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는 쉬워도 생존은 어렵다…K팝 아이돌 평균 수명 4.12년 [ST이슈]

입력2026년 08월 07일(금) 11:28 최종수정2026년 08월 07일(금) 13:24
사진=빅히트 뮤직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데뷔 2년 만에 역주행하며 '중소돌의 기적'을 쓴 걸그룹 리센느의 성공은 말 그대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국내 K팝 아이돌 시장에서 장기간 활동하며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4일 K팝 업계에 따르면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글로벌K-컬처경제포럼 회장)는 1996년 H.O.T. 데뷔 이후 2025년 말까지 활동을 시작한 아이돌 그룹 1182개 팀을 전수 조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통계 분석과 코호트 분석,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통해 K팝 아이돌 산업의 생존 구조와 성공 요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첫 사례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매년 평균 39.4개 아이돌 그룹이 데뷔했다. 이 가운데 보이그룹은 연평균 19.8개 팀, 걸그룹은 19.6개 팀이었다. 그러나 데뷔 이후 생존 경쟁은 매우 치열했다.

전체 아이돌 그룹의 평균 생존 기간은 4.12년으로, 공정거래위원회 표준 전속계약 기간인 7년의 58.9% 수준에 그쳤다. 특히 데뷔 후 3년 생존율은 55.03%로 나타나 약 45%의 그룹이 초기 시장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활동을 종료하거나 사실상 해체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데뷔 초기 1~3년간의 시장 성과가 소속사의 추가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어 상당수 그룹이 첫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성별에 따른 활동 기간 차이도 뚜렷했다. 보이그룹의 평균 생존 기간은 5.11년으로 걸그룹(3.13년)보다 약 2년 길었다. 연구진은 여성 팬덤 중심의 충성도 높은 소비 구조를 갖춘 보이그룹과 달리, 걸그룹은 대중성과 행사·음원 매출 의존도가 높아 수익 구조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K팝 산업의 위험성이 일반적인 인식만큼 절대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아이돌 그룹의 3년 생존율은 일반 중소기업 창업 후 3년 생존율(41.5%)보다는 높았고, 정부 지원 창업기업의 생존율(68.1%)보다는 낮았다.

김 교수는 "K팝 산업은 고위험 산업이지만 기존의 위험 인식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자 리스크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공을 거두는 그룹은 극소수에 집중됐다.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기준으로 평가되는 단일 앨범 판매량 30만 장을 넘긴 그룹은 전체의 3.55%(42개 팀)에 불과했다.

'대히트'의 기준으로 꼽히는 단일 앨범 100만 장 이상 판매를 달성한 밀리언셀러 그룹은 19개 팀(1.61%)뿐이었다. 또한 누적 앨범 판매량 1000만 장을 돌파하며 글로벌 팬덤과 강력한 IP를 구축한 그룹은 방탄소년단(BTS),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엑소, 트와이스, NCT,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엔하이픈 등 단 8개 팀으로 전체의 0.68%에 그쳤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일회성 사례에 그친 것이 아니라 후속 글로벌 그룹이 잇따라 등장한 '포스트 BTS 시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K팝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장기 성장형 아이돌 육성 체계 구축 ▲실패 이후 재도전 시스템 마련 ▲중소 기획사 공동 인프라 지원 ▲사전 검증 강화를 통한 무분별한 데뷔 억제 ▲글로벌 시장 확대와 국내 생존 기반의 균형 확보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어 "지난 30년이 K팝 산업의 성장과 세계 진출의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30년은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단계가 돼야 한다"며 "단일 성공 사례를 넘어 세계 주류 문화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30일 발간된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논문집 제20권 제4호에 'K팝 아이돌 음악산업의 생존과 히트 구조: H.O.T. 이후 30년간(1996~2025) 데뷔한 1182개 그룹 전수분석'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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