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다양한 올림픽 종목 가운데서도 단체구기 종목은 우리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종목이다. 여자핸드볼 '우생순'의 감동은 우리의 눈물을 자아냈고, 이승엽의 홈런과 류현진의 역투, 박주영의 '각시탈' 슛은 모두를 환호케 했다.

그러나 지난 2016 리우 올림픽은 아쉬웠다. 한국 선수단은 출전한 모든 단체구기 종목에서 단 하나의 메달도 얻지 못했다.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을 획득한 이후 이어오던 단체구기 종목 연속 메달 행진은 허무하게 종료됐다.

5년 만에 다시 올림픽에 서는 한국 선수단은 단체구기 종목에서의 명에회복을 노리고 있다. 인기종목인 야구와 남자축구를 필두로, 여자배구와 여자농구, 여자핸드볼, 남자럭비가 태극마크를 달고 열도를 누빈다.

▲ 런던 영광 재현 노리는 남자축구
한국 축구는 지난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었다. 특히 메달이 걸린 3-4위전에서는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둬, 온국민을 열광케 했다.

그러나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다소 아쉬웠다. 2회 연속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대회에 나섰지만, 8강에서 복병 온두라스에게 덜미를 잡히며 탈락의 쓴맛을 봤다. 8강 탈락 이후 손흥민이 흘린 아쉬움의 눈물은 아직도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도쿄 올림픽에 나서는 김학범호는 5년 전의 아쉬움을 깨끗이 씻겠다는 각오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을 일궜던 황금세대들이 팀의 주축을 이룬다. 여기에 와일드카드 황의조와 권창훈, 박지수가 합류하며 더욱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메달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조별리그부터 통과해야 한다. 한국은 뉴질랜드, 루마니아, 온두라스와 B조에 편성돼 있다. 비교적 수월한 조 편성이라는 평가지만, 변수가 많은 올림픽 무대인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또 조별리그를 통과한다면, 토너먼트 무대부터는 더욱 강한 전력의 팀들과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김학범호는 도쿄 올림픽 출정에 앞서 치른 두 차례 평가전에서 1무1패(아르헨티나 2-2 무, 프랑스 1-2 패)를 기록했다. 아쉬운 결과이지만, 그만큼 단점을 찾고 보완할 수 있었다. 도쿄에 입성한 김학범호가 한여름 더위를 날릴 시원한 골을 선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위기에 처한 한국야구…어깨 무거워진 김경문호
2008 베이징 올림픽 9전 9승 금메달 신화는 한국야구 역사상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류현진과 김광현의 역투, 이승엽의 짜릿한 홈런, 김현수의 감각적인 적시타는 지금까지도 야구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이후 야구가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되면서,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야구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야구가 다시 올림픽 종목에 들어가면서, 한국야구는 13년 만에 2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대표팀을 이끄는 수장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믿음의 야구'를 보여준 김경문 감독이다. 또한 당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현수와 강민호, 오승환도 이번 대표팀에 승선했다. 여기에 KBO 리그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양의지, 한국 야구의 미래로 기대되는 이정후, 강백호 등이 합류했다.

문제는 현재 대표팀의 분위기다. 박민우와 한현희가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등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대표팀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선수 선발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반면 상대의 전력은 만만치 않다. 개최국 일본은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도 쉽지 않은 상대다. 이스라엘은 다크호스로 꼽힌다.

만약 김경문호가 도쿄 올림픽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거둔다면, 이는 한국야구 전체의 위기로 확대될 수도 있다. 김경문 감독과 선수들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 '배구여제'의 마지막 올림픽…올림픽 첫 도전 나서는 남자럭비
김연경은 2010년대 세계 최고의 여자배구 선수로 꼽힌다. 유럽 무대에 진출한 이후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와 개인상을 휩쓸었고, 국가대표팀에서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 하나의 아쉬움은 올림픽 메달이다. 김연경은 지금까지 2번의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4강,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8강에 그치며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특히 런던 올림픽에서는 3-4위전에서 일본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김연경은 마지막 올림픽이 될 이번 대회에서 아쉬움을 푼다는 각오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대표팀의 전력이 크게 저하됐다는 평가지만, 양효진, 박정아, 이소영 등 그동안 대표팀에서 함께 했던 후배들과 다시 한 번 메달 도전에 나선다.

여자농구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13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레전드 전주원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박지수와 김한별, 박혜진, 김단비 등 현 한국 여자농구 최고의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1차 목표는 8강이지만 이후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는 각오다.

핸드볼은 그동안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효자종목으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핸드볼 동메달 이후에는 메달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여자핸드볼만 출전권을 얻어, 13년 만의 메달 획득을 노린다.

남자럭비는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1923년 국내에 처음 럭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하며 이미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전력상으로는 본선 진출국 중 최약체로 분류되지만, 올림픽 본선 첫 승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창조하겠다는 각오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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