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약했다.

tvN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극본 김영현·연출 김원석)가 22일 밤 4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 했다. 수 많은 복선과 단서들, 일명 '떡밥'을 모두 회수하지 못한 채 종영돼 아쉬움을 남겼다. 제작비 540억 원이 투입된 드라마의 결말은 허무했다.

이야기는 국가가 탄생하는 것으로 끝났다. 타곤(장동건)은 아스달이 더 이상 '연맹'이 아닌 '국가'가 됐음을 선언했다. 왕이 된 타곤은 "대륙의 동쪽을 정벌하리라. 아스달에 대항하는 아고족과 수많은 부족들을 무릎 꿇리고 미개한 그들을 가르치리라"라며 전쟁을 선포했다. 시즌2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은섬(송중기)은 아고족의 신적인 존재이자 우두머리인 이나이신기가 됐다. 백성들의 환호를 받는 타곤과 이나이신기가 된 은섬의 모습이 한 화면에 담기며 드라마는 끝을 맺었다.

이처럼 마지막 회는 전체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종영이 아닌,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 결말이었다. 제작진 역시 "시즌2 제작 가능성이 있다"고 암시하며 시청자의 응원을 당부한 상황이다. 이 드라마의 속편은 정말 가능한 것일까. 우선은 불투명해 보인다.

'아스달 연대기'는 국가라는 중앙 권력이 탄생하기 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고증을 할 수 없는 설정인 만큼 대부분의 스토리가 판타지를 기반으로 흘러가는데 신화적인 부분에 지나치게 중점을 둔 탓인지 드라마는 끝내 시청자의 현실적 공감을 얻는데 실패했다.

국가가 태동하기 전의 시대를 다룬 이 드라마는 중앙 권력을 향해 달려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얼굴을 담는다. 오직 한 사람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김영현 작가의 전작들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등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것들이다.

'아스달 연대기'의 핵심인 국가, 권력, 군주, 휴머니티 등 다양한 소재들은 김 작가가 자주 다루는 단골 테마임에도 전작들과 사뭇 결이 다르다. 제작비에 걸맞는 판타지를 재현해야 한다는 집착이 현실이라는 토끼를 놓치게 했다. 판타지 영화에 적합할 법한 이 거대한 스토리를 18회 안에 모두 담기엔 역부족했다.


디테일한 스토리 설정에서도 시청자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극 초반 헤어졌던 은섬과 탄야(김지원)는 끝내 만나지 못했다. 말 그대로 고구마가 아닐 수 없다. 작품 전개가 아스달에 노예로 끌려간 탄야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던 은섬의 이야기로 시작된 만큼 두 사람이 만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던 터라 실망은 컸다.

또 은섬과 탄야가 만나지 못했으니 두 사람이 함께 타곤에게 복수하는 과정 역시 생략됐다. 타곤의 명으로 탄야가 노예로 끌려갔고, 두 사람이 속한 와한족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복수를 꿈꿨으나, 마지막 장면은 탄야가 타곤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타곤은 아고족과 전쟁을 선언했고 은섬은 아고족의 이나이신기가 됐다. 두 사람의 정면승부가 예고된 것이다. 제작진이 시즌2를 염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낮은 시청률 뿐 아니라 화제성에서도 밀린 이 드라마의 속편이 제작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결국 두 사람의 이야기 역시 시작도 못한 채 끝이 났다.

섬세한 연출로 정평이 난 김원석 감독 장기 역시 '아스달 연대기'에서는 맥을 추리지 못한다. 타곤의 무리가 와한족을 습격하는 첫 전투신은 이 드라마의 스펙터클함을 보여주는, 기폭제가 될 중요한 신이었지만 지나치게 감성적인 연출톤으로 긴장감을 형성하는데 실패했다.

'아스달 연대기'는 540억 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제작비와 장동건, 송중기라는 투톱 배우의 출연으로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드라마는 첫 방송부터 혹평 일색이었다. 엉성한 CG, 난해한 설정과 용어 등이 문제였다. 상고 시대에 레이스, 금속 세공, 서양식 건물 등이 나와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어려운 용어와 캐릭터가 쏟아지며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배우들의 대사 전달력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급기야 자막을 요구하는 시청자까지 등장했다. 거대하게 시작된 이 이야기를 시청자가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는 건 결국 제작진이 몰입력과 장악력을 발휘하는데 실패했다는 뜻이다.

기대 이하의 CG는는 민망할 정도였다. 결국 제작진은 당초 18회로 편성된 드라마를 3개의 파트로 나누고 두 달간 휴방을 선언했다. 허술한 CG와 후속 처리를 보강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돌아온 드라마의 CG는 여전히 허술했다.

'아스달 연대기'는 말해준다. 내로라하는 스타가 등장하고, 수많은 제작비가 소요되더라도 대본과 연출이 따라주지 않으면 시청자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드라마의 성공 요건은 특별한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연출, 극본, 연기 3박자의 기본 요소에 충실하면 된다. 수백 억원을 쓴 이 드라마가 주는 교훈이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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