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의 추억' 신예은 "우정 보단 사랑? 이젠 딱 잘라 답할 수 없어요" [인터뷰]

입력2025년 10월 24일(금) 07:25 최종수정2025년 10월 24일(금) 12:11
신예은 / 사진=앤피오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우정을 위해 사랑도 포기한 서종희에게 동화된 걸까. "우정 보단 사랑"이라던 배우 신예은은 이제 같은 질문에 칼 같이 답할 수 없게 됐다. 드라마 '백번의 추억'이란 작품을 만난 뒤부터다.

지난 19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백번의 추억'(극본 양희승 김보람·연출 김상호)은 1980년대 100번 버스 안내양 영례와 종희의 빛나는 우정, 그리고 두 친구의 운명적 남자 재필을 둘러싼 애틋한 첫사랑을 그린 뉴트로 청춘 멜로 드라마. 자체 최고 시청률 8.1%로 막을 내렸다.

극 중 서종희 역으로 분한 신예은은 종영 기념 인터뷰서 "이 시간들이 빠르게 흘러간 것 같고, 인물들의 마음이 제 안에 담겨있어서 벌써 종영이라는 게 '벌써?' 싶기도 하고. 이게 기분이 참 이상하다. 매번 종영을 맞이하지만 매번 새로운 거 같다"며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백번의 추억'만 아니라 디즈니+ 시리즈 '탁류'도 비슷하게 전 회차 공개개 됐는데, 신예은은 "이 시간들 동안 놓친 건 없었을까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안에서 배운 걸 뭘까?' 생각도 해봤다. 이번을 계기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게 도움을 준 너무 다른 두 작품이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작품을 통해 배운 것이 뭔지 묻자, 신예은은 "'탁류'는 선배님들도 많이 계셨고, 감독님께서 배우들 잘 끌어내주신다는 말을 들어서 (감독을) 꼭 뵙고 싶었다.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이 대본을 보는 것에 있어 분석이 이게 끝일까?' '더 열린 마음과 생각을 키워야 하나?'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하는 시간을 배웠다"라고 밝혔다.

이어 "'백번의 추억'은 연기적으로도 배웠고 상대 배우들에게 삶에 대한 걸 배웠다. 사람들과 상의하는 편이다. 항상 제가 정답은 아니니까. 제가 살아온 삶이 직진이었다면 어떠한 사람은 구불한 길도 가보고 때론 멈춰보기도 했던 다른 삶의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 안에서 듣다보면 배우로서 저라는 사람으로서도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까란 걸 많이 배웠다"라고 답했다.
신예은 / 사진=앤피오 제공

특히 '백번의 추억'에서 끈끈한 우정의 워맨스를 그려냈던 김다미와 많은 얘길 나눴다고. 신예은은 "언니는 조급하지 않고 편안하고 본인을 잘 둘러본다. 자신을 잘 체크해 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다. 그것도 자기관리를 잘하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면서 "멋있다 생각했다. 사람은 욕심이 나거나 마음이 앞서면 해보고 싶다란 마음이 드는데 언니는 내가 준비가 되고, 자신있을 때 해내는 모습이 저에겐 충격이었다. 이후로 사람들 만나면서 멋진 사람이라 말하고 다닌다"라며 닮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다미와 워맨스 호흡은 어땠을까. 두 사람의 끈끈한 유대와 관계성은 '백번의 추억'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포인트였기에 합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신예은은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제가 말이 많아 보이지만 많지 않다"면서 "서로가 지켜야 할 선을 본인들이 알고 있어서 언니랑 있으면 편하고 눈만 봐도 어떤 기분인지 공감도 하고. 연기할 때도 눈을 보고 있으면, 눈으로 사람이 말할 수 있단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성향 덕분에 합을 맞추는 것도 편했다고.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을 못 끌어올릴 것 같다란 순간이 있어요. 테이크를 나눠 찍다 보니, 눈물 흘리는 게 힘들 땐, 다미언니한테 '종희야' 한번 불러달라고 했죠. 그 말에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그것만으로 언니와 쌓아온 시간이 잘 만들어진 거 같았어요."

이들의 워맨스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으로 신예은은 서종희와 고영례(김다미)의 옥상에서 보내는 일상신을 꼽았다. 그는 "대사가 길고 신이 길어지면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도 많다. 그런데 그 옥상신은 영례랑 옥탑방에서 캠프하고 노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어떻게 연기해야겠다란 생각은 전혀 안 들어서 우리의 우정과 관계성을 잘 보여주는 거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사랑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자신과 달리, 주변 사람에게 사랑받는 고영례를 동경하고 호기심을 품게 된 서종희. 너무 다른 배경과 상황을 가진 두 사람이지만,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뜨거운 우정을 나누게 됐다.

