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문화 세계 전파 '쿨재팬' 폐지 수순이 주는 교훈 [ST이슈]

입력2026년 08월 21일(금) 14:05 최종수정2026년 08월 21일(금) 14:05
사진=AI로 생성한 이미지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일본이 만화·애니메이션·게임 등 자국의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자며 추진한 '쿨재팬(Cool Japan)' 사업을 폐지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콘텐츠 강국'이라 불리던 일본의 이같은 결정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막대한 적자를 안고 있는 민관펀드인 '해외수요개척지원기구'(쿨재팬)에 대해 일본 경제산업성이 조직 폐지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아사히신문은 여러 일본 정부 관계자를 통해 경제산업성이 2027년도 재정투자 및 금융 계획과 관련한 예산 요구를 보류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총리실 역시 경제산업성으로부터 관련 방침을 전달받고 이를 수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쿨재팬'이란 일본의 문화가 국제적으로 평가되는 현상과 일본 정부의 대외 문화 홍보, 수출 정책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가리킨다. '쿨재팬' 정책은 2010년 무렵부터 본격화됐으며, 아베 신조 내각 시기인 2013년에는 경제산업성 산하의 민관펀드인 '해외수요개척지원기구'가 설립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쿨재팬'이라는 이름처럼 일본 문화의 매력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구상이었다. 한류를 벤치마킹한 정책으로 국내에 알려지기도 했지만, 일본 정부는 영국 토니 블레어 정부의 '쿨 브리타니아' 정책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해왔다.

문제는 사업의 핵심인 투자 성과였다. 그동안 '쿨재팬' 기구가 출자한 사업에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투자 사업에서 잇따라 손실이 발생하면서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고, 2025년도 결산 기준 누적손익은 약 540억 엔(약 4695억 원) 적자로 불어났다. 아사히신문은 "폐지될 경우 국가가 기여한 일부 자금은 회수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 K-컬처와 비교되는 '쿨재팬'

이번 사업 중단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행보가 대비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애니메이션과 게임, 만화 등 세계적으로 강력한 콘텐츠 IP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가가 직접 펀드를 조성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K팝과 K드라마, 영화, 웹툰 등 K콘텐츠는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플랫폼, 창작자 등 민간 주체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한국 역시 정부 차원의 제작·수출·해외 홍보 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성패를 가르는 것은 민간의 창작 역량과 유통·사업화 능력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는 단순히 자국 문화를 '알리는 것'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현지 소비자가 실제로 콘텐츠를 선택하고 소비하도록 만드는 경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쿨재팬'의 사례는 국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고 해서 콘텐츠의 세계적인 성공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 540억 적자가 주는 교훈

더 큰 문제는 사업을 접는다고 해서 실패의 비용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누적된 약 540억 엔의 적자와 회수하지 못한 투자금은 고스란히 남는다. 사업 종료 과정에서 투자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손실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정책 결정 과정과 투자 사업 선정, 관리 책임 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 역시 국가가 콘텐츠 사업 진흥에 깊이 관여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며, '쿨재팬'이 결국 국가 주도의 콘텐츠 지원 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세계적인 콘텐츠 강국이라는 사실과 정부 주도의 콘텐츠 사업이 성공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정부의 예산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글로벌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과정에는 창작자와 기업의 판단, 시장의 검증이 필요하다.

'쿨재팬'의 실패가 남긴 가장 큰 교훈도 여기에 있다. 콘텐츠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수 있지만, 정부가 콘텐츠의 성공까지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리고 이는 K-컬처의 세계적 확산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긴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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