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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넷플릭스 |
지난달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바로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있다. 이 작품은 국내 제작진이 만든 순수 '국산 애니'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K팝과 도파민 넘치는 오컬트 액션을 소재로 저승사자, 북촌과 남산 타워 등 여러 한국적인 요소들을 결합한 미국 애니메이션이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등을 만든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을 맡았고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과 크리스 아펠한스가 공동연출했다.
또한 아덴 조, 안효섭, 다니엘 대 킴, 켄 정, 이병헌, 김윤진 등이 영어·한국어 성우로 나섰으며, 안무가 리정과 그룹 트와이스 정연, 지효, 채영 등 K팝 아티스트들이 OST에 대거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OST 작곡은 더블랙레이블의 수장인 프로듀서 테디를 중심으로 쿠시, 24, 빈스, ido, 대니 정 등이 참여했다. 극 중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Golden)', '하우 이츠 던(How It's Done)'과 저승사자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의 '소다 팝(Soda Pop)', '유어 아이돌(Your Idol)' 등이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의 손을 통해 탄생했다. 극 중 등장하는 모든 곡들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장면들과 찰떡같이 어울리며 애니메이션 OST로서 뛰어난 퀄리티를 인정받았다.
이 곡들은 단순히 애니메이션 OST에서 그치지 않고 글로벌 차트 성적으로도 증명됐다. '유어 아이돌(Your Idol)'은 2일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77위에 올랐고, '골든(Golden)'은 81위에 이름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앨범은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 8위로 진입했다.
곡들만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호랑이 더피, 더피와 함께 다니는 까치 수지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공식 굿즈가 출시되기 전 더피와 비슷한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국립중앙박물관 2024 뮷즈 공모 선정작인 '까치 호랑이 배지' 상품이 품절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극 중 저승사자 캐릭터 사자보이즈가 쓰고 나온 갓 또한 서구권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김밥, 라면 등 K푸드 역시 인기를 입증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된 지 열흘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공개 하루만인 지난달 21일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프랑스, 독일 등 22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11일 연속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달 30일 시청점수 800점에 한국, 대만,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등 23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은 K팝과 한국 문화 열풍 때문인 것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애니메이션이라는 표현 수단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은 표현의 제약이 없어 새로운 세계관의 창작과 구성이 가능하며, 실사와는 또 다른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뚜렷하다. 때문에 실사로 제작하기 어려운 영상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구현해 내는 경우가 많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실사로 만들었을 경우 지금처럼 신드롬급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탄탄한 애니메이션 팬층을 형성해 일정 수준 이상의 관객을 모을 수 있다. 애니메이션은 아동만 보는 것이란 인식과 달리 소재에 따라 남녀노소 다양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사랑의 하츄핑'은 관객 124만 명을,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퇴마록'은 50만 명을 모으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봤으며, 영화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은 국내에서 관객 92만 명을 동원한 바 있다.
한국은 현재 영화·드라마만이 아닌, 애니메이션이라는 또 다른 표현 방식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고 있다. 그 가능성을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증명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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