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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리뷰 / 사진=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포스터 |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한 이후 북한군이 남쪽으로 진격해 국군의 방어선은 낙동강까지 후퇴했다. UN군은 북한군을 뒤에서 공격해 적진의 허리를 끊을 계획을 했고, 그 첫 작전으로 수도 서울을 되찾기 위한 인천상륙작전이 실시됐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위대한 승리의 전투다. 하지만 그 이면에 적의 눈을 돌리기 위한 양동작전이 진행됐었다. 전투 병력이 부족해 평균 나이 고작 17세, 훈련도 제대로 받아본 적 없고 군복과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어린 학도병 772명이 장사리 해변에서 후방을 교란하기 위한 작전인 장사상륙작전이다.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감독 곽경택·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은 폭풍우와 태풍이 몰아치던 1950년 9월 14일, 학도병들을 태우고 장사리로 향하던 배 문산호에서 시작된다.
영화는 구구절절하지 않다. 그저 저마다의 사연으로 모여들었을 학도병 772명이 난생처음 실전에 나서기 전의 두려움과 긴장, 흥분감 등을 포착할 뿐이다. 인민군을 당장에 제압할 거라며 허세를 부리는 아이, 심한 뱃멀미에 구토를 하는 아이, 침착하게 군의 지시를 따르는 아이 등 제각각의 학도병 모습을 담는다.
배는 결국 좌초되고 태풍이 매섭게 몰아치는 검은 바닷속에 내몰린 이들을 향해 캄캄한 해안가에서 총탄이 무수히 쏟아지기 시작할 때, 비로소 전쟁을 실감하고 공포와 겁에 질린 아이들의 표정은 가엾고 안타깝기 짝이 없다. 영화는 파도에 휩쓸려 가는 아이들, 총에 맞아 쓰러지는 아이들 속에 "엄마"를 외치며 울부짖는 아이 등, 삽시간에 아비규환의 수라장으로 변한 전쟁의 참혹함을 사질적으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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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리뷰 / 사진=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스틸 |
서사는 단순하다. 학도병들의 감정 이입을 돕는 부수적인 스토리 외에는 우여곡절 끝에 고지를 점령하고, 인민군들의 식량과 군 물자 보급로를 봉쇄하고 철수를 기다리는 과정이다. 스토리를 덧대거나, 스케일을 키우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 오히려 그래서 더 사실적이며 극적으로 느껴진다.
영화는 저들끼리 치고받고 치기 어린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딱 그 나이때 또래의 순수함을 가진 아이들의 모습과, 이들을 지켜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공존한다. 특히 아이들을 지키는 어른들의 모습은 혹 감독의 자아가 아닌가 싶다. 사지로 내몰린 학도병들에 대한 부채감과 책임감을 지닌 이명준 대위(김명민)는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을 데리고 임무를 마쳐 복귀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엄격하고 근엄하지만 믿음직한 부대장 박찬년 중위(곽시양)를 비롯해 마치 동네 형처럼 격의 없이 아이들을 대하고 장난도 스스럼없이 치지만 막상 책임감 넘치는 상사 류태석. 그리고 대책도 없이 애들을 태웠다며 분노하고 걱정하는 문산호의 선장과 선원들의 모습 등은 아이들을 향한 애정과 더불어 자괴감과 죄책감이 가득하고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이 보이는 인물들이다.
반면 학도병을 '총알받이'로 내몰고도 대의를 내세우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염치없는 군 권력자들은 앞선 '어른' 캐릭터들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런 류의 영화가 주의해야 할 안타고니스트의 설정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정해 의도를 비추는 식이다. 북한군의 묘사가 상세히 이뤄지지 않는 이유도 그래서다. 영화는 학도병을 전쟁 영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전쟁의 승리에 도취될 생각이 조금도 없다.
이런 끔찍한 전쟁의 참상과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뿐이다. 미제 초콜릿에 해맑게 기뻐하던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잔상과 더불어 군모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그들의 베레모 수백 개가 파도 너울에 넘실대는 잔상은 그렇기에 더 여운이 짙다.
제3자의 시선으로 한국전쟁의 끔찍한 참상을 바라보고 슬픔을 통감하는 종군기자 매기(메간 폭스)의 역할은 그 자체로 위안이 된다. 언론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윤리 의식을 갖고 숨겨진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학도병들의 희생을 마음으로 아파하는 그의 존재만으로 작지만 따스한 위로를 얻게 되는 것.
영화는 단 한순간도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어찌보면 올드하고 투박할 정도다. 하지만 영화의 진심은 사무치게 와 닿는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역사 속 빛바래 퇴색된 아름답고 순수한 이들의 희생의 가치, 이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과 미안함을 가득 담은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이젠 기억해야 될 때다. 9월 25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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