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대표팀 감독 내정 후 첫 심경 밝혀 "이제 대한민국 축구 밖에 없다"

입력2024년 07월 10일(수) 22:52 최종수정2024년 07월 10일(수) 22:52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나는 나를 버렸고, 대한민국 축구 밖에 없다. 그것이 마음을 바꾼 이유다"

한국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감독이 기존 입장을 바꿔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기로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와 광주FC의 경기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겼고, 정말 강한 팀을 새롭게 만들어서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명보 울산 감독을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8일에는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부문 총괄이사가 브리핑에 나서, 홍명보 감독 선임 배경과 과정 등에 대해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부터 대표팀 차기 사령탑 후보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를 경험한 뒤 자진 사퇴했었지만, 지난 10년 간 행정과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다만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을 보이기 보다는 울산에 집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고, 대한축구협회의 차기 사령탑 선임 과정과 절차에 대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홍 감독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축구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시즌 중 감독을 떠나 보내야 하는 울산 팬들은 실망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꼈다.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이 홍명보 감독 내정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한 것 등 차기 감독 선임 과정 절차에 대한 의문까지 커지면서,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날 문수축구경기장에는 경기 전부터 "홍명보 나가"라는 콜이 울려 퍼졌다. 홍명보 감독을 비판하는 걸개도 여러 개가 걸렸다. 홍명보 감독이 거짓말을 했다며 '피노키홍'이라고 비판하는 걸개도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홍명보 감독이 울산 팬들을 향해 인사를 하러 갔을 때에도 야유는 계속 됐다.

복잡한 마음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명보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마음을 바꿔 대표팀 사령탑직을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먼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가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끝나고였고, 솔직한 심정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며 "지난 2월부터 내 이름이 내 의도와 관계 없이 전력강화위원회, 대한축구협회, 언론에 거론됐는데 정말 괴로웠다.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었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그럼에도 마음을 바꾼 것은 기술철학을 대표팀에서 실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이임생 위원장이 지난 7월 5일 집 앞으로 찾아와서 뿌리치지 못하고 처음 만났다. 이임생 위원장이 MIK(Made In Korea)라는 기술 철학을 이야기했는데, 나 역시 (축구협회에서) 행정을 하면서 관심이 있었다. 축구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추진했는데 이루지 못했다"면서 "행정에는 한계가 있고,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그 실행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좋다. 또 국가대표팀 감독이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임생 위원장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이 위원장이 돌아간 뒤 밤새도록 고민을 했다. 솔직히 불확실한 것에 도전을 하는 것이 굉장히 두려웠다"면서 "결과적으로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내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예전의 실패를 했던 과정과 그 후의 과정을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하지만, 반대로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겼고 정말 강한 팀을 새롭게 만들어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또 "10년 만에 간신히 재밌는 축구를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나는 나를 버렸고, 대한민국 축구 밖에 없다. 팬들에게 (대표팀에) 가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마음을 바꾼 이유"라고 전했다.

홍명보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김판곤 당시 전력강화위원장과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고, 이는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당시 프로세스를 이끈 홍 감독이 이번에는 불투명한 절차 속에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시스템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전강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만난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10년 전 실패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홍 감독은 "지금과 10년 전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경험도 부족했고, 축구 지도자로서 시작하는 입장이었다"며 "지금도 부족한 점이 있지만, 10년 전보다는 K리그 경험도 많이 하고 지도자로서 굉장히 좋았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또 대표팀 전력에 대해 "한국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 재능을 어디 위에 올려 놓느냐에 따라 많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재능을 헌신, 희생 위에 올려 놓는다면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이기주의 위에 놓는다면 재능은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지만 얼마나 신뢰 관계를 쌓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울산 팬들에게는 다시 한 번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홍 감독은 "너무 죄송했다. 물론 언젠가는 떠나야 할 시기가 오겠지만 이렇게 작별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나의 실수로 인해 이렇게 떠나게 됐다"며 "정말 우리 울산 팬들에게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들, 팬들, 축구만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너무 좋았다. 얼마 전까지 응원의 구호였지만, 오늘은 야유로 나왔는데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 있다. 울산 팬들, 처용전사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 부임 시기에 대해 "아직까지 상의를 안 했다. 협회와 전혀 연락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서 "언제 들어갈 것인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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