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손흥민이 오랜만에 대표팀에서 골맛을 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레바논과의 최종전에서 2-1로 역전승했다.

이날 승리로 5승1무(승점 16)를 기록한 한국은 조 1위로 최종예선에 안착했다.

경기의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이날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팀 승리와 A매치 득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손흥민은 자타공인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다. 벤투호의 주장이자 공격의 핵심으로 누구보다 많은 역할을 수행하며, 그만큼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는다.

그래서일까. 손흥민은 지난 2019년 10월 스리랑카전 이후 대표팀에서의 득점이 없었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대표팀이 치른 A매치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손흥민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손흥민의 골에 대한 갈증도 컸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5일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도 손흥민은 뛰어난 활약으로 한국의 5-0 대승을 이끌었지만, 손흥민의 골은 없었다. 9일 스리랑카전에는 결장하면서, 13일 레바논전에서 손흥민이 오랜만에 A매치 득점을 신고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흐름은 좋지 않았다. 한국은 이른 시간 레바논에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고, 레바논의 밀집수비와 침대축구로 인해 답답한 경기가 펼쳐졌다. 손흥민 역시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답답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후반 6분 송민규의 헤더슛이 상대 자책골로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손흥민도 보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손흥민은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후반 20분 드리블 돌파로 레바논 진영까지 침투한 뒤 남태희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남태희는 레바논 수비수의 핸드볼 파울을 유도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침착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무려 1년 8개월 여 만에 터진 A매치 골이었다.

세리머니도 의미가 있었다. 골을 기록한 뒤 손흥민은 방송 카메라를 향해 "에릭센, 스테이 스트롱! 아이 러브 유"라고 말했다. 이날 새벽 유로 2020 경기 도중 심정지로 쓰러진 옛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응원하는 메시지였다. 다행히 에릭센은 의식을 회복했지만, 손흥민은 어려운 시간을 보낸 에릭센을 위해 특별한 메시지를 전했다.

1년 8개월 만에 A매치 골과 승리, 에릭센을 위한 메시지까지 손흥민은 레바논전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안고 월드컵 2차 예선을 마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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