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악몽이 북중미까지…홍명보의 월드컵은 또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한국 축구 치욕의 날⑥]

입력2026년 06월 28일(일) 11:50 최종수정2026년 06월 28일(일) 17:44
홍명보 감독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2014년 브라질에서의 악몽은 12년이 지난 북중미에서도 되풀이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에서 1승 2패(승점 3), 골 득실 -1로 3위에 머물며 탈락했다.

한국은 체코와의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개최국 멕시코에 0-1로 패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최종전에서는 비기기만 해도 32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0-1로 무너지면서 자력 진출 기회를 놓쳤다.

이번 대회는 각 조 1, 2위와 각 조 3위 팀 가운데 상위 8개 팀이 32강에 진출한다. 남아공전 직후만 해도 한국은 9가지 경우의 수 가운데 3개만 충족해도 32강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조에서 예상 밖 결과가 잇따르며 결국 조별리그 탙락이 확정됐다.

이 모든 결과의 중심에는 홍명보 감독이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실패 이후 12년 만에 다시 월드컵 무대에 선 그는 과거의 아쉬움을 씻어내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과도 과정도 달라진 건 없었다.

홍 감독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U-23 대표팀을 이끌고 동메달 신화를 썼다. 이후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그는 런던 올림픽 멤버들을 주축으로 삼아 브라질 월드컵에 나섰다. 그러나 홍 감독의 지휘 아래 한국은 1무 2패(승점 1)로 조 최하위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당시 홍 감독은 특정 선수를 내내 기용해 '의리 축구'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알제리에게 2-4로 패하는 참사를 당하며 전술 변화가 없다, 대응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2024년 대표팀에 복귀한 뒤에도 상황은 순탄치 않았다. 선임 과정부터 불공정 의혹에 휩싸이며 축구 팬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결국 그해 9월 그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축구 인생 40년 중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였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어려운 점을 외면하기 어려웠다"며 "국가대표팀에 마지막으로 봉사하기로 했다. 10년 전 갖고 있던 책임감, 사명감이 다시는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면담 후 나와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홍명보 감독 / 사진=GettyImages 제공
그러나 북중미 월드컵에서 드러난 문제는 12년 전 브라질 대회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남아공전에서 한국은 전술적인 변화를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 흐름을 바꾸기 위한 과감한 선택보다 같은 포지션의 선수 교체가 반복됐고 상대 변화에 대한 대응도 부족했다. 손흥민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게 유일한 승부수였다.

선수 기용 역시 논란이 이어졌다. 손흥민 활용법은 조별리그 내내 도마에 올랐고, 상대 맞춤형 전술이나 경기 중 유연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경기 흐름을 읽고 변화를 주기보다 준비한 계획 안에서만 경기를 운영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 월드컵 본선을 지휘한 감독이 됐지만 두 대회 모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브라질 월드컵 1무 2패, 북중미 월드컵 1승 2패를 합치면 월드컵 본선 성적은 1승 1무 4패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는 점이다. 이번 대표팀은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을 앞세워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선수층은 분명 2014년보다 강해졌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남아공전 후 박지성 해설위원의 지적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박 위원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잘못됐을 때 준비하는 과정이 안 좋았고, 결과도 안 좋게 나왔다.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사건들이 있었다"며 "2014년 안 좋았던 대회를 그대로 반복했다는 건 역사가 그대로 반복된 거다. 결국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는 곳에서 잘못을 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의 실패는 홍명보 감독 한 사람의 탓으로만 끝날 문제가 아니다. 브라질에서 남긴 숙제를 12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같은 실수가 반복됐다. 홍 감독 개인의 책임은 물론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운영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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