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2026.08.13 02:47:46
기사입력2026.08.15 08:00:45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짧은 등장보다 오래 남는 얼굴이 있다. 디즈니+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의 배우 유현수가 그렇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진 김우진 역으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신예 유현수는 이제 더 넓은 무대를 향한 첫발을 내디딜 준비를 마쳤다.
유현수가 출연한 디즈니+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극본 지호진·연출 이권)는 지난 2024년 공개된 시즌1의 후속작으로, 혹독한 인수인계를 마치고 쇼핑몰의 새로운 대표가 된 정지안(김혜준)이 살아돌아온 정진만(이동욱)과 함께 '바빌론' 글로벌 세력에 맞서 본격적인 반격을 펼치는 내용을 담았다.
유현수에게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는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글로벌적으로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의 두 번째 시즌에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다"며 "촬영 당시에는 여러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방영 후 작품을 모니터하면서 뿌듯하고 감사한 감정이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작품을 향한 해외 반응은 유현수에게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SNS를 통해 해외 팬들의 응원 메시지를 보면서 실감했다"며 "한국에서 촬영한 작품을 통해 세계의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는 4부를 본 뒤 "10년 동안 울어본 적이 없는데 눈물을 흘렸다"는 시청자의 댓글을 꼽았다. 우진의 생사와 관련한 시청자들의 추측도 재미있게 지켜봤다. 유현수는 "우진이가 끝까지 빌런인 줄 알았는데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고, 죽은 게 아니고 마지막에 빌런으로 다시 등장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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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수가 연기한 김우진은 처음에는 순박한 섬 청년처럼 보였지만, 배에 몰래 총기를 숨기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지안의 의심을 샀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을 위해 살아온 숨겨진 사연이 밝혀지면서 두 사람의 경계는 서서히 허물어졌다. 이후 정지안에게 풋풋한 진심을 전한 김우진은 바빌론의 습격 속에서도 정지안을 끝까지 지키려 했고, 결국 그의 품에서 목숨을 잃으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유현수는 김우진의 퇴장을 아쉬움보다는 '아름다운 퇴장'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지안에게는 평생 사랑에 대한 결핍이 있었다. 우진은 시즌2에서 그 결핍을 처음으로 온전히 채워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지안에게 '너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받을 만하고, 나는 그런 너를 사랑한다'는 확신을 준다"고 설명했다.
김우진은 단순한 로맨스 상대가 아니었다. 정지안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일종의 '각성제'이자 '치료제'였다. 유현수는 "우진은 지안에게 정체성에 대한 확신과 사랑을 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퇴장한 뒤에도 지안에게 긴 여운을 남기고, 이후의 각성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유현수 역시 이 지점을 중심으로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는 섬 청년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등을 참고하며 김우진의 삶을 구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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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을 연기하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은 부분은 단연 통영 사투리였다. 서울에서 자란 유현수에게 경남 통영 사투리는 익숙하지 않은 언어에 가까웠다. 이에 대해 "캐스팅 소식을 듣고 첫 통영 촬영까지 준비할 시간이 2주 정도밖에 없었다. 그 2주 동안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매일 사투리 선생님과 붙어서 연습했다"고 밝혔다.
통영 로케이션 촬영을 마친 뒤 숙소에 돌아와서도 연습은 계속됐다. 선생님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날에는 전화로 3시간 이상씩 사투리를 맞췄다. 그렇게 약 3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사투리와 싸웠다.
특히 통영 사투리의 미묘한 차이를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유현수는 "처음에는 부산 사투리에 가까워진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부산 사투리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가더라. 통영 사투리는 어미를 조금 내리면서 끄는 느낌, 중간에 텀을 두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 차이를 확실하게 만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상대 배우의 사투리까지 변수였다. 만물상 형님 역 배우가 부산 사투리를 사용하는 탓에 첫 촬영부터 유현수 역시 그 말투를 따라가게 됐다. 이에 촬영 직전까지도 발음을 다듬었다. 감독이 현장에서 새로운 대사를 추가했을 때는 사투리 선생님에게 급하게 전화를 걸어 해당 대사의 억양을 확인하기도 했다.
