신호를 켰다. 우선 지난 5일 '프레데터: 죽음의 땅', 약 7년 만에 후속편을 내놓은 '나우 유 씨 미3'도 12일 개봉돼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했다. '위키드' 후속편 '위키드: 포 굿'은 19일 개봉된다. '주토피아2'는 오는 26일, 12월에는 '아바타' 시즌3 '아바타: 불과 재'가 라인업을 채운다.

▲ 박스오피스 韓 작품 실종

해외 기대작들로 채워지고 있는 요즘 극장가다. 관객들의 '볼거리'가 많아지고 있다는 긍정 신호이나, 한국 영화 상황은 어쩐지 씁쓸하다. 팬데믹을 거쳐오면서 투자 침체가 발생했고, 이는 제작편수 감소라는 악재로 이어진 상황이다. 외부 요인 속 묵혀뒀던 창고 영화, 몇 없던 억대 대작 영화까지 소진되어 가고 있어 업계의 한숨이 깊어진다.

실제로 한국 영화 개봉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 영화는 지난 2023년 10월까지 535편이 개봉된 바다. 지난해에도 평균 40~50개 수준의 작품들이 개봉해 524편이 관객을 만났지만, 올해 10월까지 개봉된 한국 영화는 453편에 그쳤다. 최저치는 지난 3월 30편, 최고치는 7월 60편 개봉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 미국 등 해외 영화는 총 1776편이 개봉됐다.

박스오피스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한국 영화도 손에 꼽는다. 지난달 29일 개봉된 강하늘 주연의 '퍼스트 라이드'만 유일하게 상위권에서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세계의 주인', '구원자' '어쩔수가없다' '하얀 차를 탄 여자' 등은 10개 순위 안에서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상위권에 장기 집권 중인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8번 출구'와 대비된다.

기대작이었던 '어쩔수가없다' '보스'의 성적도 아쉽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봉된 '어쩔수가없다'는 292만명에 그쳤다. 유일한 추석 영화였던 '보스' 역시 242만명을 기록, 두 작품 모두 300만 벽을 넘지 못하고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국영화 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9월까지 극장 전체 누적 매출액은 73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동기 대비 21.9%(2062억 원) 감소했고, 전체 누적 관객 수는 7520만 명으로 22.4%(2165만 명) 감소했다. 매출액 500억 원 넘긴 영화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F1 더 무비' '좀비딸' 3편 뿐이다.

이중 한국영화 누적 매출액은 339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7%(2240억 원) 감소했다. 누적 관객 수는 3543만 명으로 39.2%(2284만 명) 떨어졌다. 여름 성수기 '좀비딸'이 563만 명을 돌파하며 올해 한국 영화 1위에 올랐으나, 이밖에 히트작 부족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외국영화 매출액은 증가세다. 9월까지 누적 매출액은 39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4.7%(178억 원) 증가했다. 누적 관객 수도 3977만 명으로 3.1%(120만 명) 늘어났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등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특히 외국영화 매출액·관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2018년 이후 9월 외국영화 매출액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대형 배급사 관계자 A 씨는 한국 영화 상황에 공감하며 "최근 관객들은 '검증된 영화'를 선호하고 관람 전부터 입소문과 후기를 꼼꼼히 확인하려는 경향이 이전보다 강해졌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확실한 재미, 신선한 화제성과 다양성을 보이지 못 한 작품은 쉽게 선택받기 어려워졌다. 또한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팬덤이 확실하게 형성되어 지속적인 관람을 이끌어내지 못 한 점도 흥행의 한계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다른 배급사 관계자 B씨도 "최근 시장에서는 관객 규모가 과거와 다르게 형성되면서, 하나의 작품이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구조보다 다양한 중급 규모 작품이 고르게 관객을 모으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이를 (한국영화의) 단순히 부진으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이런 변화 속에서 기획·제작부터 배급까지 전 과정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두드러진 '입소문'의 힘

N차 관람, 실관람객의 입소문은 배우, 감독, 이야기의 완성도과 함께 흥행의 중요 원동력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A 씨는 "과거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일부 마니아층 중심의 장르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TV, OTT 시리즈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미리 검증받으며 주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기반으로, 팬덤의 강한 결속력과 극장의 기술 특화관, 굿즈를 중심으로 이어진 'N차 관람' 문화가 흥행을 견인하고 있으며 이들로 인한 입소문이 일반 관객층의 유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이어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빠른 전개와 강렬한 연출이 도파민을 자극하고, 퀄리티 높은 작화와 액션이 '극장 스크린에서 반드시 봐야 하는 콘텐츠'라는 인식을 강화하며 관객들의 극장 방문을 이끄는 것도 장기 흥행의 주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과거에는 개봉과 동시에 폭넓은 연령대의 관객이 극장을 자연스레 방문했다면, 현재는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선별하고 선택하여 극장을 찾는 관객층이 뚜렷하게 늘어났다. A 씨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아티스트 무비 등 팬덤 기반 관객층이 보다 두터워지며 N차 관람 등 새로운 흥행 구조를 만들고 있다. 기술 특화관이나 특별 상영회, 얼터컨텐츠를 선호하는 관객 비중이 증가하며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관에서의 경험'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관객층도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앞으로 팬덤 중심 콘텐츠, 체험형 콘텐츠 등 오직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지속 개발하는 것이 극장 간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B 씨도 "일본 애니메이션의 흥행은 극장으로 적극적으로 찾아오는 충성도 높은 관객층이 형성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좋아하는 IP를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고자 하는 관객이 늘면서, 극장 관람을 하나의 이벤트처럼 소비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았다. 주차별 굿즈나 특별관 상영 등 팬덤 중심 마케팅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장기 흥행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극장이 하나의 '경험' 공간으로 확장된 셈이다. B 씨는 "현재 극장은 '영화만 보는 공간'에서 더 확장된 의미를 지닌 복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야구 중계, 콘서트 실황, 다양한 문화 이벤트 등 상영 콘텐츠가 넓어지면서 관객들은 극장을 하나의 '경험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별관, 굿즈, GV, 이벤트형 상영 등 기획형 프로그램을 찾는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가 극장가 분위기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고 얘기했다.

올해를 약 두 달 남겨놓은 시점, 하정우 '윗집 사람들'과 홍경 '콘크리트 마켓'이 12월 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나홍진 감독 '호프', 연상호 감독 '군체', 류승완 감독 '휴민트', 유해진 주연 '왕과 사는 나', 박훈정 감독 '슬픈 열대'가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천만 봄이 다시 찾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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