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배우는 다양한 삶을 대변한다. 가수가 됐다가 정치인이 되기도 하고 또 평범한 직장인으로 변신한다. 평소 꿈꾸던 일을 경험하고 또 대중에게 전달하는 매력적인 일. 때문에 이제 막 배우의 길에 들어선 이설은 욕심이 많다.

이설은 3년 만에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그는 3년 전 가수 백예린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계기로 연예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신이 나온 장면은 통편집 됐지만, 아쉬움보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렘과 행복감을 느꼈다. 이후 그는 연기 입시 학원을 등록하고 대학교에 진학하며 연기자라는 길에 첫발을 내디뎠다.

낯선 연기라는 길. 누군가는 오랜 무명의 세월을 겪다가 좋은 기회를 한 번 만나기도 어렵다지만 이설은 조금 달랐다. 시작한 뒤 얼마 안 돼 영화 '허스토리'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이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드라마 '옥란면옥'부터다. 당시 그는 조선족의 삶을 실감 나게 연기해 호평을 얻었다. 이를 계기로 '나쁜 형사'에서도 주연을 꿰찼다. 그는 사회부 기자 역을 맡아 배우 신하균과 호흡을 맞췄다. 이설은 3년 만에 연기에 관심을 갖고, 단역을 거쳐 단번에 주연의 자리에 올랐다.

이설은 또 한번의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다. 이번에는 뮤지션이었다. tvN 수목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극본 노혜영·연출 민진기)에서 아픈 가정사를 지닌, 결코 대중 앞에 설 수 없는 무명의 싱어송라이터 김이경 역으로 돌아온 것이다.

김이경은 새아버지의 폭력에 못 견디다 재떨이로 새아버지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살고자 한 선택이었으나 18세에 소년범이라는 꼬리표를 얻었다. 이후 줄곧 세상의 편견과 오해를 감내하며 살았다. 그런 그에게 위로가 된 것은 음악이었다. 인생의 아픔을 곡으로 표현하고 기타 치고 노래 부르며 잠시나마 삶의 위안을 얻었다. 비록 소년범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대중 앞에 설 순 없어도 김이경은 항상 꿈을 꿨다.

이렇게 가정폭력으로 얼룩진 인물을 표현하기 어려웠을 터. 이에 대해 이설은 "'나쁜 형사' 때 은선제 역을 맡았다. 그때도 가정폭력을 당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수월했던 것 같다"며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을 당하는 인물을 연기하는 건 물론 어려웠다. 장면, 장면이 모두 슬펐다. 그러나 촬영할 때만큼은 즐겁게 임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했기에 어렵지 않았다. '더 세게 때려도 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이설에게 도전이었다.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으로 얼룩진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에 그는 생전 배워보지 못했던 기타와 노래를 연습해야 했다. 심지어 기타와 노래를 동시에 선보여야 하는 싱어송라이터다. 이설은 "평소 음악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노래를 본격적으로 찾아 듣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지산 록 페스티벌'이었다. 당시 친구가 아일랜드 밴드 시규어로스의 음악을 듣고 우는 모습을 봤다.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하면 노래를 듣고 울 수 있을까 싶었다. 그때부터 호기심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이어폰 없이는 밖에 나갈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시규어로스로 시작해 알렉 벤자민, 김광석, 장필순 등 다양한 가수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음악을 좋아한 이설이었지만 노래와 기타를 배우 는데는 어려움이 따랐다. 그는 "기타는 9개월 정도 배웠다. 계속 연습했지만 노래하면서 기타를 치는 게 어렵더라"며 "연습을 하다 하다 너무 안 되니까 짜증도 났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내 몸에 노래 잘하는 사람과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을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는 간절히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소원을 비는 내용이다. 이설은 자신의 실제 상황과 작품에서의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는 것. 그러면서 "기타를 부숴버리고 싶다가도 재밌어서 계속 배우고 싶었다. 드라마가 끝났지만 한동안은 기타를 치고 싶다"고 했다.

작품을 위해 기타와 노래를 배웠으나, 김이경은 천재 뮤지션이었다. 제작진과 이설은 논의 끝에 김이경의 노래를 가수 손디아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손디아의 목소리와 이설의 목소리는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고, 수많은 시청자들이 이설이 직접 노래를 부른 게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이설은 "손디아 언니가 도움을 많이 줬다. 처음 만나서 대화도 많이 나누고 노래 연습도 같이 했다. 내가 먼저 노래를 불러서 영상팀에 주면, 언니가 입을 맞춰 부르는 방식으로 편집했다"며 "'내가 이때는 이런 감정으로 불렀어요'라고 말하면 손디아 언니가 다 맞춰줬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라고 전했다.

손디아가 후반 작업으로 이설을 도왔다면, 현장에서는 배우들이 함께했다. 극 중 호흡을 맞춘 배우 정경호, 박성웅, 이엘은 이설이 노래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옆에서 응원을 보냈다는 설명이다. 이설은 "버스킹 하는 장면은 나에게 참 낯선 환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선배님들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끝날 때까지 봐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흔쾌히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셨다. 정말 행복하게 촬영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설은 배우들과 가수들의 도움으로 뮤지션 역을 소화했다. 그는 촬영을 하면서 가수들을 존경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홍대 버스킹 장면을 촬영할 때 눈을 감고 노래에 빠져든 적이 있다. 노래를 마치고 눈을 떠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순간 긴장이 되면서 희열이 생겼다. 가수들을 정말 존경한다. 또 그런 느낌을 받기에 가수를 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설은 이번 작품을 통해 가수라는 직업의 맛을 봤다. 그는 앞으로 가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스턴트 역할도 해보고 싶다. 액션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무엇보다 가장 원하는 건 양봉업자가 되는 거다. 어떤 책에서 벌이 지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 이후 막연히 양봉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때문에 양봉업자 역할을 꼭 하고 싶다. 다만 양봉에 대한 시나리오가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 변호사도 매력 있는 직업이다. 배우 일을 하면서 연기하고 그들의 삶 속을 들여다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이설은 시청자와 친숙해지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평소 나영석 PD의 예능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신서유기' '강식당' '삼시세끼' 등 너무 재밌다. 또 최근에는 '아이슬란드 간 세끼'도 하지 않았냐. 꼭 한 번 출연하고 싶다"며 "그리고 지금 혼자 살고 있으니 '나 혼자 산다'에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정말 열심히 하고 싶다. 시청자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설은 짧은 시간에 자신의 꿈을 이뤘다. 단지 운으로 모든 일이 이루어진 것을 아닐 테다. 무엇보다 이설의 매력과 실력이 보는 사람들을 사로잡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이설이 보여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가 향후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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