유현수는 "한마디라도 100번, 200번씩 선생님과 맞췄던 것 같다. 슛 들어가기 5초 전까지도 계속 수정했다. 그만큼 사투리가 우진이라는 인물의 인격과 정서를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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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오토바이와 배를 직접 모는 장면도 많았다. 유현수는 이를 위해 오토바이 면허를 직접 취득했고, 배 운전 역시 통영 현지 선장에게 배웠다. 오토바이 면허는 한 차례 시험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재도전 끝에 면허를 취득했고, 통영 첫 촬영 하루 전에는 현지 선장에게 직접 배 운전을 배웠다. 유현수는 "보트 면허까지 따지는 않았지만 촬영 중에는 제가 직접 조작했다. 선장님이 뒤에 숨어 계셨다"며 비하인드를 전했다.
액션과 운전뿐 아니라 김우진이란 인물이 누구와 만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것도 유현수가 공들인 부분이다. 그는 "만물상 형님이나 선장님들에게는 까칠한 섬 청년, 어머님들에게는 든든한 손자, 아린(정지안)에게는 20대의 풋풋한 소년 같은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유현수는 김우진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장르가 달랐다고 표현했다. 미스터리와 스릴러, 로맨스, 코미디가 한 인물 안에서 교차했기 때문이다. 그는 "각각 다른 장르의 드라마를 촬영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유현수의 지금은 갑자기 찾아온 행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독립영화와 단편영화 등 다양한 작업에 꾸준히 참여하며 경험을 쌓았다.
연기를 처음 꿈꾸게 된 것은 고등학교 연극부 활동을 통해서였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우연히 연극부에 들어갔고, 무대에서 사람과 사람이 감정을 주고받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다. 이후 자연스럽게 연기 입시를 준비했고,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영화과 학생들의 작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가만히 있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며 "학교에서 장면 발표를 할 때 영화과 학생들이 보러 오는 경우가 많았다. 최대한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고, 그게 영화과 학생들의 작품에 참여하는 기회로 연결됐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기회를 얻기 위해 학교 밖에서도 직접 움직였다. 필름 관련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작품에 100개 가까이 지원했지만, 실제로 연락이 온 것은 한두 건 정도였다. 그중 하나가 뮤직비디오 작업으로 이어졌다. 작은 기회 하나를 놓치지 않고 쌓아온 경험은 마침내 상업 작품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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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유현수는 대학 시절 뮤지컬 트랙을 이수했고, 졸업을 위해 공연도 진행했다. 뮤지컬에 필수적인 노래와 관련해서는 "원래 노래를 정말 못했다. 그래서 오히려 '나도 노래를 멋있게 불러보고 싶다'는 애증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창작 뮤지컬에서 주인공을 맡게 되면서 수백 번 노래를 연습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 경험은 이후 무대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기반이 됐다. 유현수는 "지금 돌이켜보면 그 과정 덕분에 콩알탄 활동에서 '스탠 바이 미'를 부를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 같다. 뭐든 그 과정에서 얻는 게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유현수가 그리고 있는 배우의 모습은 특정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가는 배우가 되는 게 가장 큰 꿈이다.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풋풋한 학생이나 학원물 캐릭터에 대한 로망도 있지만, 큰 사건과 비극을 겪는 사극·시대극의 인물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학창 시절부터 욕망과 야망을 강하게 드러내는 악역을 연습해왔던 만큼, 지금의 순한 이미지와 정반대되는 캐릭터에 대한 갈증도 크다. 유현수는 "학교에서 교수님께서 제 이미지로 나중에 상업 작품에서 많이 쓰이게 될 테니, 자신에게 없는 부분을 훈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일부러 반대되는 성향의 작품에 많이 도전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특히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를 통해 실제로 해외 팬들과 소통하면서 그 꿈은 더욱 구체적인 목표가 됐다. 유현수는 "정말 글로벌 시대라는 걸 느꼈다. 세계의 많은 분들에게 좋은 연기로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정서적인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연기력을 잘 다져야겠다는 책임감과 사명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짧지만 선명한 인상을 남긴 신인 배우, 유현수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는 그가 이미 한 번의 기회를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수많은 작은 기회를 직접 두드리며 지금의 자리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의 목표처럼 이제 남은 것은 더 넓은 무대에서 자신만의 연기를 증명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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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