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느와 봉화 사과는 열정을 재지 않습니다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최종수정2026.08.19 17:27:09
기사입력2026.08.19 17:16:53

[스포츠투데이 윤지혜 칼럼] 지난 13일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이 될 만한 광고 하나가 등장했다. 노란색 바탕에, 것도 무려 아주 평범한 한글 폰트로, 담긴 내용은 “봉화 사과 맛있지만 광고 안 합니다”가 전부였다. 혹자는 AI가 아닌지 의심을 품기도 했으나 결론은 실제로 송출된 광고였다. 봉화군 농업기술센터에 근무하는 어느 공무원이 사비를 들여 만든 작품으로 미국이 아닌 국내를 겨냥한 역발상적 홍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봉화 사과는 미국으로 수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비를 들일 수밖에 없기도 했다. 당연히 예산에 국외 광고 항목이 따로 책정되어 있을 리 없으니. 즉 주어진 업무를 벗어난 열정에 관한 비용이라 하겠다. 물론 결과는 대단했다. 아마도 그가 목적했고 예상했던 바를 훌쩍 뛰어넘는 정도였을 터. 특히 국내에서의 반향이 대단했는데 뉴욕 한 복판에 사진 하나 없이 오로지 언어로만 광고를 띄워 올린 것도 그러하고, 무엇보다 오롯이 사비로 해냈다는 점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회사에서는 절대 손해를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게 오늘날, 보통의 사고가 아니던가. 액수와 상관없이 자신의 주머니를 털면서까지 주어진 업무에 열정을 보인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여기 또 다른 예가 있다. 유튜브 콘텐츠와 ‘거제 야호’ 밈 흥행을 계기로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여 현재 명실상부, 유명 아이돌 그룹의 인지도를 지닌 그룹 리센느(RESCENE)다. 지난 25일엔 2024년 발표곡 ‘LOVE ATTACK’으로, 2년 만에 음악방송 1위에 올라 큰 화제가 되었다. <@1> 심지어 방송 출연 없이 후보에 오른 것으로 데뷔한 지 852일 만에 마주한 정상의 맛이었다. 사실 대중이 리센느에게 매력을 느낀 맥락은 단순히 유튜브 콘텐츠나 밈이 아니었다. 화제가 되고 나서 드러난 이들의 무명 시간이었다. 신생 기획사 출신으로 주어진 조건에 좌절하기보다 손 편지를 곁들인 프로필 수백 장을 직접 돌리고 하루 7시간이 넘는 라이브 방송으로 팬들과 소통한다. 그뿐만 아니라 부르는 곳이면 한강 버스킹이든 초등학교 운동회 행사든 최선을 다해 임하니, 이들의 순수한 열정에 대중의 마음이 활짝 열리지 않을 수 없는 거다.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노력과 열정을 쏟는 일이 쉽지 않음을 누구나 잘 알고 있으니까. 우리의 노력과 열정은 대부분, 어느 정도 돌아올 것이 가늠되고 또 계산된 상태에서 발생하고 발동되지 않는가.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하고 있고, 하고 싶은 일에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그것을 위해 기꺼이 손해를 감수해 낸다. 오해하지 말 것은 욕망이 없진 않다. 욕망이 있으니 사적인 시간과 돈, 힘을 들이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니 들인 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온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다. 앞선 두 사례가 단순히 흥미로움을 넘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깊숙하게 건드리는 이유는 하나다. 하고 있고 하고 싶은 일에 있어서 재지 않는다는 것. 노력과 결과, 애씀과 보상을 한 저울에 올려놓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결국 실질적인 성과를 얻었다는 게 순수한 열정을 뿜어내기엔 너무도 살얼음판인 현실을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어떤 위안이 된달까. [스포츠투데이 윤지혜 칼럼니스트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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