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4' 노재원, 담대함과 진중함으로 연 포문 [인터뷰]

입력2026년 09월 18일(금) 08:00 최종수정2026년 09월 17일(목) 16:34
타짜: 벨제붑의 노래 노재원 / 사진=CJ ENM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배우 노재원이 상업영화 첫 주연이라는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부담과 감사함, 외로움과 성장통을 모두 지나온 끝에 그는 다음을 바라보고 있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이하 '타짜4')는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세상을 다 가진 줄 알았던 장태영(변요한), 그리고 그의 모든 것을 빼앗은 같은 이름의 절친 박태영(노재원)이 글로벌 도박판에서 다시 만나 복수의 한 판을 벌이게 되는 범죄 영화다. 허영만 원작 만화 '타짜'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자, 영화 '타짜' 시리즈의 20주년의 피날레다.

노재원은 극 중 포커에 있어 타고난 천재 플레이어지만, 장태영과의 경쟁에서 늘 뒤처지는 라이벌이자 포커 비즈니스에 뛰어든 뒤 성공에 집착하게 되는 박태영 역으로 분했다.

먼저 그는 "기분이 꿈만 같다.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고 느끼고 있다"며 "상업영화 첫 주연인데 좋게 봐주셨다면 너무 감사하다. 부족한 게 있다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최선을 다했다"고 운을 뗐다.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기존 시리즈와의 차별점이었다. "대본 자체가 기존 '타짜'와 너무 다른 내용이었다. 만약 비슷한 이야기였다면 큰 매력을 못 느꼈을 것 같다"며 "너무나 새로운 작품으로 느껴졌다. 부담감보다는 나만의 세상으로 표현해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연의 무게감에 설렘보다 걱정이 앞섰다고. "박태영이라는 인물이 너무 어려워 보였다. 머릿속이 더 복잡했다. 그동안 제가 맡았던 캐릭터들을 정말 애정했기 때문"이라며 "이 영화를 하기로 했고,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노재원이라는 이름을 보고 해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가 돼야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걸 그때가 돼서야 피부로 느꼈다"고 떠올렸다.

이어 "감독님께 '투자 받게 됐다'고 연락이 왔을 때 어찌나 기분이 좋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막상 촬영이 시작된 후 까맣게 잊은 채 제 연기에만 고립되고 말았다. 다 끝나고 보니 결과가 어떻든 정말 감사한 일이구나, 언제나 있는 일은 아니구나 싶더라"라고 덧붙였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 스틸 / 사진=CJ ENM

그는 캐릭터를 준비할 때 자신만의 루틴이 있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매 작품마다 다르다. 굳이 꼽자면 창의적인 연습 방법을 찾는 편이다. '이 캐릭터만의 준비 방법은 뭐가 있을까?'를 생각한다"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때는 노량진에 많이 갔고, '오징어 게임2' 때는 연습실을 잡아서 클럽 음악을 틀고 춤을 췄다. 이번에는 제일 친한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게 하나의 영감을 받는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영화에서는 상당 부분의 이야기가 압축됐지만, 원래 촬영본에는 박태영의 내면과 장태영을 향한 감정이 보다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전 박태영을 절대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훨씬 더 많은 신이 있었다. 박태영이 장태영을 닮기 위해 사소한 것까지 따라 하는 장면도 많았고, 대표로 인정받지 못하는 신이나 사랑받지 못하는 모습,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도 있었다"며 "장면이 날아간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편집되면서 더더욱 악인처럼 보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신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노재원은 두 사람의 관계를 '하나의 축복이자 불행'이라고 표현했다. "장태영은 박태영에게 누구보다 응원해주는 분신 같은 친구였다. 그 친구와 저의 관계를 박태영을 연기하면서 많이 녹여냈다. 그런데 결국 박태영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선택하지 않나. 그 선택의 타당성을 찾는 게 어려웠다. 지금까지 패배자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최선을 다해서 성취하자는 생각이었다. 노력한 만큼 칭찬받아야 한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임했다."

영화 속 박태영과 실제 자신 사이에는 분명한 거리도 있었다. "제가 바라본 박태영보다 영화 속 박태영이 더 모나 보이고 안타까웠다. 지금의 전 박태영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했다."

장태영의 누나 장태희(임세미)를 살해하는 장면은 특히 힘든 순간이었다. "그 장면은 아직도 잘 못 보겠다. 원래는 태희에게 구애하는 장면이 더 많았다. 정말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기할 자신이 없더라. 굉장히 폭력적인 신이지 않나"라며 "어쨌든 해야만 하니까 장태영을 배신한 것, 불법적인 일을 한 것을 절대 들키면 안 된단 점에 집중했다. 그 사람에 대한 연민을 붙잡고 있으면 안 되겠더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악마 같은 새끼'라는 말을 듣고 뺨까지 맞으니 트리거가 눌리지 않았나 싶다"고 떠올렸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 스틸 / 사진=CJ ENM

가장 인상 깊게 꼽은 장면은 마지막 카드 신이었다. 장태영과 박태영이 마주하는 순간, 그동안 직접 꺼내지 못했던 감정을 쏟아내는 부분이다. "장태영에게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해본 적은 없었다. 요한 선배님과 저도 말을 많이 아꼈다. 각자 분량이 찢어져 있다 보니 서로 어떤 생각으로 연기했는지도 모른 채 지냈다"며 "대본에는 '맹수 둘이 눈을 마주친다'는 지문이 있었지만 못 쳐다보겠더라. '운으로 먹고 산 새끼는 이해 못해'라면서 과거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할 때가 많이 생각난다. 너무 슬프고 눈물이 났다."

