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응원 열기, 패배에 탄식으로…광화문 붉은 악마 빠르게 해산 (ST현장) [종합]

입력2026년 06월 19일(금) 12:26 최종수정2026년 06월 19일(금) 13:03
사진=팽현준 기자
[광화문=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광화문광장을 붉게 물들인 응원 열기는 뜨거웠지만 패배와 함께 시민들의 함성은 아쉬운 탄식으로 바뀌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9일 오전 10시(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최국 멕시코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0-1로 졌다.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는 대규모 거리응원이 펼쳐졌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오전 11시 기준 광화문 일대에는 최소 1만 6000명에서 최대 1만 8000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경기가 모두 평일 오전에 열리는 일정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광장은 이른 시간부터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출근길 직장인들과 응원에 나선 축구 팬들의 발걸음이 섞이며 광장은 경기 시작 수 시간 전부터 활기가 넘쳤다.

응원 구역은 KT사옥 인근과 세종대왕상 일대에 마련됐다. 오전 6시부터 입장이 시작된 가운데 킥오프가 다가올수록 중앙 메인 무대와 KT사옥 미디어월 앞 응원단상 주변은 붉은 악마들로 가득 찼다.

사진=팽현준 기자
지난 체코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둔 만큼 이번 멕시코전 거리응원에는 더 많은 팬들이 몰렸다. 친구와 연인, 가족 단위 관람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응원 대열에 합류했다.

응원 복장도 가지각색이었다. 붉은색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팬들은 물론 태극기를 두르거나 페이스 페인팅, 머리띠 등 각종 응원 도구를 착용한 시민들이 광장 곳곳을 메웠다. 30도에 육박하는 더위 속에서도 양산과 부채를 든 팬들은 자리를 지키며 킥오프를 기다렸다.

경기 전 분위기는 뜨거웠다. 밴드 노브랜드의 공연이 이어지자 팬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함성을 질렀고, 응원단의 구호에 맞춰 박수를 쳤다.

킥오프 직전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직장인들은 사원증을 목에 건 채 응원에 동참했고, 광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많은 인파가 몰리자 경찰도 연신 호루라기를 불며 "걸음을 멈추지 말고 이동해달라. 계속 움직여달라"며 안전 강화에 나섰다.

사진=팽현준 기자
경기가 시작되자 광장에는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고, 역습 찬스 때마다 "가야 돼", "나이스" 등의 감탄사가 곳곳에서 들렸다.

결정적인 장면을 놓쳤을 때는 아쉬움도 이어졌다. 전반 15분 손흥민의 로빙슛이 오프사이드로 선언되자 팬들은 일제히 일어섰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고, 전반 19분 멕시코 훌리안 퀴뇨네스의 헤더를 김승규가 처리하자 그의 이름을 연신 외치며 응원 막대를 흔들었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주어지자 팬들은 사진을 찍거나 음료를 마시며 잠시 더위를 식혔다. 경기가 재개된 뒤 한국은 공격의 고삐를 당겼지만 좀처럼 멕시코 골문을 열지 못했다. 슈팅이 번번이 빗나가자 광장 곳곳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전반 40분 설영우의 왼발 슈팅이 골대를 넘어가자 "미치겠다"는 반응이 나왔고, 전반 추가시간에는 이한범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이재성이 마무리하지 못하자 "환장하겠다"는 아쉬움이 이어졌다.

양 팀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시작과 함께 응원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시민들은 선수들의 이름을 연신 외치며 힘을 보탰다.

사진=팽현준 기자
하지만 선제골은 멕시코가 가져갔다. 후반 5분 골키퍼 김승규와 이기혁이 충돌하며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흘러나온 볼을 받은 루이스 로모가 가볍게 슈팅해 골망을 흔들었다.

광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팬들은 굳은 표정으로 전광판을 멍하게 응시했고, 몇몇 응원단은 머리를 감싼 채 주저앉았다. "너무 아깝다", "뭐해 진짜"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고, 일부 팬들은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반면 현장을 찾은 멕시코 팬들은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한국 팬들도 이내 "대~한민국"을 외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잠시 멈췄던 응원가도 다시 힘차게 울려 퍼졌다.

선제골을 넣은 멕시코는 더욱 거세게 한국을 몰아붙였다. 후반 29분 라울 히메네스의 슈팅이 김승규의 선방에 막히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한국은 총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후반 30분 양현준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오프사이드에 걸렸고, 후반 32분에는 이강인의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벗어났다. 기회가 무산될 때마다 현장에서는 절규에 가까운 탄식이 이어졌다.

사진=팽현준 기자
팬들은 침묵 속에서도 박수를 보내며 동점골을 기다렸다. 가장 큰 함성이 터진 순간은 후반 42분이었다. 교체 투입된 조규성의 헤더가 골키퍼 선방에 막히자 "저게 어떻게 안 들어가냐"는 외침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흥분을 가라앉히려 연신 부채질을 하는 팬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반대로 맥시코 팬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한국은 경기 막판까지 득점을 노렸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멕시코의 1-0 승리로 마무리됐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한국 팬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빠르게 짐을 챙겨 현장을 떠났다. 멕시코 팬들은 함께 사진을 찍고 맥주를 마시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비록 승리를 놓쳤지만 팬들은 선수들을 향해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가족과 함께 현장을 찾은 김지원(27) 씨는 "너무 아쉽다. 그래도 개최국을 상대로 잘 싸운 것 같다. 아직 최종전이 남아 있으니 다시 힘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홍명보호는 오는 25일 오전 10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같은 날 광화문광장에서도 거리응원이 이어질 예정이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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