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SBS |
4일 방송된 SBS '뉴스헌터스'에는 영화 '오디세이'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출연했다.
이날 인터뷰 시작에 앞서 김종원 앵커는 "첫 방문이신데 하필 대한민국 온도가 기상관측 이래 100여년 만에 가장 더울 때 오셨다. 팬들이 자켓을 입고 다니기 안 더운지 걱정한다"고 전했다.
이에 놀란 감독은 "심하게 덥지는 않다. 한국에 오기 전에 중국, 인도에 다녀왔다. 더운 날씨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며 "앵커님처럼 넥타이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괜찮다"고 웃었다.
놀란 감독은 유독 한국 관객들이 자신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묻자 "콕 집어 답을 드리긴 어렵지만 오래전부터 한국에 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를 들자면, 몇 년 전 '인터스텔라'가 개봉했을 때 수많은 한국 관객분들이 보러 와주셨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영화가 전 세계에 공개될 때 감독 입장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 저는 한 번도 못 가본 나라가 많지만 그 나라 관객분들과도 영화를 통해 소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관객분들이 '인터스텔라'에 아주 열렬하게 반응해 주셨다는 점은 분명했다. 그때부터 꼭 한국에 와서 관객분들을 만나고 열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기회가 닿지 않았지만 이번 '오디세이' 개봉을 맞아 마침내 한국을 찾게 됐다. 한국에서 이 영화를 선보이고 관객 여러분과 직접 소통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오늘 하루 종일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저의 작품이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와닿는지 확인하는 건 정말 흥미로운 일"이라고 밝혔다.
놀란 감독이 연출한 영화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 이후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그린 호메로스의 대서사시를 원작으로 한다. 그리스 신화를 현대 블록버스터로 제작하는 것은 흥행 위험이 큰 선택으로 꼽히지만, 놀란 감독은 "'오펜하이머'의 성공 덕분에 원래라면 만들기 어려웠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는 서양 문학의 근원을 이루는 작품이지만 지금까지 대형 아이맥스 스크린을 활용한 현대적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 영화감독으로서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 대해 그는 "현대 관객들도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과거 할리우드가 고대 문명을 지나치게 장엄하고 이질적인 공간으로 묘사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간의 감정과 삶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재해석했다는 것이다.
놀란 감독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와 '오디세이'의 연결점도 언급했다. 그는 "'오디세이'를 다시 읽으면서 무척 놀랐다. '인터스텔라'뿐 아니라 '다크나이트' 3부작, '테넷' 등 제가 영화 인생 내내 다뤄온 수많은 이야기의 원형이 이 작품에 있었다"며 "'오디세이'는 오랜 친구처럼 친숙한 이야기였다. 덕분에 원작과의 교감을 쌓을 수 있었고 이 이야기를 잘 풀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로는 '크세니아(Xenia)'를 꼽았다. 놀란 감독은 "영화에서는 '제우스의 법'이라고 표현한 이 개념은 타인을 존중하고, 내가 대접받고 싶은 방식으로 상대를 대접해야 한다는 원칙"이라며 "이는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가치이며, 이를 무시하는 사람은 결국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 영화의 궁극적인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오디세이'는 세계 최초로 전편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놀란 감독은 "16살 때부터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가장 장대한 이야기를 가장 뛰어난 화질로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기존 아이맥스 카메라의 가장 큰 한계였던 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맥스와 함께 새로운 카메라와 '블림핑' 시스템을 개발했다고도 소개했다. 놀란 감독은 "덕분에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까지 아이맥스로 담아낼 수 있게 됐다"며 "작고 기동성 좋은 카메라처럼 움직이기 위해 필요했는데, 덕분에 전체 이야기를 동일한 기술적 완성도로 촬영할 수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담아내고 관객을 영화로 몰입시킬 수 있게 됐다. 아이맥스는 지금까지 개발된 필름 중 화질이 가장 선명하고 깨끗하다. 색상 재현력도 가장 뛰어나다. 어떤 상영관에서든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져드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CG 사용을 최소화하는 자신의 연출 철학도 재차 강조했다. 놀란 감독은 "키클롭스와 스킬라 같은 환상적인 존재들에게도 영화의 다른 장면과 동일한 현실감, 실제감을 부여하고자 했다"며 "컴퓨터 그래픽(CG)은 실제 촬영한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거나 안전장치를 지우는 등 가장 효과적인 부분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AI 시대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최근 생성형 AI가 영화 산업에도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놀란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이든 인형이든 중요한 것은 인간의 창의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에는 인간의 창의성 대신 쉬운 지름길을 택하거나 AI로 자동화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저는 기술을 창의적인 인간 예술가들과 함께 활용할 때 비로소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고 믿을 수 있는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
| 사진=SBS |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놀란 감독은 최근 박찬욱 감독과 만난 사실을 전하며 "오늘 박찬욱 감독님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대화를 마칠 무렵 박 감독님이 차기작은 어떤 영화냐고 묻길래, 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박 감독님이 '휴가도 좀 즐기고 쉬세요. 하지만 너무 오래 쉬진 마세요. 다음 작품도 꼭 보고 싶으니까요'라고 하셨다. 솔직히 그 말씀을 듣고 굉장히 피곤해졌다"며 "하지만 그분은 아주 뛰어난 영화감독이다. 오랫동안 박 감독님의 작품을 애호하고 있다. 한국에는 훌륭한 감독이 정말 많다. 한국 영화인들이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는 기세가 아주 놀랍다. 이들의 작품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국제적으로 문화의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 한국 영화인들의 활약을 무척 흥미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놀란 감독은 "'오디세이'는 고전 '오디세이'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전혀 관심 없는 분들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오디세이'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험담 중 하나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영화화하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다. 역량이 닿는 한 가장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한국 관객 여러분, 그리고 제 전작을 좋아해 주셨던 분들께 부탁드린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영화관을 찾아가 정말 즐거운 시간을 누리시고 오디세우스와 함께 하는 이 모험을 한껏 만끽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