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마치 인터뷰 내내 '스토브리그' 속 곽한영이 그대로 앉아있는 듯 했다.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럽고, 조용하면서 강단 있는, 배우 김동원이 가진 힘이다.

김동원은 JTBC '나의 나라' 막바지 촬영을 하던 중 '스토브리그' 출연을 제안받고, 뒤늦게 합류하게 됐다. 원래 곽한영은 곱창집 사장 역할을 맡았던 문원주가 맡기로 했지만, 2루수의 체격 등을 고려해 김동원이 캐스팅됐다.

김동원에게 '스토브리그'는 '갑작스럽게 다가온 행운'이나 마찬가지. 그는 "겨우내 고생해서 실제 '스토브리그' 기간 안에 작품이 끝나게 됐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그리 많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 김동원은 '스토브리그' 애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인기가 실감되지는 않는다고. 김동원은 "놀랍고, 고맙지만 제가 사랑을 받았다기보다는 '스토브리그'라는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은 것 같다"며 "그래서 제가 맡은 역할까지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아닐까 한다. 신기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김동원이 맡았던 곽한영은 드림즈의 주전 내야수. 별명이 '착한 형'일 정도로 구단 측의 입장을 배려하고 팀에 대한 애정도 강한 인물이었다.

그는 야구선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노력했다. 야구 팬이지만, 야구를 한 적은 없다는 곽한영은 "타자이기 때문에 타격 위주로 준비를 했다. 제작사에서 연습장을 잡아주셔서 시간 날 때마다 갔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 저만의 타격폼을 잡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홈런 장면 등은 잘 찍어주신 거다. 사실은 준비가 부족한 채로 들어가 아쉬운 점이 많았다. 준비를 더 잘하고 촬영에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특히 극 중 곽한영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연봉협상에서 2억 5천만 원이 아닌 2억 원짜리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충분히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지만 팀과 동료를 위해 돈을 포기한 '착한형'의 캐릭터가 제대로 보인 장면이다.

그러나 김동원은 '착한형'인 곽한영의 캐릭터가 마냥 착해 보이는 것에만 중점을 두지 않았다. 짧은 분량이지만 자신만의 확고한 캐릭터 분석이 있었기에, 매력적인 곽한영이 탄생했다.

그는 "곽한영이라는 인물도 어쨌든 욕심을 냈던 거다. 그래서 고세혁(이준혁)이라는 에이전트를 만나고, 그 안에서 갈등을 겪었지만 끝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며 "이 과정 속에서 몰랐던 자기 자신에 대한 가치를 알게 됐고, 그런데도 도장을 찍었다는 것은 그만큼 야구가 절실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극 안에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나오는데, 곽한영 입장에서는 어느 자리라도 비면 그 자리에 들어가야 했던 캐릭터"라며 "내야 전 포지션을 잘한다기보다도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 내야 유틸이라는 역할을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동원은 "또한 5천만 원으로 '나같은 절실한 선수들이 더 뛸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2억 5천만 원의 계약서를 찢었던 것"이라며 "그 이후 백승수(남궁민) 단장의 "곽한영 선수한테 우린 뭘로 보였을까요? 양아치로 보였겠죠?"라는 대사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내용이 모두 연결되며 곽한영이라는 인물을 더 기억해주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그의 철저한 대본과 캐릭터 분석으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곽한영이 탄생했지만, 김동원의 눈에는 한없이 아쉬웠다. 그는 "제 연기를 만족한 적은 없다. 특히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과는 결이 다르니까 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했으면 좋았겠다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신의 연기에 대한 기대도, 욕심도 많은 배우였다. 연기는 김동원의 평탄했던 삶을 뒤흔들었다. 새로운 세상에 마냥 설렐 것만 같았던 스무 살, 단국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한 김동원은 '이게 잘 살고 있는 건가? 이게 재밌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새로운 길에 발을 내디뎠다.

그는 "정확하게 계기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렸을 때 몰래 보던 '주말의 명화' 등의 기억이 마음 속에 남아있었던 것 같다"며 "'연극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대학로에 나와서 공연을 하다가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자퇴를 하고 수능을 본 뒤 다시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고 밝혔다.

막연하게 꾸던 꿈과 흐릿하지만 강렬했던 기억들이 김동원을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그렇게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하게 된 그는 스물 여덟살, 연극 무대에 데뷔하게 됐다. 김동원은 "연기가 재밌었고, 지금도 재밌다. 특히 연극 무대는 관객들과 좀 더 가까워서 그 시간들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고 웃었다.

김동원은 단 한 번도 이 길에 들어선 걸 후회한 적이 없다. 자신이 하고 싶고, 행복한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은 상상 그 이상으로 행복한 일이라 여긴다. 그는 "연기한다는 게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는 연기가 가장 특별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연극 무대에는 수없이 섰지만,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는 것은 '스토브리그'가 딱 네 번째 작품이다. 김동원은 앞으로 꾸준히 해오던 연극도, '스토브리그'처럼 자신에게 새롭게 주어지는 기회도 놓치고 싶지 않다. '스토브리그'가 배우 김동원에게 '큐사인'을 보낸 셈.

김동원은 연기 인생의 목표를 묻자 "계속 이 일을 하는 것"이라는 짧고 굵은 답을 내놨다. "중간에 한눈팔지 않고, 이 일을 하는 게 목표에요. 제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 게 행복해요.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고마운 만큼 열심히 연기하고 싶어요. 그게 관심에 보답하는 방법이겠죠."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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