그런 두 캐릭터를 보고 "우정이란 걸 더 깊게 알게 됐다"고 말한 신예은. 그는 "우정 때문에 희생할 수 있단 걸 경험했다. 종희에게 영례가 너무 크게 자리잡은 거다. 영례가 없어질 때 어쩌면 주위가 다 없어질 수 있을 거 같고, 지금의 행복을 놓고 싶지 않았던 거 같다. 종희에게 다른 삶이 있어 행복했다면 다른 행복을 찾아볼 수 있었을 거다. 그런데 종희에게 영례는 하나뿐인 사람이고 처음 겪는 행복이라 놓고 싶지 않았을 것. 제 자신보다 영례를 좋아하게 된 거다"라고 분석했다.
신예은 / 사진=앤피오 제공

친구와 동시에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된 종희의 입장에 대해 신예은은 "이성이랑 어떠한 연애를 몇 번이나 해봤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다가, 부정적인 마음이 좀 없지않아 있었을 거 같더라. 종희의 삶이 좁다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게. 영례처럼 따뜻하고, 느껴보지 못한 손길에 종희는 흔들린 거 같다. 스무살 종희에게 '진짜 순수하다'라고 생각됐다"고 말했다.

신예은은 그런 종희를 따라가며 자신도 모르게 영례를 깊게 생각하게 됐다. "12부 대본을 읽을 때 '종희를 더 챙겨야지!'하고 보다가 어느 순간 '내 영례, 내 영례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좀 들더라. 마지막 대본을 울면서 봤다. 그만큼 깊게 자리 잡았다란 생각을 좀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희에게 있어 재필(허남준)과 영례 중 선택하라면, 신예은은 "재필이를 순수하고 뜨겁게 사랑했지만, 둘 중 선택하라면 영례인 거 같다"고 덧붙였다.

신예은은 종희와 달리 '우정보다 사랑'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백번의 추억'을 하면서 우정에서 오는 행복과 편안함을 더 깊게 알게 돼 지금 선택하라면 조금 고민해 볼 거 같다. 정말 그런 상황이 닥치게 되면 상황과 감정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순간에는 확실하게 사랑이라고 단칼에 말할 수 없을 거 같다"라며 말할 정도로 '종희'에 동화된 모습을 보였다.

서종희의 삶은 양미숙(서재희)의 수양딸이 된 이후로 크게 뒤바뀐다. "앞 부분엔 날것의 느낌이 있다. 적극적이라고 할까. 사람들의 행동이나 말에 반응하는 게 필터를 거치지 않고 바로바로 뱉어내고 '될대로 돼라' 그런 마음이었다. 수양딸이 된 이후에는 많이 참고 수양딸의 삶을 살기 위해 어머니가 바라는 삶의 에티튜드와 모습을 만들려하는 거 같다. 말투라든가 걸음걸이, 옷스타일도 많이 달라졌다."

처음엔 신예은에 대한 무한한 애정만 드러냈던 양엄마 양미숙. 그러나 점차 '인형 놀이'처럼 종희의 삶을 손아귀에 쥐고 휘두르려 하고, 급기야 '딸을 위해서'라며 노상식(박지환)을 제거하라며 살인 교사하는 등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한다.

그런 양미숙을 연기한 서재희가 카메라 뒤에선 정반대였다고. 연기할 땐 서재희가 정말 무서웠다는 신예은은 "실제론 선배님이 편지를 써서 주시고. 새벽에 촬영하면 배고프지 않냐면서 갑자기 치킨을 시켜서 직접 먹여주시고, 제 이름을 부르며 손을 만지작만지작 하시곤 했다. 정말 따뜻하셨다"고 전했다.
신예은 / 사진=앤피오 제공

현장에는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준 또 다른 연기 선배가 있었다. '탁류'에서도 함께 한 박지환이었다. 박지환에 대해 "엄청난 예술가"라고 말한 신예은은 "'탁류' 처음 했을 때 예은아 우리 신나게 놀자' 이러셔서 즉흥적으로도 많이 하시고, 순간순간 느껴지는 감정으로 많은 걸 만들어내는 선배님이라 생각했다. 전화할 일 생겨서 전화를 주셨는데 2시간이나 통화했다. 배우로서 갖춰야할 걸 담은 책도 엄청 생겨주시고. '연기를 본능적으로도 하지만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하시면서 삶에 대한 얘기도 주셨다. 그런데 책이 너무 어렵더라.(웃음) '그것도 너가 다 읽어보면 너의 최고의 책을 찾아내는 게 숙제이자 더 넓은 걸 알아내는 길이다'면서 양식을 많이 쌓아주셨다"면서 책 사랑이 남다른 박지환의 조언을 들려줬다.

5년 전만 해도 마음에 여유가 없단 걸 스스로 알고 있던 신예은. "해나갈 것들이 있다 보니 제 기대만큼 못해낸 것들이 악순환되는 걸 스스로 느낀 거다"고 말했다. 휴식의 필요성을 느꼈던 신예은은 "쉬는 시간 동안 지난 5년에 비해 여유가 좀 생겼다. 그리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게 됐다"면서 "결과도 많이 중요하다 당연히. 제가 이뤄가야 할 역할이니까. 그런데 과정을 우선시하려 한다"고 밝혔다.

"작품이 끝난 후 제게 남는 건 저에게 촬영장에서의 모습이 떠오르지 숫자가 떠오르는 건 아니더라고요. 과정을 잘 만들어가려고 하고 있어요. 또 어떠한 배우가 되고, 어떻게 연기적으로 성장하고 잘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거 같아요."

신예은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더니 "욕심이라면 저의 작품을 이제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만큼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 멀리 봤을 땐 그냥 건강하게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저의 삶에 너무 크게 작용해서 배우의 삶이 건강하지 못하면 저 자신에게도 영향이 가니까, 이 모든 걸 균형 있게 잘 이뤄가야겠다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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