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버스 정원 2배…46명 목숨 앗아간 경서중 수학여행 참사 [종합]

입력2026년 10월 02일(금) 09:25 최종수정2026년 10월 02일(금) 09:25
사진=SBS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꼬꼬무'가 1970년 발생한 경서중학교 수학여행 버스 참사의 참혹한 전말과 수십 년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진실을 조명했다.

1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악몽의 수학여행' 편으로 꾸며졌다. 방송인 정이랑, 그룹 원어스 건희, 볼빨간사춘기 안지영이 이야기 친구로 출연했다.

이날 방송은 닐슨코리아 기준 수도권과 전국 시청률 3.0%를 기록하며 교양·예능 프로그램을 통틀어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사건은 1970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마포구 경서중학교 3학년 학생 470여 명과 교사 11명은 충남 아산 현충사로 당일치기 수학여행을 떠났다.

학생들은 7대의 버스에 나누어 탑승했지만, 정원 39명인 버스 한 대에 70명 이상이 타는 등 심각한 과밀 상태였다. 특히 3·4반 학생들이 탑승한 3호차에는 무려 77명이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정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던 오후 4시께, 천안 방향으로 달리던 3호차 버스는 철길 건널목에 진입했다. 당시 경보기가 울리고 있었지만 버스 기사는 정차하지 않고 건널목을 통과하려 했고, 결국 달려오던 열차와 충돌했다.

열차는 버스를 약 80m 끌고 간 뒤에야 멈췄다. 충돌 충격으로 버스 앞쪽의 엔진과 연료통이 폭발하면서 차량 전체에 순식간에 불길이 번졌다.

구조 역시 쉽지 않았다. 버스 차체가 크게 찌그러진 데다 창문에 설치된 보호 창살까지 탈출을 막으면서 많은 학생들이 차량 안에 갇혔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과 뒤따르던 학생들이 달려와 돌로 창문을 깨며 구조에 나섰지만, 거센 불길과 연기 때문에 구조 작업은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이 사고로 버스 기사를 포함한 46명이 목숨을 잃었고 32명이 부상을 입었다. 해방 이후 가장 참혹한 버스 참사 가운데 하나로 기록된 순간이었다.

건희는 "나라면 패닉을 겪었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정이랑은 "아이를 낳고 보니까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눈물을 보였고, 안지영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가 너무 괴롭고 잊고 싶은 기억이 됐을 것 같다"고 애도했다.

참사의 원인은 버스의 과밀 탑승만이 아니었다. 사고가 발생한 철길 건널목은 하루 통행량이 약 5000대에 달했지만, 차단기나 관리원조차 없는 3종 건널목으로 방치돼 있었다.

당시 철도청은 건설부와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야를 가리는 정미소를 그대로 두었고,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건널목 등급을 높이지 않았던 것으로 방송을 통해 드러났다.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었던 여러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방송에서는 56년 동안 잘못 알려졌던 사실도 바로잡혔다. 사고 당시 일부 언론은 교사들이 학생들을 방치했거나 사고 이후 현장에서 도망쳤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놓았다. 그러나 당시 사고를 겪은 생존자들은 이러한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며 "선생님들의 명예가 회복돼야 한다"고 증언했다.

인솔 교사들이 3호차에 타지 못했던 것은 학생들을 방치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지각한 학생을 찾으러 간 사이 3호차 버스가 교사들의 지시 없이 먼저 출발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이후에도 유가족들의 고통은 계속됐다. 참사 다음날 새벽 경서중학교에 임시 안치소가 마련됐지만, 희생자들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유족들이 육안으로 자녀를 확인하기조차 어려웠다.

결국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들이 현장에 파견돼 치아 감식 등을 진행했고, 45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학생 한 명이 추가로 숨지면서 최종 학생 사망자는 46명으로 늘어났다.

이듬해 발간된 졸업앨범에는 세상을 떠난 학생들의 사진과 함께 '사라진 별들'이라는 문구가 남겨져 당시의 비극을 고스란히 전했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생존자들에게 참사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은 뒤 트라우마로 동창들과 연락을 끊고 살아온 한 생존자는 56년 만에 방송을 통해 옛 친구들과 극적으로 재회했다.

남은 생존자들은 지금도 매년 10월이면 묘역을 찾아 세상을 떠난 친구들을 추모하며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있다.

방송 말미 장현성, 장성규, 장도연은 경서중학교 참사가 잊혀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 참사 이후에도 대형 참사들을 겪었다"며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희생되는 비극이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직접 공부하며 느낀 이야기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과거의 사건을 되짚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방송된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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