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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
'제1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 이하 '부코페')의 둘째날인 22일 열린 공연 '전유성없는 전유성쇼'는 고(故) 전유성을 추모하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전유성이 평생 강조했던 '웃음'이라는 본질을 후배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어가는 자리였다. 이날 공연장에는 김대희, 김준호, 김지유 등 코미디언들도 함께해 무대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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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렬 /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
공연의 포문은 이홍렬이 열었다. 그는 전유성과의 오랜 인연을 떠올리며 전유성 특유의 말장난과 유머를 소개했다. 영화 '사도'가 흥행했을 당시 전유성이 "형 사도세자 보셨어요?"라는 말에 "사도가 왜 세 자야. 두 자야"라고 받아쳤던 일화는 그의 유머 감각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지역 이름을 활용한 말장난부터 엉뚱한 발상의 개그까지, 이홍렬이 전한 일화 속 전유성은 거창한 장치 없이도 말 한마디를 웃음으로 바꾸는 사람이었다.
이홍렬은 이날 객석을 향해 "10%만 더 쓰세요. 10%의 기적을 꼭 만들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공연을 억지로 분석하거나 평가하기보다 편하게 내려놓고 마음껏 웃어달라는 의미였다.
이홍렬이 맡은 또 하나의 임무는 선물을 전달하는 일이었다. 그는 故 전유성이 생전에 쓴 책과 이홍렬 자신의 책을 준비해 객석에 선물했다. 두 권 모두 자신들의 16번째 책이라는 특별한 인연도 소개했다. 전유성이 사인을 남긴 책에는 이날 출연자들의 사인까지 더해져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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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탄 /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
이어 등장한 졸탄(이재형·한현민·정진욱)은 군대 개그로 객석을 단숨에 끌어당겼다. 특히 '박 병장'으로 소개된 한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가 공연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정해진 대본대로 흘러가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의 반응에 따라 웃음의 방향이 달라지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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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호, 신봉선, 꼰대희 /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
즉흥성은 이날 공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신봉선이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는 무대 대부분을 즉석에서 만들어갔다. 객석에 있던 김대희 역시 자신이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무대에 불려 나왔다. 신봉선은 "꼰대희를 모시려 한다"고 했고, 예정에 없던 꼰대희의 상황극이 시작됐다. 애드리브가 약해지자 결국 객석의 김준호까지 소환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개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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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봉선 /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
또한 셀럽파이브의 춤을 추며 멤버들이 등장할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더니 이내 '낚시'였음이 밝혀지는 등 신봉선은 객석과 출연자 모두를 상대로 계속해서 판을 흔들었다. 신봉선은 공연을 준비하며 전유성이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웃기면 된다'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이 말은 이날 공연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했다. 완벽하게 준비된 공연보다 지금 이 순간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웃음이다.
'부코페' 집행위원장이기도 한 김준호 역시 故 전유성을 떠올렸다. 그는 전유성이 '부코페' 명예위원장을 맡았던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 본 개그가 '까꿍'이다"라는 전유성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우리가 태초에 웃었던 그 순간을 평생 기억하자는 의미의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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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전유성 사위 김장섭 씨 /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
신봉선의 무대가 지나간 뒤 펼쳐진 마술쇼에서는 故 전유성의 사위 김장섭 씨가 깜짝 출연했다. 그는 "장인어른이 평소에 마술을 좋아하셔서 마술을 많이 연습했다. 부산에도 자주 오는데 바다 공기를 좋아해서 그 공기를 자주 마시기 위해 온다. 여기를 떠나면 바다 공기가 그리워지니까 그 공기를 싸 간다"며 풍선 마술을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을 장식한 이는 김신영의 부캐 '둘째이모 김다비'였다. 김신영이 이 무대에 선 이유 역시 故 전유성과 연결돼 있었다. 그는 전유성이 생전 자신을 무척 아꼈고, 캐릭터를 유심히 지켜봤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셀럽파이브의 춤과 노래를 전유성이 좋아했다는 기억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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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영 /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
이어 히트곡 '주라 주라'를 부르며 객석의 참여를 끌어냈고, 앙코르에서는 '뿐이고' 등을 함께 불렀다.
이날 공연에는 전유성이 없었다. 그러나 전유성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전유성이 만들어온 웃음의 방식은 무대 위에 있었다. 정해진 대본보다 현장의 반응을 중요하게 여기고 서로를 끌어내며 새로운 상황을 만들고, 관객까지 공연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방식. '전유성없는 전유성쇼'는 전유성이 평생 후배들에게 가르쳤던 코미디의 형태에 가장 가까운 공연이었을지 모른다.
전유성이 만들어놓은 판 위에서 후배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웃겼다. 무대 위에 전유성은 없었지만, 후배들은 그 웃음을 이어받아 자신들의 애드리브로 완성했다.
전유성이 직접 막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그의 이름으로 열린 무대에서 후배들은 결국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해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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