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큰 웃음은 없지만 여운 남는 웃음은 분명이 있다. 어쩌면, 잊을 수밖에 없던 우리의 청춘을 떠올리게 하는 '퍼스트 라이드'다.

29일 개봉된 영화 '퍼스트 라이드'(감독 남대중)는 끝을 보는 놈 태정(강하늘), 해맑은 놈 도진(김영광), 잘생긴 놈 연민(차은우), 눈 뜨고 자는 놈 금복(강영석), 사랑스러운 놈 옥심(한선화)까지 뭉치면 더 웃긴 24년 지기 친구들이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코미디 영화다.

영화는 태정, 도진, 연민, 금복의 어린시절로 시작된다. 이들 네 친구는 서로를 지켜주는 둘도 없는 죽마고우로, 10대 시절을 함께한다.

서로에게 너무나 당연한 존재가 된 사총사. 연민이 수능을 마친 뒤 뉴질랜드로 이사를 간다는 말에, 처음으로 네 명이서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으로 비행기를 놓쳐버리고, 네 명은 그렇게 "다음에 가자"며 여행을 미루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30대가 된 친구들. 일상에 지쳐 얼굴 한 번 보기 어려운 관계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극심한 트라우마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도진이 친구들에게 태국 DJ 페스티벌을 보러가자 제안한다. 얼떨결에 태정 여동생 친구인 옥심까지 함께 첫 여행을 떠나게 됐고, 이들은 첫째날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위기는 계속된다, 엎친대 겹친 격으로 도진의 정신상태까지 불안정해진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일은 계속된다.

'퍼스트 라이드'는 우당탕탕 친구들의 첫 여행기다. 그 속에 개성 강한 태정, 도진, 연민, 금복 캐릭터를 바보 같지만 순수했던 청춘으로 녹여냈다. 모범생이지만 살짝 광기가 있는 태정, 운동 잘하고 구김없는 도진, 요령 넘치고 넉살 좋은 금복, 친구의 오빠를 좋아하는 옥심까지. 개성있지만, 학창시절 어딘가에서 봤던 그런 친구들로 그려져 몰입하게 된다.

때문에 영화 속 코미디 연출도 거부감이 크진 않다. 현실에서 동떨어진 캐릭터가 아닌, 우리의 바보같던 청춘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 물론 일부 과장된 표정, 텐션, 돌발 상황 장면이 호불호 갈릴 수 있겠다. 빵 터지는 큰 웃음보다 피식피식 터지는 웃음이 더 많기도 하다. 남대중 감독의 전작 '30일', 이병헌 감독 '스물'의 코미디 결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찐친' 케미를 보여준 강하늘, 김영광, 차은우, 강영석의 연기력은 두말할 것 없다. 각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30일'을 통해 자신만의 코미디를 입증한 강하늘을 주축으로 모든 캐릭터가 '하나'로 뭉친다. 김영광, 강영석도 망가짐을 불사한 코미디 연기를 보여준다. 차은우는 얼굴로 웃기는게 무리수가 아님을 증명해낸다. 그의 얼굴이 스크린 가득 채워질 때 왠지 모를 감탄 섞인 미소가 지어진다.

다만, 아쉬운 건 옥심의 존재. 친구의 오빠를 짝사랑하며 쫓아다니면서 대학에 5수한 또 다른 바보같은 '놈'이다. 어떻게든 오빠들 무리에 섞이려고 하지만, 태정, 도진, 연민, 금복 우정 서사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 못한다. 오히려 갑자기 튀어나온 로맨스 서사로 다가와 겉돈다. 그나마 '술꾼도시여자들'로 호평받은 한선화였기에, 옥심 캐릭터에 대한 더 큰 혹평은 면했다.

연이어 터지는 위기 전개도 다소 불친절하다. 후반부 반전이 밝혀진 후 전개 구멍이 메워지긴 하지만, 돌발상황들이 모두 납득이 되진 않는다. 마지막 위기는 '왜 하필?'이라는 물음표가 떠오르기도.

그럼에도 '퍼스트 라이드' 결말에선 유쾌한 웃음보다, 같은 아픔과 후회를 가진 이들이라면 공감할만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삶에 지쳐 잊을 수밖에 없던 청춘, 우정을 떠올리게 한다. 러닝타임 116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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