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코2' 정성일, 무너지면서 드러난 천석중의 민낯을 그리다 [인터뷰]

입력2026년 10월 01일(목) 06:00 최종수정2026년 09월 30일(수) 20:03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정성일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배우 정성일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천석중의 '품위'를 지키는 동시에, 그 권력이 무너지는 순간 드러나는 민낯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시즌1에서 절대적인 아우라를 내뿜던 천석중은 시즌2에서 조금씩 균열을 드러냈고, 정성일은 그 간극을 통해 권력을 가진 한 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정성일이 천석중 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극본 박은교·연출 우민호)는 1970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거대한 욕망과 권력의 이면을 그린 작품이다. 정성일은 극 중 백기태(현빈)와 손잡고 권력의 중심에 선 비서실장 천석중을 연기했다.

정성일은 시즌1과 시즌2에서 천석중이 보여주는 변화에 주목했다. 시즌1에서 천석중은 권력의 2인자로서 무게감과 아우라를 보여줬다면, 시즌2에서는 가진 것을 지키던 인물이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줬다.

정성일은 "시즌1 때는 아우라나 무게감 같은 게 많이 비춰졌다면, 시즌2 때는 그걸 지키면서 어떻게 무너질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며 "그걸 지키면서 무너지는 모습들을 고민하고 연기할 때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천석중의 권력은 스스로 과시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정성일은 오히려 주변 인물들의 태도와 관계를 통해 그의 힘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길 바랐다. 그는 "'내가 힘 있는 사람이야', '권력이 있는 인물이야'라는 걸 더 내세우려고 연기했으면 조금 과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시즌1에서는 주변 배우들이 천석중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를 더 잘 만들어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정성일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천석중이라는 인물은 작품 안에서 가장 허구적인 인물 중 하나이기도 했다. 정성일은 특정 실존 인물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시대 속 권력자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했을지를 상상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모티브로 삼을 수 있는 인물이 특정 인물이 있긴 하지만, 그 인물에서 가장 많이 벗어나고 가장 허구적인 인물이 천석중이라고 생각했다. 비서실장이라는 자리에 이 인물을 놓고 역사적인 사건 안에서 어떻게 동행할 수 있을까를 감독님과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시대적 배경을 살리기 위한 선택도 있었다. 대구 출신인 정성일은 천석중에게 경상도 사투리를 입히자고 우민호 감독에게 직접 제안했다. 짧은 말 안에도 권력자의 무게와 명령을 담아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투리라는 게 길지 않지만 그 뉘앙스 안에 여러 가지를 담을 수 있다"며 "많은 말을 하지 않되 더 무게가 있을 수 있고, 간단명료하지만 명령식이 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천석중의 자세 역시 중요한 연기 포인트였다. 우민호 감독은 정성일에게 늘 고개를 들고 있는 인물을 주문했다. 사람과 상황을 자신의 발밑에 두고 바라보는 듯한 태도였다.

정성일은 "항상 하늘을 향해 고개가 들려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사람이 됐건 모든 것을 자기 발밑에 거느리고 있는 사람 같은 태도와 자태를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렇기에 천석중이 체포된 이후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는 변화는 더욱 선명했다. 정성일은 취조실 장면부터 천석중의 균열을 조금씩 표현했다. 그는 "그전에는 천석중이 고개를 숙일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점점 저도 모르게 고개가 떨어지더라. 그 부분을 가장 고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정성일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다만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에도 천석중의 '품위'만큼은 놓지 않으려 했다. 정성일은 "감독님이 속은 아무리 불안하고 졸려도 품위는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2인자로서 어떻게 그 품위를 지킬 수 있을까를 가장 염두에 뒀다"고 했다.

정성일이 생각한 천석중에게 품위는 권력의 결과이자 욕망의 또 다른 형태였다. 돈과 권력을 모두 가진 사람이 마지막으로 갖고 싶어 하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모습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는 "폭력으로 만들어진 어떤 인물이 돈도 가졌고, 권력도 가졌고 모든 걸 가졌을 때 또 뭔가를 자기한테 바라는 모습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품위인 것 같다"며 "명예, 남들이 나를 이렇게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그 사람에게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즌2에서 천석중의 욕망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과정에는 백기태와의 관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성일은 9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백기태와 천석중의 관계가 더 이상 일방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봤다. 그는 "시즌1 때는 사실 컨트롤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내가 만만하게만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특히 현빈이 만들어낸 9년 후 백기태의 모습은 천석중에게 새로운 긴장감을 줬다. 정성일은 "호칭 하나가 형님으로 바뀌고, 내 앞에 앉아 있는 자세나 그런 모든 것들이 백기태라는 인물이 얼마나 내 위치에 가까이 와 있는지를 느낄 만큼 준비가 잘 돼 있었다"고 현빈과의 호흡을 돌아봤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저도 오히려 조심성이 생기는 부분들이 생겼고, 의존할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인물이었다"며 "백기태라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에 천석중이라는 인물이 더 입체적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정성일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정우성, 허정도 등과의 취조실 장면 역시 그에게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정성일은 상대 배우들이 이미 장건영과 황대식이라는 인물이 되어 현장에 나타났기 때문에, 별도의 계산보다 천석중으로서 맞닥뜨리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그는 "연기라는 생각이 사실 잘 안 들었다. 그들을 만날 때는"이라며 "그냥 벌써 백기현이 됐고 장건영이 됐고 황대식이 돼서 온 인물들과 천석중으로서 만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황대식 역의 허정도와 마주한 장면에서는 실제로 분노를 느낄 정도로 몰입했다고 털어놨다. 정성일은 "그 순간은 정말 너무 진짜 꼴보기 싫고, 총을 뺏어서 진짜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정성일은 자신의 연기 방식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머리로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 사이에서 한쪽에만 의존하지 않으려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머리랑 가슴, 그게 진짜 아직도 저도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머리로만 이해해서 연기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이 연기를 했을 때 온전히 이 인물로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느끼고 연구하고 연습하려고 한다. 궁극적으로 이 인물에 가장 가까이 가려는 노력인 것 같다"고 전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정성일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에게 연기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기도 하다. 천석중을 무조건 이해시키기보다, 그의 선택을 바라보며 관객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라는 생각이다. 정성일은 "저는 늘 연기할 때 질문을 던지고 싶다. 보는 사람들에게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하는 게 극이고, 그 극을 연기하는 배우가 그런 질문을 던져주는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긴 시간 천석중을 연기했지만, 작품이 끝난 뒤에는 캐릭터에서 빠르게 벗어났다고 했다. 무대에서 오랜 시간 한 인물로 살아온 경험 때문에 오히려 작품이 끝난 뒤에는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정성일이다.

그는 "요즘은 그렇게 머물러 있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한다. 끝나는 시점이면 원래 인간 정성일로 돌아오려고 한다"며 "다른 작품에 들어가 또 그 인물로 살다 보면 정작 정성일로 사는 시간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성일이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시간도 같은 맥락이었다. 오랜 무명 시간을 지나 지금의 자리에 온 그는 여전히 연기를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성일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고 없고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냥 시간만 보내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을 얼마만큼 열심히,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을 만큼 잘 노력하면서 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메이드 인 코리아2'를 마친 정성일은 이제 또 다른 인물과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 차기작 '내부자들' 프리퀄에서도 주연을 맡은 그는 아직 캐릭터를 완성하지 않았다며 "연기가 늘 어려운 것 같다. 아직도 고민이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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