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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김재철 / 사진=쿠팡플레이 |
김재철이 주연을 맡은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극본 정은경, 박수린·연출 이창희)는 행복한 가정을 팔아온 인기 인플루언서 부부와 진흙탕 이혼 소송 중인 이웃집 의사 부부가 불륜조차 하찮아지는 감당 불가한 비밀로 얽히면서 폭주하는 연쇄 추돌 블랙 코미디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제목부터 시선을 끄는 작품이었다. 김재철 역시 처음 대본을 접했을 때는 제목에 드러난 불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다. 피부과를 운영하는 의사라는 설정도 그가 기존에 맡아온 차갑고 능력 있는 인물의 연장선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본을 읽어갈수록 예상은 빗나갔다. 김재철은 "뒤로 갈수록 '이 친구의 행보가 왜 이러지?' 싶었다"며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보다는 '어떻게 나한테 이런 부분을 주셨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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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김재철 / 사진=쿠팡플레이 |
김재철은 극 중 안수정(조여정)의 전 남편이자 피부과 의사 주보성 역을 맡았다. 안수정과 날 선 대립을 이어가던 주보성은 사건을 거듭할수록 망가지는 모습을 드러냈다. 김재철은 김혜수, 조여정, 김지훈 등과 함께 극을 이끌며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는 "기존에 해왔던 역할들과 너무 달라서 그게 제일 매력적이었다"며 "이런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앞으로 코미디 작품이나 가벼운 캐릭터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주보성은 극 초반 자신의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겉으로는 여유롭고 안정적인 환경에 놓인 인물처럼 보이지만, 사건이 거듭될수록 겁이 많고 나약한 본성이 드러난다.
김재철은 이 같은 인물의 이면을 '인간적인 나약함'으로 해석했다. 그는 "환경적으로 여유로운 것에 비해서 굉장히 나약하고 겁도 많고, 어떻게 보면 보잘것없는 인간 군상 같은 면이 있었다. 그런 부분을 뒤로 갈수록 찾아가는 게 즐거웠다"고 말했다.
주보성의 매력은 그가 완벽한 악인도, 능숙한 문제 해결사도 아니라는 데 있다. 오히려 상황이 꼬일수록 본인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비겁한 선택을 반복한다. 김재철은 이러한 인물을 연기할 때 '덜 미워 보이게' 만드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캐릭터가 밉상이거나 찌질할수록 더 진짜로 해야 덜 미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 망가져야 오히려 귀여움이 한 스푼 추가되고, '그래, 저럴 수도 있지'라는 면이 생긴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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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김재철 / 사진=쿠팡플레이 |
연기 과정에서 김재철이 가장 많이 고민한 것도 '어디까지 찌질해질 수 있느냐'였다. 김재철은 "뒤로 갈수록 '이렇게 나가도 되나, 비겁해도 되나' 싶었다"며 "더 찌질하게 보이려면 어디까지 스피드를 올려야 하나, 어떤 방식으로 더 망가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전했다.
감독과 작가진은 김재철의 이러한 시도를 반겼다. 김재철은 촬영 중간중간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이창희 감독은 그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점차 넓혀줬다. 그는 "제가 '이렇게까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하면 감독님이 좋아해 주셨다"며 "현장에서 하나가 더 나오고, 또 하나가 더 나오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혜수, 조여정, 김지훈 등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은 그에게 자극이 됐다. 김재철은 "선배님들이 워낙 대본에 충실한 배우들이라 그 충실함 위에 애드리브가 더해지는 과정이 달랐다"며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들 사이에서 서로 조금씩 더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혜수와의 재회는 그에게 더욱 각별했다. 김혜수는 김재철의 첫 드라마 출연작인 '하이에나'에서 상대역으로 만난 배우이자, 당시 그를 작품에 추천해준 인연이 있는 선배다. 김재철은 "혜수 선배님은 제게 은인 같은 분"이라며 "'하이에나'를 통해 소속사에 들어가게 됐고, 이후 '파묘'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데 큰 스위치 같은 역할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선배님이 저를 많이 편하게 대해주셔서 그때보다 더 신나게 연기할 수 있었다"며 "강도가 높은 장면들도 혜수 선배님을 다시 만났기 때문에 더 용기 있고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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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김재철 / 사진=쿠팡플레이 |
작품 속 주보성은 가족을 지키려는 인물이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인간성을 잃어간다. 김재철은 작품이 불륜 자체보다 더 큰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봤다. 그는 "결국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기 위해 버려야 하는 인간성이 더 큰 문제 아닐까. 불륜보다 사실 더 큰 문제다. 작품은 그 문제를 통해 인간들이 나약해지고 비겁해지고,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숨기고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재철의 삶은 주보성과 정반대에 가깝다. 그는 가족과 육아에 충실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가족을 놔두고 그런 일을 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아이들의 등하원을 챙기고, 운동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밝혔다.
김재철은 "배우가 아닌 그냥 아빠로서 그런 시간들이 힘들 때도 있지만, 그게 배우로서 자양분이 된다는 걸 알고 있다. 언젠가 가족을 위해 헌사하는 인물을 연기할 때도 제가 살아온 경험에서 조금은 꺼내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를 통해 코미디 연기의 가능성을 확인한 김재철이다. 그는 이 작품을 "2026년에 새로운 블랙 코미디의 장르적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사건은 굉장히 커지고 파국으로 치닫는데, 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는 아주 가볍고 유치하고 인간적이지 않나. 어떨 때는 '저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은 인간 군상을 보는 게 블랙 코미디의 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와 역할도 다양하다. 로맨틱 코미디부터 독립영화까지, 특정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이다. 김재철은 "저는 항상 지금이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배우다. 조금 늦게 시청자분들께 왔고 갈 길이 머니까 계속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고, 사람 냄새가 풍기는 작품이나 독립영화도 진하게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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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김재철 / 사진=쿠팡플레이 |
김재철은 영화 '파묘'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에서는 전혀 다른 결의 인물로 시청자와 만났다. 그러나 정작 그는 대중적 인지도나 변화한 위상을 크게 체감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자신에게 작품이 계속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김재철은 "제일 감사한 건 그래도 작품이 저한테 들어온다는 거다. 어떤 작품을 제안해 주신다는 게 제가 제일 바랐던 거고,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전했다.
데뷔 26년 차, 긴 무명 생활을 지나 지금의 자리에 온 김재철은 자신의 배우 인생을 산에 비유했다. 정상에 도착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렇다고 조급하게 서두르지도 않는다. 그는 "산으로 치면 첫 번째 휴게터 정도 온 것 같다. 조금씩 오르막으로 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긴 기다림의 시간은 이제 그의 연기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 됐다. 김재철은 작품이 없을 때 아이를 돌보고,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시간이 길어지는 게 답답하고 억울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이 제게 약 같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조급해하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해준 시간이다"라며 미소 지었다.
김재철은 앞으로도 자신보다 먼저 걸어간 선배들을 살피며, 언젠가는 자신 역시 누군가에게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좋은 선배님들이 저를 잘 이끌어주셨던 것처럼, 저도 현장에서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 지금처럼 한 발 한 발 가다 보면 언젠가 저도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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