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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재 / 사진=아메바컬쳐 제공 |
선재는 지난 2019년 첫 앨범 '푸어 보이(Poor Boy)' 발매 후 약 1년 3개월 만인 최근, 새 앨범을 발매했다. 두 번째 앨범 발매까지 꽤나 긴 시간이 걸린 셈이다. 선재는 그 기간을 "첫 앨범 후 나에 대해 많이 연구했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오랫동안 준비한 첫 앨범을 내고 난 뒤, 내가 음악적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그러면서 목표를 세우고, 목표에 걸맞은 변화를 위해 단점을 지우고 장점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변화를 위한 첫 단계로 선재는 활동명을 변경했다. 김선재에서 선재, 단순히 성만 뺀 이름으로 바꾼 거지만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선재는 "김선재로 활동할 때랑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그러다 보니 활동명을 바꾸고 싶었다. 영어 이름 등 여러 이름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내게는 멋있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더라. 멋 부리는 듯한 모습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 끝에 '선재'를 택했다"고 말했다.
확실히 과거의 김선재와 지금의 선재는 달랐다. 극명한 차이는 그가 하는 음악에서 드러났다. Mnet '고등래퍼'를 통해 준수한 랩 실력을 선보였던 선재지만, 새 싱글 '월플라워(wallflower)'에서는 랩 대신 노래를 선택했다. 타이틀곡 '홈 댄스'(home dance)와 수록곡 '풀'(pool), 두 곡 모두 싱잉곡인 것. 즉 새 앨범은 보컬리스트로 영역을 확장한 선재의 변화와 성장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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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재 / 사진=아메바컬쳐 제공 |
'월플라워'는 사람들 속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한 선재의 발버둥을 담은 앨범이다. 내성적인 의미를 내포한 앨범이지만, 전체적인 곡의 분위기는 밝다. 밝음을 보여주려는 선재의 표면적인 모습과 실제로는 내성적인 내면의 차이를 대변한 대목이다.
'월플라워'의 시작은 동명의 영화 '월플라워'였다. 선재는 "주인공이 파티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벽에 기대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에게 공감을 느꼈다"며 "나 역시 사람이 많은 데서 나를 빛나게 하는 게 힘들어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수록된 곡들의 내용 또한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 내가 느낄 듯한 생각들을 담았다. 예를 들면 '저 사람은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빛나게 할까'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등의 생각들을 솔직하게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전 집이 가장 편하다 보니 밖에 있을 때 힘들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어딜 나가든 집에 있다고 생각하자고 마음먹었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홈 댄스'는 그 연장선이에요. 파티에서 벽에 기대 혼자 있더라도 눈을 감고 집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게 하면 집에서 노는 대로 내가 표현하고 싶은 몸짓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낼 수 있다는 내용을 풀어냈어요."
"가사 중에 '나랑 같이 춤을 출래'라는 내용 뒤에 '차분히'라는 말이 나와요. 가사를 쓰면서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세 글자예요. 사실 '차분하게'라는 단어가 춤을 추자는 말과 어울리는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나를 가장 대변해주는 느낌의 세 글자라고 생각했어요. 곡과 상반되면서 어떤 것보다 직설적인 단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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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재 / 사진=아메바컬쳐 제공 |
선재는 음악 스타일 변화의 이유로 '호기심'과 '욕심'을 꼽았다. 그는 "랩에 음을 넣기 시작하면서 노래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졌고, 어느 순간 랩을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강해졌다. 그러다 보니 점점 내가 들었을 때 조금 더 내 마음에 끌리는 스타일로 꾸준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자신의 스타일이 변화했다는 걸 금세 알아차리지는 못했단다. 선재는 "앨범을 낼 때까지 난 랩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내 그는 "멀리서 바라보니 랩이 아니더라. 더 좋은 음악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변화를 추구했는데, 어느새 랩을 안 하고 있던 것"이라고 전했다.
음악 스타일 뿐만이 아니었다. 선재가 묵묵히 풀어내는 가사에도 그가 공백기 동안 겪은 생각과 변화가 담겼다. 선재는 지난 2017년 '고등래퍼' 종영 후, 다른 출연진들과 달리 첫 앨범 발매까지 약 2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2018년 아메바컬쳐와 계약한 이후에도 1년의 공백이 있었던 셈이다. 때문에 선재의 음악을 기다렸던 팬들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선재는 "'고등래퍼' 출연 후 사람들이 날 알아봐 준다는 것이 랩보다 즐거웠던 것 같다. 사람들이 주는 '관심'에 눈이 팔렸다. 하지만 점차 시선이 두려워지기 시작했고, '관심'에서 멀어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관심'에 대한 흥미를 잃은 선재는 다시 한번 자신이 좋아하는 랩에 열정을 쏟을 수 있었고, 그 결과 첫 앨범이 발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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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재 / 사진=아메바컬쳐 제공 |
랩에 대한 열정을 넘어서 이제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점차 커지고 있는 선재다. 그만큼 고민도 깊어졌단다. 무엇보다 선재는 양가적 감정 사이에서 갈등 중이었다. 지금의 변화에 만족하지 않고, 음악적으로 계속 변화하고 싶지만 두려웠다. 반면 두려움에도 자신이 세워둔 이상과 목표를 위해 변하고 싶었다.
"제가 바라는 이상에 더 가까워지고, 더 발전하고 싶어요. 이상이라는 건 작다면 작지만, 크다면 큰 목표예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만큼 이상 역시 자꾸 바뀌고 높아지는 거죠."
선재의 이상은 예술인이었다. 선재는 "연예인이 아닌 예술인이 되고 싶다. 나를 내세우기보다는 내 음악을 내세우고 싶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당하게 날 보일 수 있는 연예인도 멋있다. 다만 난 내성적이다 보니 날 드러내는 것보다는 내 음악을 보이는 것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음악을 내세우는 이상 음악적인 면에서는 장점만 보였으면 해요. 단점을 감추고 부족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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