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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항서 감독 / 사진=DB |
박항서 감독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서형욱의 뽈리TV'에 출연해 북중미 월드컵 당시 대표팀 지원단장으로 선수단과 동행하며 겪은 일들을 전했다.
박 감독은 지원단장으로서 자신의 역할과 권한조차 명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월드컵 가기 전 회의에서 단장을 맡으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보고라인은 어떻게 되는지 물어봤다. 그런데 다들 대답이 없었다"며 "'대충 해라. 유난 떨지 말라'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부분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이래 가지고 '내가 가도 되나'라는 생각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정확한 권한을 얻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특히 월드컵 초반 대표팀과 국내 취재진 사이 갈등을 빚은 '손흥민 뒷담화 사건'을 언급했다.
사건은 한국 대표팀이 체코와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훈련했을 당시 촬영된 영상에서 비롯됐다. JTBC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훈련 영상에 일부 취재진의 대화가 고스란히 담겼고, 손흥민을 향한 조롱성 발언과 욕설 등이 논란이 됐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논란이 커지면서 대표팀 선수들은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거부했다. 손흥민 역시 체코전 승리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지원단장이었던 박 감독은 이 사건에 대해 정식으로 보고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선수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식사 시간, 운동장에 가는 시간뿐이었다. 그것도 멀리서만 봤다"며 "나중에 우연히 전무와 전력강화위원장이 온 자리에서 듣고 알았고, 빨리 수습하라고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한테 정식으로 보고한 것도 아니었다. 보고를 직접적으로 받아보지 못했다. 그 뒤로 시간이 흘러갔다. 팀장들한테 일을 왜 이따위로 하냐고 화를 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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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 / 사진=GettyImages 제공 |
박 감독은 이후 경기를 앞두고 있던 홍명보 전 감독을 제외하고 전무와 전력강화위원장 등 실무진을 소집했다. 그러나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멕시코와 2차전을 앞두고는 손흥민, 이재성, 황인범, 황희찬 등 고참 선수들과 협회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박 감독은 "직접 들어보고 해결하라고 했는데 똑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선수들은 협회의 대응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손흥민과 이재성의 말에 공감이 가더라. 어린 선수들은 모르겠지만 10년 넘게 국가대표로 뛴 선수들은 협회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고 신뢰도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단장님, 이런 사건은 사실 인신공격 아니냐. 인종차별과 마찬가지다. 구단 같으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데 왜 협회는 선수 보호를 안 하느냐'고 하더라"라며 "얼마나 답답하면 저한테 이야기를 했겠나. 제가 선수라도 화났을 거다. 적극적으로 대응을 안 해주는데 선수들은 누구를 믿고 뛰겠나"라고 꼬집었다.
이후 기자단 대표가 선수단 앞에서 공개 사과했고, 협회는 해당 사건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문제의 기자는 공동 취재단에서 제외됐다.
박항서 감독은 "당사자가 아닌 기자단 대표가 찾아와 선수단 앞에서 공개 사과를 했다. 가해자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성명서는 냈다. 그리고 이미 실명이 밝혀져 있던 상황이었다"며 "또 취재를 막으면 안 되지 않겠나. 대신 공동 취재단에는 제외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후 선수들한테 가서 사과를 했다. 인신공격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 이후로 인터뷰가 재개됐다. 단장으로서 선수들한테 고마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최종전에서 0-1로 패해 탈락했다. 특히 손흥민과 이재성이 모두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박 감독은 패배 이유에 대해 "잘 모르겠다. 감독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데 결과가 나쁘니까 그건 감독의 몫이다. 국민에게 많은 실망을 안겼고 비난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감독의 권한 만큼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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