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우월한 비교대상들은 '흉부외과'에겐 부담일 법했다. 그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뜻이 되니. 그러나 '흉부외과'는 이들에 비해 일궈낸 성적이 특출나지도, 과정이 대단히 빛나지도 못했다.
안타깝게도 내용은 진부했다. '흉부외과' 주인공들은 결국 정의감 넘치는 이상적 모습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정치인들은 부패했고, 악인으로만 비쳤다. 이들의 선악대립, 늘 봐오던 평면적 구도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도, '하얀거탑'에서도 사명감 넘치는 의사들과 돈을 제1의 목적으로 하는 이들의 대립은 매회 등장했다. 직전 브라운관에서 흥행을 이끈 '라이프'와도 비교된다. '라이프'는 사명감에 민영화를 반대하는 의사들과 영리를 목적으로 병원을 키우려는 협상가들의 대립이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한 끗 비틀어 그려놓으니 모두 말이 되는 신념이었다. 이들의 충돌 중 맹목적 악인은 없었다. '흉부외과'는 고리타분한 답습에 대한 지적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기술적 측면으로 볼 때도 아쉬움을 남겼다. 디테일에 힘을 줬다지만 어설펐다. '흉부외과'가 애당초 내세운 차별화 전략은 '실전의학'이었다. 실제 의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집도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자부했다. 그러나 극초반 병원에 지혈제가 없었다는 점, 외부 환경과 접촉한 수술복을 입은 의사가 그대로 수술실에 복귀한 점, 의사가 명함을 돌리고 다닌다는 점 등 리얼리티에 대한 지적이 일었다.
이에 '흉부외과' 측은 서른 명 이상의 자문단을 두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직접 참여해 세밀한 부분까지 자문을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제작진 역시 해당 상황들에 대해 애당초 자문을 구하고 고증했으며 실제 행해지고 있는 일들이라 놀랐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종국으로 치닫을수록 의구심은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심장을 뺏기 위해 동료 의사에게 수면제를 투여하고, 의사가 원한을 품고 수술 집도를 맡은 환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등 드라마틱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허구의 상황들이 추가됐다. 매 사건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보니, '진짜 의사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는 말이 무색해진 것이다.
다행히도 배우들의 연기는 호평을 이끌었다. 고수 엄기준 서지혜 등 주요 출연진들이 나름의 열연을 펼쳤기 때문. 하지만 이전보다 월등한 활약으로 '재발견'의 수식을 얻어낸 이는 없었다. 그렇다고 눈에 띄는 신인을 발굴하지도 못했다.
결국 '흉부외과'는 앞선 작품들에 비해 모나지도, 그렇다고 특별하지도 않은 양산형 의학드라마를 찍어내는데 그쳤다. '흉부외과'의 전반적 시청률을 살펴봐도 그렇다.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1회 6.9%로 시작해 6회 8.5%로 뛰었다. 이후 꾸준히 5~8%를 고수했으며, 16회 8.8%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메디컬 마니아들로 구성된 고정 시청층 덕분에 5% 이하의 성적은 한 회차도 없었다. 중간 언저리의 성적, 답습의 결과가 고스란히 나타난 셈이다.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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