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웹툰 작가 출신 방송인 김풍이 과거 캐릭터 사업으로 월 매출 10억을 달성했으나 사업을 접은 이유를 밝혔다.

24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김풍이 출연했다.

이날 김풍은 "어렸을 때 만화 그리는 걸 좋아했다. 뒷자리에서 몰래 그림 그리는 친구들 중 하나였다. 당시 작품 제목이 '천하제일 무도회'였는데 담임 선생님들을 캐릭터화해서 서로 대결시키는 내용이었다. 영어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나긋나긋하게 하시면 절반 정도는 쓰러졌다. 이걸 일종의 필살기로 썼다"며 "열심히 점심시간까지 그린 다음에 만화를 1반부터 돌렸다. 점심시간 끝날 무렵쯤 다시 돌아오는데 그 뒷장에는 촌평들이 있었다. 수업보다 그 재미에 학교를 다녔다"고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삼수 끝에 홍대 미대에 입학했다는 김풍은 "졸업은 못했다. 사회생활을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 보니까. 아쉽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강남의 나이트클럽을 자주 갔다며 "부모님께서 대학만 가면 아무런 터치도 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때 주말마다 나이트클럽 댄스 대회가 열려서 거기에 나갔다. 대회용 닉네임을 만드는데 저는 드라마 '순풍 산부인과'를 좋아해 '김풍'으로 출전했다"고 현재 김풍이란 이름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당시 '순풍 산부인과' 동호회 부시솝 출신이었던 김풍은 웨이터 '박세리'로부터 '김풍'이라는 이름을 추천받았다며,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말년, 기안84 등 수많은 웹툰 작가를 배출한 '카툰 연재 갤러리' 창시자가 된 사연도 전했다. 김풍은 "지금으로 치면 밈이다. 그런 게 재밌어 이걸 만화로 만들어보자고 한 게 '폐인의 세계'였다"며 "인터넷 문화를 아는 사람들만 재밌게 볼 수 있었는데 그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래서 사이트 대표님에게 메일 보내서 '만화를 어디에 올리면 되냐'고 했더니 게시판을 만들어줘서 카툰 갤러리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이후 김풍은 싸이월드 측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26세의 나이에 캐릭터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싸이월드 측에서 캐릭터로 미니홈피 스킨과 미니미를 만들고 싶다며 기획서를 보내왔다. '도토리로 환전하는' 대목을 보며 사기 집단인가 싶었다"며 "'뭔가 수상하다. 돈이 입금되면 해. 움직이지 마'라고 했는데 진짜로 입금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싸이월드가 유행하면서 캐릭터 회사를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김풍의 회사는 월 매출 10억을 달성했으며, 직원도 16명까지 늘어났다고. 그러나 사업을 접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저는 단순히 캐릭터 개발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사람을 만나서 영업도 해야 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캐릭터를 사용하고 싶다며 미팅 제안이 온 거다. 상대가 술기운이 올라서 그런지 갑자기 내 따귀를 때리더라. 대화를 하다가 기분이 안 좋아진 것 같았다. 그때 회의감이 세게 와서 '이 사업을 계속 하는 게 맞나'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동업자에게 사업을 넘기고 극단에 들어간 김풍은 "장항준 감독님과 친했다. 내가 원래부터 뮤지컬과 연극, 영화를 좋아했다. 중간에 영화기자도 1년 반 정도 했었다. 장항준 감독님에게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형이 '그럼 너 극단에 들어가'라고 하시더니 바로 극단을 연결시켜주셨다"고 밝혔다. 이후 2007년 웹툰 시장이 활성화되던 시기에 다시 웹툰 세계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풍은 "웹툰을 다시 그렸는데 별 반응이 없었다. 너무 충격이었다. 20대 때 그렸던 작품 수준에 머물러 있던 거다. '나 그래도 김풍인데?'라는 되게 거만한 생각으로 했던 거다. 결국 연재는 다 거절당하고 술 마시고 놀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잘 나가던 웹툰 작가들을 질투하고 욕했다며 "꼴에 웹툰 작가라는 자존심은 있어서 작가 모임에 나갔다.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쫙 있는데 왠지 술잔도 거만하게 잡는 것 같고 내 눈에는 모든 게 다 싫었다. 뒤에서 못 나가는 작가들이랑 앉아서 웹툰 보면서 '이거 복붙 아니야?'라고 이야기하곤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많이 삐뚤어졌고 정말 뒤틀린 분재 같은 느낌이었다. 큰 나무도 아니고 작은 분재인데 뒤틀려 있는 거다. 그러고 나서 못 나가는 작가들에게 꼭 '나 내일 콘티 보낼 거니까 바로 체크해'라고 했다. 그래놓고는 술 먹고 또 늦게 자는 거다. 정말 뒤틀리고 뾰족뾰족한 삶을 살았다"고 밝혔다. 절친인 침착맨의 인기를 질투해 뒷담화하기도 했다며 "'그림을 저따위로 그리냐', '이게 그림이냐'고 욕했다. '이게 웃겨? 왜 사람들이 열광하는 거야?'라면서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풍은 "제가 그때 당시 감정을 다 일기로 썼다. 정말 가감없이. 가끔 가다 일기를 보면 나도 놀란다. 정말 더러워서 못 볼 정도의 글들을 썼다. 그걸 보면 겉모습이 아니라 속에 있는 장기를 보는 것 같다. 몸에 있는 노폐물, 내장지방, 지방간을 보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웹툰을 그리던 김풍이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밝혔다. 그는 "그 당시 트위터가 처음 생겼는데 재밌더라. 글을 조금 쓰면 사람들이 열광했다. 140자 안으로 사람을 이렇게 열광시키는 것, 웹툰 작가 출신으로서 너무 껌인데?"라며 웃었다. 이어 "사실 돈은 전혀 안 된다. 여기 방구석에서 나는 스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팔로워 수를 늘리고, 웹툰은 못 그려도 나는 이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온갖 재밌는 글들을 쓰다가 하나를 잡은 거다. 요리 사진을 올리니까 반응이 좋았다. 그 당시엔 지금처럼 배달 앱도 없었고 밤 10시 이후엔 기껏해야 치킨 한두 가게 정도지 그 야식 시간을 노려서 요리 사진을 찍어서 올렸다"고 밝혔다. 그렇게 Olive 제작진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더 만만한 레시피'로 요리 방송에 데뷔했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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