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넘어 IP로…예능가에 분 굿즈 열풍 [ST취재기획]

입력2026년 09월 08일(화) 16:50 최종수정2026년 09월 08일(화) 16:50
사진=채널십오야, MBC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예능과 굿즈,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영역의 만남이다. 아이돌 가수와 배우, 드라마와 영화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굿즈 시장에 예능 프로그램도 뛰어들고 있다. 방송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프로그램과 관련된 상품을 직접 소유하며 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이들이 늘면서다.

예능 굿즈는 프로그램의 로고, 출연진의 모습을 담는 수준을 넘어 캐릭터와 유행어, 장면 등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으로 시청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중이다. 티셔츠와 모자, 가방 등 의류부터 키링과 인형, 머그컵, 스티커, 안대, 차량 번호판 등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까지 품목의 폭도 넓어졌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알리는 홍보물보다는 실제 구매하고 소장할 수 있는 상품으로 제작되면서 하나의 상품군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단연 돋보이는 곳은 나영석 PD가 이끄는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이다. '에그이즈커밍'은 자체 캐릭터 '토롱이'를 앞세운 '지구오락실'과 '지락이의 뛰뛰빵빵'을 비롯해 '콩콩밥밥'과 '콩콩팡팡' '우주떡집'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굿즈를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기반 예능도 이 흐름에 합류했다. '뜬뜬'은 '핑계고' '풍향고' '풍향중' '라면먹고올래?' 등 콘텐츠별 특성을 살린 공식 굿즈를 출시하며 팬들의 소비를 이끌었다. TV라는 기존 방송 플랫폼을 넘어 유튜브에서 탄생한 예능 콘텐츠 역시 자체적인 팬덤과 브랜드를 구축, 굿즈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지상파 예능도 예외는 아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MBC '심야괴담회'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신인감독 김연경' 등도 프로그램의 개성과 출연진의 특징을 활용한 굿즈를 선보이며 시청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판매 방식 역시 진화했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나 전시를 열어 팬들이 직접 콘텐츠를 경험하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콩콩팡팡'을 들 수 있다. '콩콩팡팡'은 출연진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의 멕시코 여행기를 담은 전시와 함께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콘텐츠와 상품을 하나의 경험으로 묶었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보고 상품을 사는 것'에서 나아가 팬들이 콘텐츠의 세계관과 분위기를 오프라인에서 직접 체험하도록 한 셈이다. 국내 팬뿐 아니라 해외 팬들의 관심도 이어지면서 예능 콘텐츠의 굿즈 사업이 국경을 넘어 확장될 가능성도 보여줬다.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부 굿즈는 판매 시작과 동시에 빠르게 품절되는가 하면, 인기 콘텐츠의 경우 팝업스토어에 팬들이 몰리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시청하는 것과 콘텐츠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별개의 소비가 아니라 하나의 연장선상에 놓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뜬뜬, SBS

그렇다면 예능 프로그램들은 왜 굿즈 시장에 뛰어들고 있을까. 먼저 방송 콘텐츠를 둘러싼 수익 구조가 다변화하면서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다른 사업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에서 만들어진 캐릭터와 이미지, 출연진의 케미, 유행어와 밈 등을 하나의 IP로 활용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특히 굿즈는 콘텐츠의 인기를 실질적인 소비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청자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보거나 정해진 이용료를 내고 시청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와 관련된 실물 상품을 구매하면서 또 다른 방식으로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게 된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기존 콘텐츠에서 파생된 IP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새로운 콘텐츠를 별도로 기획하지 않더라도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캐릭터와 소재를 상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높을수록 굿즈와 팝업스토어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나영석 사단'처럼 제작진 자체에 대한 신뢰와 팬층이 형성된 경우에는 더욱 유리하다. 프로그램 하나하나뿐 아니라 제작진이 만들어내는 콘텐츠 전반에 대한 관심이 소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특정 프로그램의 팬을 넘어 제작진과 콘텐츠 브랜드 자체의 팬이 되면서 소비의 범위도 자연스럽게 넓어지는 것이다.

이는 예능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산업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과거 예능의 성과를 판단하는 지표가 시청률이나 화제성, 광고 수익 등이었다면, 최근엔 프로그램에서 파생된 IP가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결국 예능 굿즈의 핵심은 상품 그 자체보다 콘텐츠와 팬 사이의 관계에 있다. 시청자가 해당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그 안에서 만들어진 캐릭터와 장면에 애착을 느낄수록 굿즈는 단순한 물건을 넘어 팬심을 표현하고 콘텐츠와 연결되는 매개체가 된다.
사진=채널십오야

다만 모든 예능이 굿즈 사업에 뛰어든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콘텐츠 자체의 인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상품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고, 상품의 품질이나 가격이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오히려 프로그램 이미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굿즈 사업의 성패 역시 콘텐츠의 경쟁력과 팬덤의 충성도에 달려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예능 굿즈의 영역은 앞으로 더욱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굿즈 판매를 시작으로 팝업스토어와 전시, 캐릭터 사업, 라이선싱 등 다양한 형태의 IP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무한도전' 역시 자체 굿즈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굿즈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량이 높아질수록 프로그램 측의 수익성도 커진다. 설령 기대만큼 판매되지 않더라도 굿즈를 선보이는 것 자체가 팬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팬 활동을 이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시청자들이 굿즈를 구매할 때 단순히 상품의 기능성만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한 팬심과 유대감을 바탕으로 관련 상품을 소비하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팬 활동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예능은 더 이상 방송 시간 안에서만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다.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캐릭터와 밈, 출연진의 관계성까지 상품이 되고, 팬들이 이를 구매하고 경험하면서 콘텐츠의 생명력을 다시 연장한다. 시청률과 조회수를 넘어 ‘무엇을 만들어 팔 수 있는가’까지 고민하는 시대. 예능 굿즈 열풍은 방송 콘텐츠가 하나의 브랜드이자 IP로 변해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단면이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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