상대 배우 변요한과의 인연은 꽤 특별했다. 앞서 '삼식이 삼촌'에서 만난 두 사람은 '타짜4'를 통해 재회했다. 노재원은 "'삼식이 삼촌' 때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선배님께서 제게 '너 주연 되는 거 응원한다. 꼭 해라'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러다 정말 1~2년 뒤에 다시 만나게 됐다. 그것도 가장 친한 두 캐릭터로 만나게 된 것"이라며 "선배님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소회를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동료 배우들에게서 받은 자극도 많았다. "윤경호 선배님이 해바라기씨를 '퉤퉤' 하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왜 갑자기 북한 사투리를 쓰시지?' 싶기도 했다. 원래는 없는 설정을 직접 만들어오신 거였다"며 "편집된 조·단역 배우분들 중에서도 연기가 인상 깊던 분들이 꽤 있다"고 회상했다.

문지훈(스윙스)과의 작업 역시 그에게 자극이 됐다. "그분께서 연기 영상을 장난으로 올린 것도 아니고 너무 진지했다. 그 안에 연기적인 장점도 분명히 보였다. 저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동료 배우들 중에서도 오디션 볼 기회조차 없어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본인이 먼저 길을 만들려고 하는 추진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형과 연기 이야기를 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 배우의 입장에서 제 말을 들으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무섭다. 스펀지 같은 사람이라 제 이야기를 다 흡수하려고 한다. 엄청 똑똑한 사람이다. 그런 모습을 통해 저도 많이 배운다"고 덧붙였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 노재원 / 사진=CJ ENM

노재원에게 '타짜4'는 배우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 시간이기도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혼자 외로움을 택하는 거였다. 액션을 하면 그냥 '띡' 하고 나오는 게 아니라 너무 어려웠다. 주변을 살피면서 많은 사람들을 아우르고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너무 제 연기에만 매몰됐던 게 아닌가 반성하고 있다."

또한 "많은 분들께서 제가 매력적인 역할을 맡아왔다고 하신다. 전 연기할 때 단 한 번도 비열하게, 내가 하는 캐릭터가 못됐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한 적이 없다"며 "역할을 절대 기능적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다. 어떤 감독님의 마음에 들지 않을지언정 연기를 도구처럼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는 소신도 드러냈다.

노재원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 누구보다 냉정한 편이었다. "그게 단점인 것 같다"던 그는 "요즘은 연극을 준비하면서 재밌게만 하고 있다. 그동안 제가 너무 박하게 했던 것 같아 후회스럽기도 하다. 제가 새로워져야 새로운 걸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넓혔다. 여유도 생겼고 연극을 하면서 배운 것도 많다"고 돌아봤다.

이어 "앞으로 평범한 역할도 너무 하고 싶다. 사랑이 가득하고, 미움이 아니라 위안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간절히 해보고 싶다. 로맨틱 코미디는 진짜 아껴뒀다가 제가 헌신할 수 있을 때 하길 원한다. 지금부터 외모를 최대한 가꾸고 관리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다. 살은 빼도 관리를 해본 적은 없는데 이제야 중요성을 느꼈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노재원의 MBTI는 INFP다. 평소 내향인으로 알려진 그는 "저도 친해지면 장난기가 많고 또 다른 모습들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낯가림이 심해서 그렇다. 그걸 뚫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다음 작품을 하면 최선을 다해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다가가려고 하면 스스로 기괴함, 이상함, 어색함을 느낀다. 그래도 그날의 에너지를 다 쏟곤 한다."

추석 극장가에서 여러 영화가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타짜4'를 향한 마음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실 추석 연휴 때 개봉하는 게 영화 시장에서 큰일이라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경쟁작'이라 부르는데 저는 그 작품들과 경쟁할 마음이 없다"며 "우리 영화가 잘되면 좋겠지만 저도 다른 영화들이 너무 궁금하다. 언젠가 꼭 뵙고 싶은, 너무 좋아하는 선배님들과 감독님들이 계신다. 그래도 솔직히 '타짜4'가 더 잘됐으면 좋겠다. 그럴 만한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끝으로 노재원은 "'타짜4'를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이제는 제 연기만 보는 사람이 아니라 주변을 함께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젠가 사랑이 가득한 역할을 통해 누군가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배우로 거듭나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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