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강팀 상대로 준비했다던 스리백, 강팀 만나기도 전에 무너졌다 [ST스페셜]

입력2026년 06월 25일(목) 12:20 최종수정2026년 06월 25일(목) 12:20
홍명보 감독 /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우리는 확실한 플랜A를 가지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필요한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지난해 7월 홍명보 감독이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한일전 패배 이후 했던 말이다.

당시 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안방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스리백 전술을 실험하다가 일본에게 덜미를 잡혔고, 우승 트로피 마저 내주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명보 감독은 스리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월드컵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이기고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스리백 전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지난 1년여 간 대표팀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스리백으로 경기에 나섰다. 선수들이 스리백 전술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 우리의 스리백이 현대 축구의 스리백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 우리 대표팀의 가장 큰 강점인 2선 공격수들을 많이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 등에 대한 비판이 나왔지만, 홍명보 감독은 스리백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자신의 고집을 결과로 증명해내지 못했다. 월드컵에 돌입한 이후 홍명보 감독의 스리백 전술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체코전에서만 2-1 승리를 거뒀을 뿐,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연달아 무릎을 꿇었다. 수비 숫자가 많음에도 조별리그 전 경기에서 실점을 기록했고, 공격 숫자는 부족하니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기 어려웠다.

사실 체코와 멕시코, 남아공은 강팀이라고 평가하기에도 어려운 팀들이다. 우리보다 약하거나 비슷한 전력을 갖췄다고 보는 것이 보편적인 평가다. 하지만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실점을 기록했다. 홍명보호가 1년 내내 준비했던 스리백은 강팀은 커녕 약팀에게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멕시코, 남아공전과 같이 지고 있을 때는 포백으로 변형하는 시도를 할법도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지난 1년 동안 플랜B(스리백)에만 올인하다가, 정작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딸 수 있었던 플랜A(포백)는 잊어버린 우스운 상황이 됐다.

사실 스리백 전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스리백 전술로 네덜란드와 비기고 튀니지를 완파했다. 다만 우리의 스리백은 일본의 스리백보다 전술적으로 뒤쳐졌고, 완성도도 떨어졌다. 감독의 역량에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한국은 1승2패(승점 3), 조 3위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자력 32강 진출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고, 이제 다른 조 3위팀들의 성적을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최악의 경우 남아공전이 이번 대회 홍명보호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 강팀들을 상대로 스리백을 준비했는데 강팀들은 만나기도 전에 대회가 끝나게 생겼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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