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좋아하는 노래를 하고 공연을 다니다 보니 어느새 20주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시간의 소중함을 간직한 채 다음 20년을 위해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는 가수 백지영이다.

지난 1999년 1집 앨범 '소로우(Sorrow)'로 가요계에 발을 디딘 백지영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새 미니앨범 '레미니센스(Reminiscence)'로 컴백했다.

여성 솔로 가수가 20주년을 기념한다는 것만으로도 '레미니센스'는 의미 있는 앨범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백지영은 자신의 20주년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자신보다 더 좋아해 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기에 20주년이 뜻깊은 의미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주년 기념 앨범을 준비하면서 나랑 회사와 생각이 좀 달랐다. 사실 20주년을 기다리는 19주년이 내게는 조금 더 긴장되고 의미가 있었다. 반면 내 앨범을 기다리고 서포트해주는 스태프들은 20주년을 좀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더라. 그런 분들과 함께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좋았다"고 전했다.

물론 그만큼의 부담감이나 걱정도 존재했다. 백지영은 "20주년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할 일이 점점 없어지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이 기분을 없애고 싶다는 생각에 20주년을 그냥 넘기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백지영은 20주년을 또 다른 '터닝포인트'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는 "20주년을 넘어가면서 앞으로 더 변화하고 다질 수 있는 시기를 준비하는 기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백지영의 이번 컴백은 지난 2016년 디지털 싱글앨범 '그대의 마음' 이후 약 3년 만이다. 방송 활동은 송유빈과 함께 활동했던 '새벽 가로수길' 이후 3년 반 만이다. 그동안 백지영은 딸 하임 양을 출산하는 등 큰 변화를 겪었다. 백지영은 "가수 생활을 하면서 20년 중 가장 오랫동안 음악을 선보이지 않았던 거더라. 하지만 아이를 낳고 육아만 한 게 아니라 행사는 물론 공연으로 해외도 다녀오다 보니 난 나름대로 바쁜 3년을 보냈다. 때문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체감을 못 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더 정성스럽게 준비했다는 백지영이다. 특히 작곡가 G.고릴라와 선우정아 등을 직접 섭외해 작업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이현승, 빨간양말 등 최근 히트 작곡가들의 힘을 얻어 이번 '레미니센스'가 탄생했다.

또 백지영은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이별의 애절한 감성에서 더 나아가 포괄적인 느낌을 담고 싶었단다. 그는 "슬프고 절절하기보다는 따뜻한 느낌을 드리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타이틀곡 '우리가'의 벌스와 엔딩이 참 따뜻하더라. 이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이별, 위로 이런 것보다는 이제는 누군가에게 향기와 향수를 느끼게 하는 추상적인 앨범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색다른 변신도 시도했다. 선우정아와의 작업이 대표적인 예였다. 백지영은 "선우정아 씨한테는 내가 안 부를 것 같은 느낌의 곡을 일부러 받았다. 그동안 백지영이란 가수가 가지고 있는 느낌, 그리고 대중이 바라는 색에 맞춰가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선우정아 씨의 노래를 가지고 한 번 부담 없이 도전해 봤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백지영은 만족스러운 작업물을 얻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배움을 얻었다. 어느덧 21년 차 가수가 된 백지영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작업을 통해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었다.

"선우정아 씨는 확실히 나와 다른 스타일로 작업을 해요. 선우정아 씨가 내게 주문한 건 감정을 너무 넣지 않고 편안하게 부르는 거였어요. 녹음 내내 '이렇게 노래를 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편안하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문득 데뷔 시절을 떠올린 백지영은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춤추고 노래하는 기계 같았다. 하루에 스케줄을 13개까지 했었을 정도니까 생각이란 걸 담을 수 없었던 상태였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한 우물만 팠기에 몸도 마음도 성숙해질 수 있었다. 그는 "확실히 그때 체력도 성대도 단련됐다. 또 그동안 안 좋은 일도 좋은 일도 겪다 보니 지금은 감정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상태나 여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게 나이의 좋은 점인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데뷔 때보다 좋아진 점도 있었다. 백지영은 "일단 임하는 자세에서 조급함이나 욕심이 많이 없어졌다. 또 10주년 때는 댄스도 공연도 많이 하고 싶었던 반면 지금은 하나라도 완벽하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할 수 있는 선을 고집하기보다는 관객들과 나,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방향성을 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20주년, 그리고 40주년까지 내다 본 백지영은 새삼 시간에 대한 감사함을 느낀다고. 그는 "사실 내가 20주년을 맞을지도 몰랐고 상상해보지도 않았다. 그저 바로 눈앞에 있는 것들만 보면서 달려왔다. 하지만 막상 20주년을 맞고, 앨범을 녹음하면서 보니까 과거의 내 생각이 너무 교만하고 거만했다는 걸 깨달았다. 난 그저 시간 위에 앉아 흘러가는 걸 거스르지 않고 영유했을 뿐이다. 시간이 날 태우고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그 20년이라는 시간에 너무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미 많은 걸 이뤄온 백지영이지만, 여전히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었다. '공연을 많이 하는 가수'가 바로 그 길이었다. 백지영은 "계속해서 건강하게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관리가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20년은 더 하고 싶은데, 그럼 환갑이다. 체력관리에 힘을 써서 오래오래 공연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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