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2026.07.07 20:51:24
기사입력2026.07.08 08:00:00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무거운 이야기를 반드시 무겁게만 풀어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영화다. 과한 신파도, 자극적인 갈등도 없다. 대신 담담한 시선과 섬세한 연출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를 조용히 건넨다.
8일 개봉한 '하나 코리아'(감독 프레데릭 쇨베르·제작 시소픽쳐스 손탁픽쳐스)는 낯선 삶 속에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려는 탈북 여성 혜선(김민하)의 여정을 담은 실화 모티브 아트버스터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 부문 관객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이 한국·덴마크 제작진과 함께 5년여의 시간을 들여 30여 명의 탈북민을 만나 인터뷰한 이야기를 담았다.
목숨을 걸고 남한에 온 혜선은 국정원 조사를 거쳐 하나원에서 새 삶을 준비한다.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지만 그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힘든 건 상관없다. 해내면 된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새 출발이 평온한 삶을 의미하진 않았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북에서 악연이었던 인물과 하나원에서 마주하며 머리채를 잡히고 만다. 신고식치곤 꽤 매운맛이었다.
현실도 녹록지 않다. 간호사의 꿈을 가진 혜선은 안정적인 길 대신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험난한 선택을 한다. 열정만큼 세상도 호락호락하면 좋겠지만, 어쩐지 남한 사회는 친절한 듯 불친절함 투성이다. 부당한 일을 겪고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은 그를 끊임없이 시험한다.
<@1>
'하나 코리아'는 이같은 상황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탈북민을 눈물과 비극의 대상으로 그리는 대신, 한 사람의 평범한 청춘이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덕분에 혜선은 '탈북민'이라는 하나의 정체성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애쓰는 한 사람으로 먼저 다가온다.
외국인 감독이 한국 사회의 이야기를 풀어낸 점도 흥미롭다. 프레데릭 쇨베르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2016년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말을 듣고 탈북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외부자의 시선은 때로 더 객관적이다. 익숙해서 지나쳤던 현실을 낯설게 바라보며 관객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김민하는 절제된 연기로 영화의 중심을 단단하게 붙든다.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미세한 표정 변화와 눈빛으로 혜선의 불안과 희망, 두려움과 용기를 표현한다.
여기에 김주령과 안서현이 완성하는 여성 서사도 관전 포인트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세 사람은 공감과 위로를 통해 관계를 쌓아간다.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 빵을 먹는 장면은 따뜻함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순간이다.
물론 유희를 위한 상업영화는 아니다. 화려한 사건이나 빠른 전개를 기대한다면 다소 심심할 수 있다. 상업영화 특유의 극적인 재미보다, 다큐멘터리처럼 실제 인물의 삶을 차분히 따라간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탈북민'이란 틀에만 가둘 필요는 없다. 주어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혜선은 결국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청춘이다.
누군가의 삶을 통해 우리의 평범한 하루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하나 코리아'는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울림으로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러닝타임 105분. 12세 이상 관람가.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