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 끝내 울어버린 '경주기행', 사랑스러운 네 모녀의 복수극 [무비뷰]

입력2026년 08월 25일(화) 08:01 최종수정2026년 08월 24일(월) 21:49
경주기행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이토록 슬프고 따뜻한 복수극이 있을까. 누군가를 위로하고 위로받는 네 모녀의 '경주기행'이 마음속 깊이 남는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경주기행'(연출 김미조·제작 스튜디오 하이파이브)은 수학여행을 떠난 뒤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을 기다린 네 모녀가 '죽이는' 여행을 떠나는 가족 복수극이다.

영화는 가해자 백상현(변요한)이 납치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엄마 옥실(이정은)과 세 딸 장주(공효진), 영주(박소담), 동주(이연)는 다 쓰러져가는 봉고차에 그를 태운다.

네 모녀의 알리바이는 경주 가족여행. 이들은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고 단란하게 경주 곳곳을 여행하면서도, 8년 전 사건에 대한 복수 계획을 하나씩 실행한다.

엄마 옥실은 막내딸이 죽자 오로지 복수라는 일념 하나로 하루를 버텨낸다. 장녀 장주, 영주, 동주는 엄마의 뜻을 따르다가도 의견이 부딪히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백상현이 도망치며 네 모녀의 계획은 오합지졸로 꼬인다.

'경주기행'은 전형적인 가족 복수극의 문법을 따르는 듯하다가도 이내 분위기를 바꿔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네 모녀가 막내를 죽인 살인범을 납치해 단죄하려다 위기에 봉착하고 결말에 다다르는 기본 플롯은 익숙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네 모녀의 복수 계획, 현실 가족 같은 '찐' 케미스트리, 의외의 스릴러와 블랙코미디 요소가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특히 '경주기행'을 봐야 하는 핵심 이유를 꼽자면 네 배우의 케미스트리다. 극 중에서 생동감 있게 펼쳐지는 배우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의 호흡은 두말할 것 없이 완벽하다. 이정은은 복수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엄마의 슬픔을 복합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마지막 순간 처절한 그의 얼굴과 눈빛은 깊은 잔상을 남긴다.

엄마 말에 복종하며 동생들을 이끌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장녀 공효진은 감정의 밸런스를 완벽하게 맞춘다. 엄마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에서는 K-장녀의 설움과 책임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둘째 박소담과 셋째 이연도 늘 티격태격하는 '찐' 자매 관계를 보여준다. 철없어 보이다가도 언니와 엄마를 지켜주고 위기의 순간 누구보다 든든한 둘째와 셋째를 자연스럽게 연기해낸다. 나의 이야기, 누군가의 이야기 같은 평범한 이 네 모녀의 모습을 보다 보면 남몰래 눈물 흘리며 공감할 포인트가 많다. 복수를 계획하지만, 슬픔에 괴로워하며 좌충우돌하는 네 모녀가 사랑스러운 이유다.

여기에 백상현 역의 변요한은 스릴러를 담당한다. 네 모녀가 등장할 때는 블랙코미디가 가미된 가족 복수극의 분위기였다면, 그가 탈출해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부터는 긴장감이 더해진다. 노개런티 출연이 맞는지 의심될 만큼 기대 이상의 열연을 보여줘 관객의 분노를 끌어낸다.

'경주기행'은 평범한 가족극이라 생각했던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다. 기대 이상의 감동, 분노, 웃음, 슬픔, 여운, 위로까지 갖췄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111분의 러닝타임이 흘러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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