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승무원에서 배우의 길을 걸어온 지 약 11년 째. 배우 표예진은 자신의 대표작 '모범택시'로 또 한 번 사랑을 받는 중이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극본 오상호·연출 이단)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표예진은 "'모범택시' 시즌2를 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대단하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큰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 이렇게 좋은 작품에 또 한 번 더 참여할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도 행복했다. 끝나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왠지 돌아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표예진은 시즌1에 이어 극 중 무지개 운수 경리과 직원이자 천재해커 안고은 역을 맡았다. 복수 설계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인물로, 이전보다 프로다운 모습을 열연했다.

시즌1보다 성숙해진 (안)고은을 그려내고자 했다는 표예진은 "전작에선 언니에 대한 아픔 때문에 필사적으로 하는 느낌이었다. 반면, 시즌2에선 경찰이란 직업을 버리고 무지개 운수로 돌아왔다. 그에 따라 고은이의 책임감이 더 커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회생활을 경험으로 한 성숙함과 훨씬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외적인 스타일링도 바꿨다. 뭐든 척척해내는 느낌을 주기 위해 대사 톤도 연구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안고은은 무지개 운수 멤버 중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였다. 해커를 맡고 있는 만큼 콜밴 촬영은 전문가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표예진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촬영을 한다는 게 다양성 면에서 어려웠었다. 하지만 시즌1 때 팁이 생겨서 그런지 이번엔 스스로 아이디어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층 프로다운 고은이의 또 다른 면은 다양한 부캐릭터(이하 부캐) 플레이로 표현됐다. 표예진은 카우걸 복장을 한 효도 공연 가수, 위장 신혼부부 등의 콘셉트를 소화하며 눈길을 끌었다.

관련해 표예진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좋았다. 마음먹고 한 번 해보자는 욕심도 있었다. 시즌2부터는 제한 없이 마음껏 해도 되는 분위기여서 욕심을 많이 부렸다. 즐기면서 했다"고 쑥스러워했다.

김도기 역의 배우 이제훈과 신혼부부로 호흡을 맞췄을 때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실감했다고 한다. 표예진은 "이제훈과의 케미를 너무 많이 좋아해 줘서 놀랍기도 감사하기도 하다. 오빠가 좀 더 다정하게 받아줘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고 미소지었다.

유독 다정했던 두 사람의 케미로 '고은-도기 러브라인' 가능성도 점쳐졌다. 하지만 표예진은 "의도하진 않았다. 저도 고은이 도기를 짝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연기한 적은 없다. 고은에게 도기는 소중한 사람이고, 서로의 아픔을 유일하게 이해하는 가까운 사이다. 깊은 이해관계랑 일에 대한 신뢰, 애정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도기는 '특별한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표예진은 이제훈뿐만 아니라 배우 배유람, 장혁진과의 남매케미에 대해서도 "시즌 1에서는 제가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기도 했다. 시즌 2에선 정말 가족 같아졌고, 개인적으로도 편해져서 더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드라마에서 벗어나라고 하는데, 오빠들이 잘 받아주다 보니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았던 것 같다. 이런 남매다운 모습이 더욱 확실하게 생겨 재밌었다"고 밝게 웃었다.

배우들의 케미와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복수 대행은 '모범택시2' 만의 강점이 됐다. 이는 자체 최고 21.1%라는 높은 시청률로 이어졌다. 표예진은 "기대 이상으로 시청률이 점점 올라 배우들 모두 많이 들떴었다. 단체방에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고 감사해했다.

이어 "'모범택시'가 다룬 이야기는 실제 주변에 있는 일들이다. 현실에서의 해결법이 조금 약해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모범택시'는 그것보다 확실한 처벌을 함으로써 대리만족을 안기고, 현실의 답답한 곳을 긁어줬기 때문에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도 표예진은 양가적인 감정을 표현했다. 그는 "모든 일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결되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않았기에 '모범택시'가 사랑받을 수 있었다. 그게 또 한 편으로는 씁쓸했다"며 "클럽 블랙썬을 취재하던 김용민 기자의 대사에서 '정당하진 않았지만 정의로웠다'는 말이 있다. 그게 저희 무지개 운수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작품에 남다른 생각을 전한 표예진은 "지금은 '모범택시'가 제일 많이 애착이 간다. 고은이는 저한테 온 캐릭터 중 제일 멋있고, 강하고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이다. 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도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시즌3에 대해서도 "왠지 돌아올 것 같다. 진짜 헤어지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가 아니어도 무지개 운수는 명절이 되면 모이는 친척들 가족처럼 느껴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표예진은 '모범택시2'와 더불어 tvN 월화드라마 '청춘월담'에선 목숨 걸고 자기 사람을 지키는 가람 역을 열연했다. 공교롭게도 1~2달 촬영이 겹쳐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즐기면서 임했다고. 그는 두 드라마에 대해 "'청춘월담'은 사극이라는 장르에 도전하면서 좋은 친구들과 추억을 쌓은 작품이다. '모범택시'는 진득한 가족이 생긴듯한 작품으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모범택시2' '청춘월담' 뿐만 아니라 전작 'VIP' '쌈 마이 웨이' 등에서도 유독 당차고 밝은 캐릭터를 맡아온 표예진이다. "사실 내향적"이라는 표예진은 "다만 조금 고집이 있고, 조금 단단한 모습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내면의 단단함은 배우를 선택한 이유에서도 느껴졌다. 전직 승무원 출신인 표예진은 "나랑 좀 더 맞는 직업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연기를 해보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성취감과 새로움에 도전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배우가 잘 맞는다. 제 길을 잘 찾아온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어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조금 더 진지해지고 책임감이 생긴다. 맡은 캐릭터를 깊이 파고들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힘이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이를 최선을 다해 임했을 때 오는 성취감은 배우 표예진의 원동력이 됐다. 여기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을 해줄 때 더 큰 기쁨을 느낀다는 표예진이다.

표예진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자 "동료들이 저와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도움이 된다 정도로만 얘기해 줘도 기쁘다"며 "현장에서 보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한다. 그럴 때 도움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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