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가수 하진이 느리고 어두운 음악 대신 경쾌하고 자유로운 음악에 도전했다. 다년간 쌓아온 경험으로 자신만의 여러 음색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수만 가지 장르를 보여주려는 하진이다.

하진은 최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정식 싱글 '데이드림(Daydream)'을 발매하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데이드림'은 모든 걸 내던지고 싶은 순간 작은 반항으로 시작된 일탈에서 받은 위로의 이야기를 담았다.

2009년에 데뷔한 하진은 그간 앨범 활동부터, 코러스, 영화음악, 광고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했다. 하진의 목소리는 "자본주의 목소리"라고 자평될 정도로 상황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했다.

그러던 중 2018년, 하진은 '스카이(SKY) 캐슬' OST '위 올 라이(We All Lie)'를 가창하며 대중에 자신의 목소리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위 올 라이' 열풍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진은 당시 인기가 얼떨떨했다고. 그는 "노래가 많은 사랑을 받긴 했지만, 노래만 알골 얼굴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길을 가다가 '위 올 라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분들을 보면 신기했지만, 옆에 지나가는 내가 그 가수인지는 모르더라. 그러다 보니 피부로 실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이 곡을 불렀다고 말하면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종종 느끼곤 했다"고 말했다.

하진의 말처럼 노래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데 비해 가창자의 인지도 다소 높아지지 않았다 보니 아쉬움도 분명 존재했다. 하진은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 레드카펫에 올라가는데 주변이 너무 조용했다. 내가 '위 올 라이'를 부른 하진이라고 소개를 하자 그제야 환호성이 터졌다. 그때 얼굴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저에게 '위 올 라이'는 그림자 같은 존재예요. 하진 하면 '위 올 라이'가 따라붙는 것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곡이죠. 그 곡이 나온 후 울기도 하고 웃기도한 사건들이 많았어요. 많은 감정이 담긴 저의 그림자죠. 앞으로도 항상 저와 같은 모습으로 서 있을 거라는 기분이 들어요."

그렇기에 이번 앨범 '데이드림'은 더 소중했다. 오롯이 자신만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앨범이기 때문이다. 데뷔 후 자그마치 11년의 시간이 걸렸다. 하진은 "앞서 JTBC '스카이(SKY) 캐슬' OST인 '위 올 라이(We All Lie)'가 잘됐을 때보다 지금이 조금 더 행복하고 피부로 느껴진다"며 "그저 너무 신기하고 앨범이 무사히 나올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한다"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요즘은 매일을 즐기고 있어요. 물론 회사와 계약하고 발매하는 첫 솔로 앨범인 만큼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도 있죠. 그렇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매사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많다 보니, 그 부분을 내려놓고 다시 없을 수 있는 이 순간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하진은 '데이드림'을 "저의 개인적인 욕구가 많이 담긴 곡"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현실에서 겪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 아름답지 않더라고 나만의 공간이라면 난 충분히 행복하고 위로를 받더라"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싱글은 JTBC '슈퍼밴드'를 통해 탄생한 그룹 루시의 멤버이자 프로듀서 겸 베이시스트 조원상이 프로듀서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하진은 "(조)원상 씨랑 곡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도 서로의 활동을 응원해주는 연락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진은 "지금까지는 느린 템포의 곡들을 주로 해왔다. 이번에는 좀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놀고 싶다'라는 단어가 포인트였다. 무대에서 즐기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 이 부분을 원상 씨가 잘 캐치해줘서 빠른 비트의 곡으로 탄생시켜줬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데이드림'은 하진이 지금까지 여러 드라마 OST로 또는 소속그룹 림하라를 통해 보여준 스타일의 노래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하진은 "매번 하던 것만 하다 보니 이번에는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다"며 "항상 똑같은 음악만을 할 수는 없지 않나. 앞으로도 내 기분을 담은 음악을 찾고 또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

노래 스타일이 변함에 따라 하진은 외적인 스타일에도 변화를 줬다. 또한 '스탠딩 가수'라는 편견까지 부수며 무대 위에서 직접 춤도 춘다. 이렇듯 적지 않은 변신을 보여준 하진이지만, 이를 통한 반전 매력을 노렸던 건 아니란다. 그는 "멋져 보이거나 예뻐 보이는 건 상관없다. 그저 무대 위 내 모습이 즐거워 보이고 행복해 보였으면 좋겠다. 노래를 하는 순간만큼은 자유로워 보이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노래에는 추억을 담는 힘이 있다. 한 번 담은 추억은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떠오른다. 하진은 '데이드림'이 가장 즐거울 때 함께하는 곡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 기분 전환을 위해 드라이브를 할 때, 혼자 있더라도 비트에 맞춰 걷고 싶을 때 등 긍정적인 에너지가 필요할 때, 자신의 노래가 그 옆을 지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렇다면 하진 본인은 대중에게 어떤 가수로 남고 싶을까. 하진은 '인간적인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무대 위 완벽한 착장을 갖추고 있더라도 다가가기 어려운 가수가 아니란 걸 알아줬으면 한다. 많은 분들이 나랑 편하게 대화도 나누고, 오며 가며 일상처럼 인사도 나누고,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물어보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미로는 자신의 단편적인 모습이 아니라 인간 하진으로서 바라봐 달라는 뜻도 있었다. "항상 일관되게 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죠. 음악적인 면에서도 그래요. 앞으로도 저의 기분에 따라 오늘 하고 싶은 음악이 달라질 것 같고, 그런 음악들을 내놓을 거예요. 그럴 때면 모든 음악은 제 솔직함을 담은 곡이니 그대로 받아줬으면 해요. '위 올 라이'를 부른 가수가 다른 음악을 하는 게 이상하다는 시선이 아니라 이런 음악도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인간성을 봐주셨으면 해요."

[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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