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나무는 바람에 흔들려도 산은 흔들리지 않는다. 안산도 그랬다.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엘리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세트 승점 6-5(28-28 30-29 27-28 27-29 29-27 10-8)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산은 도쿄 올림픽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대한민국 선수단 다섯 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올림픽 때마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한국 양궁이지만, 안산만한 선수는 없었다.

안산은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3위로 통과하며 올림픽행 막차를 탄 선수다. 나이도 여자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가장 어려, 언니들보다 주목을 덜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안산은 지난 2019년 도쿄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당시 대회 장소가 지금 올림픽 양궁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이었다. 지금 안산의 활약은 이미 2년 전 예고됐던 셈이다.

첫 올림픽 무대였지만 안산은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발휘했다. 지난 23일 랭킹 라운드에서부터 언니들과 쟁쟁한 세계의 강자들을 제치고 전체 1위를 기록하며 진가를 증명했다. 혼성 단체전 출전권을 따낸 안산은 다음날 김제덕과 함께 금메달을 합작하며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산의 활약은 계속 됐다. 25일 진행된 여자 단체전에서 강채영, 장민희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며, 양궁 여자 단체전 올림픽 9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예상치 못한 외풍(外風)도 있었다. 안산의 금메달 행진이 화제가 되면서, 안산의 과거 SNS 활동도 관심을 받았다. 이 가운데 안산이 쓴 몇몇 표현들이 남성 혐오적인 표현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면서 안산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하지만 안산은 흔들리지 않았다. 개인전에서도 단체전 때와 같은 경기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했다. 32강에서 장민희, 8강에서 강채영이 탈락하며 안산의 부담감이 더 커졌지만, 안산은 산처럼 깊고 진중했다.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쳐 모두 승리하는 승부사 본능까지 발휘했다.

안산의 표정이 처음으로 흔들린 때는 포디움에 올라 금메달을 건 뒤였다. 안산은 그제서야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첫 올림픽을 금메달 3개로 마친 안산은 한국 양궁 신궁 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장담할 수 없지만, 다음 올림픽 때도 태극마크를 획득한다면 올림픽 최다 메달에도 도전할 수 있다. 올림픽 최다 메달 획득 기록은 양궁 김수녕(금4, 은1, 동1)과 사격 진종오(금4, 은2)가 보유하고 있다. 만약 안산이 다음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2개를 보탠다면 최다 금메달 기록을 세우며, 메달 3개를 수확한다면 최다 메달 타이 기록을 달성한다.

첫 올림픽을 3관왕으로 마치게 된 안산이 앞으로 한국 양궁과 올림픽 역사에 얼마나 더 많은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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