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2026.09.15 17:15:30
기사입력2026.09.15 17:30:15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첫 주연작의 부담, 원작과의 차이를 둘러싼 논란, 예능 태도에 대한 지적까지. 배우 정준원에게 '유부녀 킬러'는 배우로서의 가능성만 보여주는 자리가 아닌, 작품 안팎의 평가를 견디며 자신의 책임과 부족함을 마주한 시간이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성장했다"기보다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정준원이 주연을 맡은 MBC 금토드라마 '유부녀 킬러'(극본 김은희·연출 윤종호)는 세상에서 가장 살벌한 직업을 가진, 어느 워킹맘의 고군분투 워라밸 사수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12일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10.7%로 종영했다.
정준원은 '유부녀 킬러'의 흥행을 처음부터 확신했던 것은 아니지만, 작품에 대한 믿음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 대본을 제안받았을 때 제가 출연하지 않아도 이 작품은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직관적으로 재미있었다. 스코어가 얼마나 나올지는 짐작할 수 없었지만,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실 것 같다는 믿음은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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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을 결정한 데에는 작품의 재미뿐 아니라 공효진(유보나 역)과의 부부 호흡에 대한 기대도 컸다. 정준원은 "평소에도 너무 좋아했던 효진 선배와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게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공효진과의 작업은 기대 이상이었다. 정준원은 공효진을 "그 순간이 진짜인 것처럼 믿게 만드는 엄청난 힘을 가진 선배"라고 표현했다. 그는 "상대 배우가 훨씬 더 몰입할 수 있게 배려해 주시는 점이 놀라웠다. 본인이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줄 아는 리더십도 많이 배웠고, 저도 많이 의지했다. 연기뿐 아니라 인생 선배로서도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누나가 없었다면 지금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고마운 마음이 크다"라고 전했다.
정준원은 함께 호흡을 맞춘 이상이(이동진 역)와 황봄이(권율 역)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이상이에 대해서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적 친밀감이 강했던 배우"라며 "효진 선배가 가장 많이 기대고 힘이 됐던 선배라면, 상이는 처음 봤는데도 내적 친밀감이 강했다. 워낙 성격이 좋고, 처음 본 날부터 말을 편하게 하면서 친구처럼 지냈다. 또래 배우에게서 오는 편안함이 있었고, 의지하는 부분도 많았다. 두 분이 있었기 때문에 잘 버티면서 헤쳐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봄이에 대해서는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라고 표현했다. 정준원은 "제가 아빠 역할을 해야 하니까 촬영 전부터 친해지려고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런데 워낙 낯도 안 가리고 적극적으로 다가와 줘서 오히려 제가 고마웠다. 항상 촬영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줬고, 프로 배우들처럼 불평불만 없이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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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원이 연기한 권태성은 가족을 향한 다정함과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그는 기자라는 직업적 특성보다 태성의 가족에 대한 사랑에 더 집중해 캐릭터를 구축했다며 "극 중 기자라는 직업은 소재라고 생각했다. 제가 보여줘야 할 건 태성이가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감정들이라고 봤다. 기자로서의 사명감보다는 가족에 대한 사랑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췄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혼인 정준원에게 유부남이자 아버지인 권태성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연기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윤종호 감독과 공효진의 조언을 참고해 캐릭터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조율했다고 밝혔다.
정준원은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다. 윤종호 감독님이 실제로 태성이 같은 분이시다. 딸을 사랑하시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엄청나신 분이라 그런 부분에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제가 생각한 감정의 범위에서 더 가야 할지, 덜 가야 할지 감독님이 조율해 주셨다. 효진 누나도 남편과 함께 있을 때의 모습이나 여러 부분을 조언해 주셨다. 그런 것들을 조금씩 제 안에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정준원은 태성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초반부의 가족 서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반에 태성이가 율이와 보나에게 보여주는 다정한 모습과 사랑스러운 모습이 차곡차곡 쌓여야 후반부에 감정이 극한으로 바뀌는 순간이 명확하게 보이고, 시청자분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아내를 지키려는 마음을 비교할 수는 없었다. 당연히 보나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래야 태성이라는 캐릭터가 마지막까지 완성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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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녀 킬러'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 속 권태성과 드라마 속 캐릭터의 외형과 설정이 달라 원작 팬들 사이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정준원은 "처음 대본을 받을 때는 원작을 접하지 않은 상태였다. 웹툰에서 대본으로 넘어오면서 인물 간 설정이나 이야기의 설정이 바뀌는 부분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다정한 남편과 아빠가 있나' 싶을 정도로 판타지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걸 제가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하는 데 더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작을 보면 저도 모르게 그 인물을 따라가게 될 것 같아 조심하고 싶었다"며 "정준원만이 할 수 있는 권태성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준원은 "원작과 공통되는 건 태성이가 멋있는 캐릭터라는 점이었다. 그런데 멋있다는 것에도 종류가 다양하다고 생각했다. 다정한 아빠, 다정한 남편,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기자로서도 충분히 멋있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원작을 기대하신 분들이 아쉬워하실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대본의 힘과 태성이라는 캐릭터를 믿었다.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첫 주연작을 맡은 만큼 부담감도 컸다. 정준원은 "긴 호흡의 작품에서 이전보다 훨씬 커진 역할로 극을 이끌어가는 상황을 처음 겪었다"며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했다. 동시에 설레고 기대도 됐다. 감독님을 비롯해 선배님들과 동료 배우들이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외적인 책임감도 배웠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주어진 역할을 연기로 잘 소화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그 외에 가져야 하는 책임감이나 촬영장 안에서의 여러 가지 것들을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이 알게 됐다. 이 작품은 권태성을 연기한 정준원을 떠나서, 연기자 정준원이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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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스스로를 두고 '성장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과정에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준원은 "성장했다면 뭔가 결과물이 있어야 하는데, 딱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다. 성장한 결과물이 됐다기보다는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촬영하면서 깨닫고 변화하려고 노력했던 부분들이 아직은 미흡하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알게 된 계기였다는 의미가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작품 초반 원작과의 차이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반응이 있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정준원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정준원은 이러한 반응이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감사하다. 시청자분들이 아쉬워하거나 불만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 텐데, 그래도 일부라도 설득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연기자에게는 '연기를 잘 소화해냈다'는 말보다 좋은 칭찬은 없는 것 같다"며 "보상받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기억에 남는 반응 역시 구체적인 댓글의 문구보다는 시청자 반응의 변화였다. 그는 "유튜브 클립이 올라오면 반응을 보는 편이다. 평가를 받는 직업이다 보니 궁금하기도 하다. 특별히 어떤 문구가 기억난다기보다는, 초반에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점점 변화하는 걸 보면서 '우리 작품이 시청자분들에게 공감되고 있구나. 설득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가장 다행이고 감사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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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목표는 '궁금한 배우', 그리고 현장에서 '쓰임새가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정준원은 "어떤 작품에서 어떤 배우가 나온다고 했을 때 '이 배우가 이 역할을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하고 흥미가 가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관계자분들에게는 '쓰임새가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모든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그게 가장 큰 목표"라고 전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특정 장르나 역할에 대한 욕심보다 다양한 작품을 경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전쟁 영화를 좋아한다며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어떤 장르나 역할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좋은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제가 뭘 잘할 수 있고, 뭐가 부족한지도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알아가고 싶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정준원은 '유부녀 킬러'를 끝까지 함께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드라마라는 게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해서 함께 만들어도 시청자분들이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시지 않으면 완성됐다고 할 수 없다. 마지막까지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건 시청자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결국 연기"라며 "좋은 작품에서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감동과 위로를 드릴 수 있는 연기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